BBK 사건이 급속도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 굳히기가 탄력을 받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보고 있지만 드러난 지지율로만 본다면 ‘헛고생’만 하고 있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 측에서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고공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하더라도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나 이회창 후보는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어 막판 대역전극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수는 이른바 ‘짝짓기’로 불리는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다.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지만 정 후보 등은 극적 타결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만약 실제로 후보 단일화가 극적으로 성사된다면 그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보수층 후보 단일화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BBK 사건’의 여진도 변수 중 하나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 수사 결과에 의문이 남는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신당 측은 끝까지 이를 물고 늘어질 태세다. 2번 남은 TV 토론이나 득표율도 변수라 볼 수 있다. 또한 다른 대선 때보다 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나타하고 있어 이것도 변수의 하나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어떤 변수들이 막판 표심을 뒤흔들 가능성이 있는지 짚어봤다. <특별 취재팀> |
일단 가장 큰 변수는 ‘약방의 감초’ 겪으로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후보 단일화다. 후보 혹은 정당간의 단일화를 일컫는 ‘짝짓기’는 지난 몇 번의 대선 때부터 선거판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92년 대선에서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민자당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면서 김대중 후보가 이회창 대세론을 뒤엎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지난 2002년 때도 선거를 불과 며칠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이뤄내 표심을 흔들었다. 당시에도 이회창 후보는 적지 않은 차이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물론 정 후보는 선거 전날 지지를 철회함으로써 오히려 노 후보에게 표를 더 몰아주는 역할을 했다. 결국 지난 3번의 대선에서 2,3위권의 후보들이 짝짓기를 통해 대권을 얻은 셈이었다.
‘후보 단일화’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짝짓기’가 예전 같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짝짓기의 가장 큰 수혜자는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범여권 후보들은 여전히 후보 단일화에 목을 매고 있다. BBK 사건 수사 결과가 이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면서 이렇다 할 반전카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물론 현재까지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는 성사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정동영-이인제’ 협상에 이어 ‘정동영-문국현’ 간의 단일화 협상도 사실상 무산된 것. 하지만 며칠 전부터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정 후보가 지지율 2위를 탈환으로써 단일화 논의는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지지율 답보 현상을 보이고 있는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단일화 압박에 심하게 노출되어 있다. 문 후보나 이 후보 모두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그 책임이 적지 않게 두 후보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후보들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다. 만약 이들의 결단으로 극적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표와 개혁성향 표심의 결집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막판 부동층과 충청권 표심 흡수로 극적인 반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여권의 노림수다. 만일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에 큰 변동이 생긴다면 이명박 이회창 두 보수 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 그래도 큰 변수
BBK 여진도 막판 변수로 꼽힌다. 검찰의 ‘이명박 무혐의’ 결론으로 굵직한 뇌관은 제거된 상태지만, 반이명박 진영의 공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유권자들의 ‘검찰-이명박’ 불신감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신당 측의 공세와 더불어 BBK 의혹을 바라보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도 막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과 달리, 각 여론조사에선 검찰 수사를 불신하는 여론이 반대의 경우보다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검찰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면서 불씨를 이어가고 있고 한나라당 측에서는 김경준 씨의 ‘기획 입국설’로 맞불을 놓으면서 역공을 취하고 있다. 특히 BBK 사건을 사이에 두고 정동영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의 반한나라당 전선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부동층’의 향배도 변수로 대두된다. 각 여론조사 결과에서 부동층은 여전히 2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명박 대세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20%의 유권자는 묵묵부답인 셈이다. 각 후보 진영이 막판 여론몰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부동층 흡수를 위해 향후 1주일동안 전력을 다할 방침을 세워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부동층·충청권 표심 어디로?
이와 함께 캐스팅보트 지역으로 꼽히는 충청권의 표심에도 눈길이 쏠린다. 유일한 접전지역인데다 부동층이 많고 유동성이 특히 심해, 막판 결과가 다른 지역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 탓이다. 오는 11일과 16일에 중앙선관위가 주최하는 대선후보 ‘TV토론’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오는 13일부터는 여론조사는 가능하지만 실시된 여론조사는 공표할 수 없기 때문에 ‘TV 토론’의 여파를 감지하기 어려운 상황. 특히 지지율 1위인 이명박 후보의 최대 약점이 말실수인데다, TV 토론 기피현상까지 보인다는 지적도 있어 주목된다. 여기에 반이명박 진영 후보들은 대대적인 파상공세를 예고하고 있어 아직 지지 후보가 없는 부동층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