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은행권의 부실 자산을 사들이는 ‘배드 뱅크’ 설립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 1980년대 미국 저축대부조합(S&L) 파산사태 때 정부가 직접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이 차기 오바마 행정부와 은행권 부실 확대의 근원이 되고 있는 악성 투자 및 대출을 사들이는 정부 주도의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배드 뱅크 설립은 정부의 구제 노력에도 은행들의 재무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은 현재 금융위기의 시발점인 부동산 투자 외에도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연체 등 각종 소비자 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한동안 진정국면을 보이던 금융위기가 재 확산되면서 금융 회사들이 지난 해 4분기 대규모 손실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황지환 취재부기자>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과 금융회사의 실적이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발표에 세계금융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특히 이번 주 발표될 씨티그룹의 실적발표는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혁신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사업부문의 핵심인 씨티그룹과 비핵심인 씨티그룹 홀딩스로 나눠 덩치를 줄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정부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기로 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의 주춧돌인 두 금융회사가 사상 최대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타운 내 모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 은행권의 부실자산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전국 은행이 모두 봉착한 위험한 사태를 입증한다”면서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과 무분별한 외채로 부실자산을 사들일 경우 자칫 나라까지 팔아먹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타운 내 한인 은행들도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부실자산 급증과 대규모 예금 인출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크고 작은 내부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한인 은행권에는 “올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은행이 폐쇄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측이 널리 퍼지고 있다.
소제-정부, 은행설립으로 부실자산 처리
미국 정부는 은행을 설립해 시중 자금을 은행권으로 회귀시킬 전망이다. 또 연방 정부가 은행들의 부실 자산에 대해 대규모 추가 보증을 실시하는 계획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셰일라 베어 FDIC 총재는 “대출 확대를 용이하게 해야 한다”며 “시중 자금을 은행권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당초 부실대출로 인해 금융회사와 각국 투자자들이 입는 손실 규모가 약 2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규모는 1조 달러에 불과하다. 은행 손실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은 은행들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은행들은 본능적으로 신규 대출에 몸을 사리고 있다. 결국 은행들에 자본을 제공할 수 있는 주체는 정부 밖에 없다는 판단이 나올만 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회사들의 대출이 재개되지 않으면 전반적인 경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어쩔 수 없이 은행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능성 미지수, 주택 압류 증가세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이 정책 입안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시 행정부의 금융회사 구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 의회 예산처는 7000억 달러 규모 부실자산매입계획(TARP)으로 인해 납세자들이 약 640억 달러의 투자 손실을 입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나서 은행들의 악성 자산을 매입하자는 요구는 애초 폴슨 장관이 주장하던 바였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방안의 집행 속도가 늦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우려, 은행들에 대한 직접 투자를 결심했으나 구제에 실패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한 주간 금융주에 대한 매도세와 미국 경제악화는 오바마 행정부에 압박이 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기 위한 노력 없이는 신용 위기가 지속되면서 경기후퇴가 더욱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또 오바마 경제팀이 주택 소유자들의 주택 차압을 차단하기 위해 TARP를 통해 3500억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부실 채권 보유 등으로 인해 자금난에 처한 각 시와 주에 대한 지원도 병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정부는 기존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구제금융 (TARP)를 집행할 전망이다. 다만 오마바의 자문책이라고 밝힌 한 소식통은 “아직 차기 행정부는 TARP 자금을 금융회사들에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결정짓지 않았다”고 말했다.
sundayjournal황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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