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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둔 영화 <미인도>의 주연 배우 김민선이 대역 배우 논란에 휩싸였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영화 속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다고 알려진 김민선은 이미 공개된 포스터에서 전라 뒤태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민선이 대역 배우의 몸을 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김민선 측은 대역 없이 모든 베드신을 직접 소화했다며 대역 배우 논란에 정면 대응했다.
잊힐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는 대역 논란. 그렇다면 일반 영화에 대역 배우로 출연하는 이들은 과연 누구일까. 얼굴 없이 몸만 출연하는 대역 배우들은 영화 출연진의 일부임에 분명하나 그 존재는 늘 감춰져 있다.
지금까지 영화계가 대역 배우로 주로 활용해온 이들은 에로 배우다. 에로비디오에서 베드신을 전문적으로 소화하는 에로 배우들은 노출을 버거워하지 않는데다 베드신 소화 능력도 뛰어나 대역 배우로는 적격이었다.
에로비디오 시장이 죽어버린 오늘날에도 에로 배우들이 대역 배우로 활동하고 있을까. 확인 결과 현재 활동 중인 에로 배우는 20여 명에 불과했다. 에로 비디오 호황기이던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매달 새롭게 데뷔하는 에로 배우가 20~30명에 이르렀음을 감안할 때 초라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에로 배우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케이블 성인 채널을 위해 제작되는 에로 비디오가 주된 활동 무대지만 요즘에는 케이블 TV와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고 얘기한다. 다만 대역 배우로 활동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노출이 가미되는 영화의 경우 ‘18세 관람가’ 심의를 받아 오히려 흥행이 힘겨워지는 게 요즘 영화계의 흐름이라 노출이 가미된 영화의 제작이 많이 줄어든 데다 어지간해선 배우들이 직접 노출을 감행한다.
케이블 TV가 한창 선정성 시비에 시달릴 당시에는 에로 배우들이 대역 배우로 출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케이블 TV의 흐름이 대역 배우를 쓰기보다는 에로 배우들을 정식으로 출연시켜 베드신을 소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요 배역은 여자 연예인이 맡지만 노출 장면이 없고 조·단역으로 출연한 에로 배우가 베드신 등에서 노출을 감행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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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루지기>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신인 배우 김신아는 대역 없이 파격적인 노출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 |
이는 영화계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개봉했던 영화 <가루지기>에도 여러 명의 에로 배우가 출연했다. 조·단역으로 출연한 에로 배우들이 노출 장면을 담당하고 윤여정 전수경 등 연예인의 경우 노출 장면이 거의 없었다. 다만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신인 배우 김신아가 홀로 노출 연기를 감행했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한 에로 배우는 “대역 배우로 출연하면 베드신 한 회를 촬영할 때마다 영화는 120만 원, 케이블 TV는 100만 원 가량을 받는 데 <가루지기>처럼 정식으로 출연할 경우 약간 더 높은 출연료를 받을 수 있다”면서 “요즘에는 대역 배우보다는 노출을 감행하는 조·단역 배우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대역 논란에 휩싸인 영화 <미인도>에도 에로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다는 것. 그렇다면 실제로 에로 배우가 김민선의 대역을 소화했다는 것일까.
이에 대해 <미인도> 홍보 관계자는 “영화 <미인도>가 에로티시즘을 강조하는 편이라 노출 장면이 많다”면서 “이 부분에서 전문적인 에로 배우들의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출연 배우의 베드신 대역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영화 <미인도>는 신윤복을 비롯한 당시 화가들의 그림을 영상으로 직접 담아내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신윤복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단오풍정의 경우 목욕하는 여인들의 노출 장면을 그대로 영상으로 담아냈고 춘화집에 실린 춘화도 영상으로 재현했다. 특히 춘화를 영상화하는 과정에선 난해한 춘화 속 포즈를 소화할 전문가들이 필요했고 이를 에로 배우들이 소화한 것이다.
반면 개봉을 앞둔 한 대작 영화에선 에로 배우가 여자 주인공을 대신해 대역 배우로 출연했다고 한다. 다만 노출을 위한 에로 배우는 아니었다. 다른 장면에선 모든 노출 장면을 여배우가 직접 소화했지만 신체가 노출된 상황에서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위험한 장면에서만 한 차례 에로 배우가 대역으로 출연한 것.
과거와 달리 여배우들이 노출도 불사하는 연기 열정을 보이고 있음이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선 긍정적인 대목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시장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에로 업계 입장에선 속타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대역 배우 대신 노출을 선보이는 조·단역 배우로 출연하는 기회가 늘어가는 부분이 에로 업계가 아직도 살아 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