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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부는 한국 부모들의 ‘위장입양’ 열풍

이경희330 2007. 10. 12. 00:56
미국 시민권과 맞바꾸는 부모들의 ‘기르는 정(情)’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의 LA 명문 중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위장입양’ 등의 편법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한인 커뮤니티의 심각한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위장입양’이란 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조기유학을 목적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가정이나 타 인종 가정에 입양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오렌지카운티나 LA인근 중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훨씬 수월해지게 된다.
미관계 당국은 한국인들의 ‘위장입양’에 대한 실태 조사에 착수한 상태여서 보다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면 한인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위장입양은 이미 지난 2003년에만 3000여건이 적발됐으며 현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위장입양에는 수수료를 받고 브로커 역할을 하는 한인 변호사들이 중간에 끼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한인 지도층에 대한 ‘노블리스 오블리제’ 논란도 동시에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장입양을 한 학생들도 초기의 목적과는 달리 정서적으로도 심각한 장애에 시달리는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최 <취재부 기자>

위장입양사이트 성행

최근 밸리 지역 그라나다 힐스에 거주하는 한인 학부모 김 모(42, 여)씨는 서울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고교 동창인 최 모(42, 여)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둘은 중학교 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로 김 씨가 결혼해서 미국에 오면서도 서신과 전화로 연락을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다.
전화통화에서 김 씨는 최 씨로부터 “자신의 아들(12, 남)을 입양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최 씨는 입양을 해주는 조건으로 선금 10만 달러를 주고, 매달 생활비로 1500 달러를 보내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김 씨가 최 씨의 부탁보다 더욱 놀랐던 것은 이러한 ‘위장입양’이 한국사회에서 이미 일반화됐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최 씨와의 통화를 통해 알게 된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위장입양’을 알선하는 광고가 수두룩했다.
이처럼 한국에서 ‘위장입양’을 문의해오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위장입양’을 하게 되면 어렵지 않게 시민권을 취득하게 되고 미국의 중고교도 무료로 다닐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
경제적으로도 위장입양 초기에 드는 비용이나 매달 부쳐주는 생활비 등이 한국에서 드는 사교육비보다도 적게 드는데다 군대문제 등을 고려해본다면 무형의 이익까지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입양된 자녀가 18세가 되면 미국시민이 되어 독립할 수도 있어 그 때가서 한국의 부모를 다시 찾으면 된다. 몇 년만 서로 떠나 있으면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위장입양을 시키는 부모들이 늘어나자 LA와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서 무료 배포되는 생활정보지에는 공공연히 ‘위장 입양 유학’ 모집 광고가 넘쳐났다.

본국에서

 ▲ 본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련없음.
이같은 위장입양 실태는 본국에서 지난 6월 20일 SBS의 ‘뉴스 추적’이 방영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스추적’은 ‘위장 입양유학 실태보고’란 프로그램에서 미국 유학을 위해 낯선 흑인 가정에게까지 자녀를 입양 보내는 위장 입양유학의 실태와 문제점을 고발했다.
방송에서 사례로 등장한 16살의 ‘호영’이란 학생은 미국 유학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알게 된 생면부지의 흑인 가정에 입양됐다. 하지만 낯선 환경과 외로움 등이 겹쳐 호영이는 공부에 집중하기는커녕 오히려 입양 가족과의 심각한 마찰에 부딪치는 처지에 빠져있었다.
친구 고모에게 위장 입양된 한 여학생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 여학생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난소암까지 걸렸다.

조기유학방편 위장입양 선호

방송 제작진은 “LA 등 미국 서북부 지역에서 만난 9명의 학생 가운데 6명이 입양 유학생이었다”며 “이들은 친인척이나 교민, 심지어 전혀 알지 못하는 미국인에게 입양됐다"고 전했다.제작진에 따르면 이 같은 입양 유학의 단가는 1억 2000만원. 경력 25년의 입양 유학 전문 브로커 박 모 씨는 “최근에도 16명이나 입양을 보냈다"며 “상담 대기자 수만 해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 같은 위장 입양뿐 아니라 가족과 함께 불법 입국·체류하는 유형에 이어 외국인학교 입학을 위한 영주권까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장입양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코리아타운의 한 변호사 사무실은 한국에서 위장입양을 문의하는 전화가 10% 가까이 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LA코리아타운의 일부 한인 변호사들의 경우 문의가 워낙 많아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미국 LA의 모 변호사는 “수 년 전부터 한인 교포 사회에서 위장입양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술할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인 셈이다.
미국에서 ‘입양’이란 제도로 인도적 차원에서 까다롭게 따지지 않고 허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장입양은 바로 이러한 점을 악용한 것. 일부 극성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조기유학의 한 방편으로 자리 잡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의 사교육 열풍과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부재에서 비롯된 ‘위장입양’은 결국 미국 사회에서 ‘어글리 코리안’이란 그릇된 인상만 심어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과잉 교육열에 대한 궁극적인 피해자는 다름 아닌 그들의 자식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제3의 물결’의 저자 앨빈 토플러는 최근의 그의 저서 ‘부의 미래’에서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을 때 화폐 경제의 생산성은 얼마나 큰 손실을 입게 될까?” 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에 대해 토플러는 이렇게 답했다.
“부모가 아이를 기르면서 ‘단체나 지역사회에서 타인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행동 규칙 등의 문화를 전수해 주지 않는다면’ 경제가 생산적일 수 없을 것이고, 이 같은 부모의 할 일을 부모가 아닌 사람에게 비용을 들여 대신하게 한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면서도 온전히 부모의 하는 일을 대신하게 되지 못할 것이므로, 그런 사회는 미래 경제 체제에서 성장하기 어렵다.”
그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언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중 언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일꾼이 어떻게 생산적이겠냐”고 반문하며 “언어는 화폐 경제에서 특히 중요하고,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제에서는 그 중요성이 두 배가 된다.”라고도 했다.
엘빈 토플러의 이 같은 지적은 최근 한인 커뮤니티 부모들에게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모국어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성진<취재부 기자>


엘빈 토플러는 또한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 인간이 언어를 배우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필요한 기술은 어릴 적 가정에서 가족들의 말을 듣고 대화하면서 모두 습득했다고 볼 수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녀가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스승이다.”
즉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에서 언어가 매우 중요한데, 그것은 대체로 어릴 적에 부모와 대화하면서 습득하게 된다는 것. 결국 부모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아이들이 언어능력과 사회적응 능력이 부족한 상태로 자라게 되는 사회는 미래 지식 경제사회에서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의미다. 토플러의 이 같은 지적은 한인사회 부모들에게는 더욱 깊숙이 다가온다.
특히 부모의 역할’이 단순히 한국어를 습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와 함께 한국 문화를 전수하여 아이가 한국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적응하면서 잘 살아가게 하는 것까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부모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면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지금보다는 고상한 말로 대화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식 정보 사회에 걸맞은 고품격 언어생활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그런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또 다른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속한 단어, 욕설 등을 멀리하고, 무의미한 말을 줄이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지식 정보 사회에 적합한 언어생활과 행동양식을 익힐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대화 가운데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이라는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을 아이들이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단체나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야 한다. 이것은 지식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몸소 실천하거나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대화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남에게 해를 입히는 일, 규칙을 안 지키는 일, 약속을 어기는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가르치라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은 생산성과 연관
이 두 가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모 때문에 우리 사회는 그들의 자녀를 가르치는 데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하고, 그런 자녀가 일으키는 잘못을 줄이기 위해서 엄청난 사회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의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자식에게 한국어 습득 훈련을 충실히 하지 않는 것이 지식 정보 사회에서 한국의 경제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날이 점점 가까워오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 급격하게 불고 있는 영어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한국 문화를 전수해 주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문화가 한국 사회와 생판 다른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어 영어를 습득하게 함으로써 한국어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문화에서 멀어지게 한다면 이들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 얼마나 많은 짐을 지우게 될 것인가? 부모들이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돈으로 그것을 대신하게 한 결과 그 자녀들로 인해서 한국 사회가 겪어야 할 갈등과 불화, 그리고 이들을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서 한국 사회가 들여야 할 비용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일어날 한국 경제의 생산성 저하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와 있다.

sundayjournalusa제임스 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