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코미디언이 갑작스럽게 라디오 시사 정보 프로그램 DJ를 맡은 것까지는 일정 부분 이해가 된다. 워낙 사회봉사 활동에 앞장서온 데다 사회 참여 의식이 남달랐던 연예인인 터라 그의 변신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미디언 최초의 시사 정보 프로그램 진행자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도 충분했으리라. 그런데 그가 이번에는 가수로 변신한단다. 과연 무슨 까닭일까. 차라리 트로트 앨범을 내는 거라면 밤무대에서 돈이나 왕창 벌어보겠다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라틴 재즈 밴드의 객원 싱어라니 다소, 아니 상당히 의외의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그의 가수 변신에는 무슨 속셈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15일 기자에게 김미화가 보낸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문자는 보도 자료를 이메일로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자료를 확인하기도 전에 그 내용은 금세 각종 포털사이트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부지런한 인터넷 매체 기자 분들이 이를 기사화한 것인데 그 내용인즉, 김미화가 6인조 라틴 재즈밴드 ‘프리즘’의 객원 싱어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그 계기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져 있었는데 “음악을 하는 지인들에게 연습실로 집을 빌려주는 것을 계기로 밴드까지 결성했다”며 “6개월 동안 집에 기거한 젊은 재즈 음악인들에게 객원보컬 자리를 요청해 어렵게 팀에 합류했다”는 게 주된 요지였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5일 오후 세 시 서울 압구정동 소재의 블루문에서 이들의 쇼 케이스가 열렸다. 수많은 취재진이 블루문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입구에는 프리즘의 데뷔 음반 CD와 보도 자료가 쌓여 있었었다. CD를 보니 수록곡은 ‘빌린 돈 내놔’와 ‘함비뿐(함께 비를 맞고 싶었을 뿐)’ 두 곡 뿐이었는데 이를 몇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놓은 형태였다. 아직 정식 앨범은 아니라는 얘기인데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들의 소속사 이사로 김미화의 남편인 윤승호 교수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첫 번째 속셈은 남편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진출이다. 사실 이런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 인기 연예인인 부인이 남편이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만들어 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은근슬쩍 뒤에서 힘을 쓰는 일이 과거에도 있어왔던 것. 그런데 이런 사례가 되려면 부인인 여자 연예인은 연예계에서 한창 활동하고 있는 데 반해 남편은 그럭저럭 사업을 하며 어렵게 지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김미화의 남편 윤승호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스포츠과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물론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자리를 옮긴 뒤 큰돈을 벌 수 있다면 교수직을 내던지고 이쪽으로 투신할 수도 있겠지만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라틴 풍 재즈 밴드가 과연 얼마나 큰돈을 벌 수 있을까 생각하면 이는 말이 안 된다. 만약 재즈밴드가 아닌 아이돌 그룹을 결성해 김미화가 그곳의 객원 싱어였다면(이 경우가 훨씬 재밌었겠지만) 뭔가 의혹의 눈길을 보낸 만도 하지만 그들은 분명 재즈 밴드다. 결국 첫 번째 속셈으로 여겨지는 사안은 김미화와 무관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자! 다시 쇼 케이스로 돌아와 보자. 사회까지 맡은 김미화가 먼저 무대에 올라 프리즘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의 말을 건넨 김미화는 그들과 함께 신나는 라틴 재즈곡을 선사했다. 그 다음 무대는 김미화의 순서였다. 평소 김미화의 애창곡이라는 ‘플라이 투 더 문’(fly to the moon)을 라틴 재즈 풍으로 편곡해서 불렀는데 김미화의 가창력과 함께 프리즘의 연주 실력이 동시에 반짝거리는 멋진 무대였다. 그 다음은 김미화가 가요 ‘사랑밖에 난 몰라’를 역시 라틴 재즈 풍으로 편곡해서 부르는 무대였는데 이에 앞서 김미화는 특별 게스트가 노래 도중에 무대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밝혔다. 바로 그 주인공은 바로 그의 남편 윤 교수였다. 등장이 무척 드라마틱했는데 1절이 끝나자 간주 부분에 윤 교수가 색소폰을 불며 무대 위로 올라온 것. 이날 그의 활약은 눈부실 만큼 화려했다. 다음 무대는 윤 교수를 위한 자리로 그는 직접 피아노를 치며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를 열창했다. 피아노 끝에서 윤 교수가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김미화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여성이었고 그 감동은 잠시 그의 눈가를 스치고 지나간 눈물로 아름답게 표현됐다. 멋진 가창력은 기본, 여기에 색소폰에 이어 피아노까지 더해지니 그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알렉스를 뛰어 넘는 최고의 낭만파 남편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실제로는 결혼 경험이 없는 알렉스의 모습이야 다소 인위적이지만 윤 교수의 모습은 실제 유부남의 살아 있는 진실된 모습이었으니 그 감동의 폭이 훨씬 컸다. 여기서 김미화의 남편 자랑이 이어졌다. “드라마에서 박신양 씨가 김정은 씨를 위해 피아노 치며 노래하는 장면을 보고 많은 여성 팬들이 부러워했는데 우리 남편은 매일 내게 피아노 치며 노래를 들려준다”는 김미화가 관객인 취재진을 향해 “저 시집 잘 갔죠?”라고 큰 소리로 물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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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이 대목이 김미화의 숨겨진 속셈이 드러나는 순간이 아닌가 싶었다. 재즈밴드 쇼 케이스를 핑계 삼아 남편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 사실 김미화의 남편 자랑은 평소에도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끊임없이 남편 자랑과 결혼 생활에 대한 행복감을 드러낸 바 있는데 오죽하면 인터뷰가 끝난 뒤 사무실로 돌아와 포털사이트에서 ‘윤승호 교수’를 검색해 봤을 정도였다. 양복 차림의 전형적인 교수님 타입인 사진을 보며 솔직히 기자는 김미화가가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하는 데 그 포털사이트의 사진은 잘못된 것이었다. 이날 헐렁한 흰색 셔츠에 야구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윤 교수는 말 그대로 매력적인 남성이었다. 쇼 케이스 시작을 앞두고 기자는 무대 옆 테이블에서 대기 중인 김미화를 찾아가 인사를 건넸다. 감사의 마음을 건넨 김미화는 곧 옆에 있는 멋진 남성을 소개해 줬는데 그가 바로 윤 교수였다. 우선 포털사이트의 사진보다 살이 다소 빠진 모습이었는데 교수 이미지보다는 자유로운 중년 남성의 이미지가 강했다. 여기에 무대 위에서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 기자는 분명 그가 남자임에도 이를 망각하고 잠시 반했을 정도다. 결국 이날 쇼 케이스의 숨겨진 속내는 이런 남편 자랑이 아니었을까. 심지어 기자조차 너무 심하게 남편 자랑을 하는 게 아니냐 여겼을 정도니 그의 주변 연예관계자는 물론 방송이나 신문을 접하는 일반 대중들 역시 그런 생각을 가졌을 수 있다. 그들에게 내 남편은 정말 자랑할 만한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무언의 시위가 아니었을까. 물론 그로 인해 수많은 부인들이 김미화를 부러워하게 될 것이며 또 수많은 남편들이 그로 인해 한동안 비교당하며 살아냐 하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하겠지만. 실제로 그가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쇼 케이스가 김미화의 남편 자랑을 위한 무대가 된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자 연예인 가운데 한 명인 김미화가 무작정 남편을 자랑하기 위해 댄스 밴드를 결성해서 쇼 케이스까지 열었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억측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속내가 숨겨져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쇼 케이스의 마지막 무대는 온전히 프리즘을 위해 준비됐다. 앨범 수록곡인 '빌린 돈 내놔'와 '함비뿐(함께 비를 맞고 싶었을 뿐)'이 연이어 소개된 것. 그런데 쇼 케이스 내내 두드러졌던 김미화의 역할이 프리즘의 무대에선 그리 크지 않았다. 두 곡의 노래는 밴드의 보컬이 대부분을 책임지고 김미화는 객원 싱어지만 약간의 도움을 주는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남편 윤 교수는 직접 색소폰을 불어 한층 깊이 이들의 연주에 관여했다. 결국 김미화의 유명세를 빌렸지만 프리즘의 활동에 더 깊이 관여해 있는 이는 윤 교수라는 얘기인데 프리즘 앨범 CD에도 그는 소속사 이사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제 프리즘은 정식 활동을 시작한다. 25일 OBS 경인 TV <주철환 김미화의 문화전쟁>에 출연하며 오는 8월15일 태안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10월 예정인 ‘제4회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등에 초청을 받아 참여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TV, 라디오 등에도 출연하며 가요계 활동을 벌일 예정인데 이들의 타이틀곡인 ‘빌린 돈 내놔’가 대중들의 기호와 재즈의 묘미를 잘 살린 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대중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기에 김미화라는 홍보용 카드가 매우 효과적일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어쩌면 이것이 김미화가 노린 진정한 속셈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에서 어쿠스틱 라틴 재즈를 주로 하는 밴드가 설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아니 그럴 공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청춘의 열정을 다 하는 이들과 가까워진 김미화 윤승호 교수 부부가 이들에게 우연히 연습실을 제공하게 됐고, 그러면서 친해진 뒤 이들이 가수로서 한 번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물론 이들이 소위 대박이 나서 이들 부부에게도 상당한 금전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라틴 풍의 어쿠스틱 재즈 밴드라는 현실을 놓고 보면 그 반대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들 부부는 이미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들이다. 부와 명성을 두루 갖춘 이들이 젊음의 열정과 끼를 갖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려 하는 젊은 밴드를 위해 이런 이벤트를 마련해준 게 아닌가 싶다. 그들의 음악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그들의 음악을 들을 것이며 또 힘을 얻을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사회봉사 활동에 열심인 김미화는 프리즘과 함께 다양한 봉사 활동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멋진 부부의 후원을 받아 자신들의 음악을 대중들에게 들고 나온 라틴 재즈 밴드 프리즘, 그리고 그의 음악을 들도 기쁨과 힘을 얻을 누군가에게는 그날의 쇼 케이스는 커다란 의미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속셈을 가지고 유명 연예인이 이런 이벤트를 준비한 것이라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해진다. 따스한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건네주는 것, 이제 그 순서가 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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