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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자료사진). ⓒ 시민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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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장관들을 보면서 동병상련의 정, 또는 그와 비슷한 아픔을 느낀다”며 장관 체험담을 바탕으로 이 대통령과 장관들에게 충고와 격려의 말을 전했다.
유 전 장관은 22일 발간된 계간 ‘광장’ 2호(2009년 신년호)에 기고한 ‘국정운영의 성패는 마음에 달렸다’란 글에서 “갈수록 심각해지는 경제 위기 속에서 국민의 지지를 잃고 악전고투하는 이 대통령과 장관들을 보면서 저는 동병상련의 정, 또는 그와 비슷한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정치적 경쟁자가 겪는 고초가 때로 지난날의 패배를 위로하는 신경안정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동장군보다 더 무섭고 냉혹한 경제위기는 우리에게 그런 정신적 사치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 전 장관은 이 대통령과 장관들에 대한 충고를 이어나갔다.
그는 “국정운영 주체에게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라며 야당, 언론, 시민단체들의 비판과 관련 “욕먹는 것을 일상 업무의 일부로 여겨야 한다, 욕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업무에 임하라”고 충고했다.
유 전 장관은 특히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에게서 정책마다 사사건건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기색이 보인다”며 “‘저 사람들은 친북좌파들이라 원래부터 대통령을 싫어해서 반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그렇게 보고하는 참모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며 “(친북좌파라 대통령을 반대한다는) 사실이 그렇지 않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섭섭하게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는 국민을 섭섭하게 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과 관련해 “절대 그렇지 않다”며 “국민의 공복이라는 직업적 자부심,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애국적 열정, 다른 부처나 다른 동료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경쟁심, 이런 것들이 공무원의 영혼을 구성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공무원의 영혼을 인정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영혼을 감춘다”며 “대통령과 장관은 공무원의 지위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공무원의 영혼을 불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 전 장관은 “대통령과 장관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자세로 사심 없이 일한다고 느낄 때, 공무원들은 비로소 자기의 영혼을 드러낸다”며 “ 공무원이 스스로 영혼이 없다고 푸념하는 풍경은, 그 공무원들을 이끌고 일하는 정부가 이미 절반쯤은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충고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공직사회의 자율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위 ‘친북좌파 적출’이나 ‘부역자 색출’이니 하는 섬뜩하고 살벌한 말을 해가면서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모욕하고 정치적 편향을 강요하는 것은 대통령과 장관이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을 잘 ‘섬겨야’”…국민연금법 처리 당시 ‘거짓말’ 일화 소개하기도
유 전 장관은 아울러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대통령과 장관이 공무원이나 국민들과 하는 소통 역시 새로운 정책의 목적과 취지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정책의 배후에 깔린 정서적 동기를 나누어가짐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까지 가야,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코드에 맞추지 못하는 공무원은 스스로 조직을 떠나라’는 취지를 가진 이 대통령의 공개적인 발언은 대통령 자신을 해치는 칼이 될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 말씀의 날을 무디게 하고 가시를 빼는 일에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유 전 장관은 “가시가 박히고 시퍼렇게 날이 선 말은 강력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는 데는 효과가 있지만, 소통을 통해 종국적으로 형성해야 할 정서적 교감과 공감의 기반을 파괴하기 때문이다”며 이 대통령의 언행 관리를 당부했다.
유 전 장관은 야당과의 관계와 관련 “비록 소수야당이라고 해도 야당은 힘이 있다, 무슨 일이 되게 만들기는 어려워도 무엇을 못하게 하는 데는 비상한 능력을 발휘한다”며 “대통령과 장관은 야당을 잘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때로 자존심이 상하고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밉더라도, 국민과 국정을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며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대통령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그러면서도 “야당에게 무작정 매달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성심을 다해 협조를 요청하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만 동시에 야당이 소극적으로라도 협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거짓말’을 했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장관 재직 당시 유 전 장관은 공무원들을 시켜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한나라당 때문에 국민연금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초노령연금법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퍼뜨렸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2006년 말 결국 두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야당의 입장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성의 있게 협상했고, 야당이 노골적으로 법안 처리를 막는 데 정치적 부담을 크게 느낄만한 상황을 미리 만들어둔 덕분이었다”고 자평했다.
유 전 장관은 아울러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이지만 자체 동력이 없는 탓으로 가결도 부결도 되지 않은 채 정쟁의 바다 위에 표류하는 ‘무동력 법률안’”에 대해 무한책임 의식을 가질 것을 강조하면서 “당장은 부당한 비난을 받는다고 해도 국민들이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주게 된다, 이런 과제를 회피하면 정부는 언젠가는 국민의 냉엄한 비판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을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권력자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면서 타인과 잘 교감하고 소통하는 일이라는 저의 소견이 오류일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모쪼록 2009년에는 대통령부터 초등학생까지 국민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잘 소통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고 글을 마쳤다.
[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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