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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 금융위기 재발막을 AMF, 한국이 산파역 담당해야

이경희330 2009. 6. 26. 09:37

금융위기 재발막을 AMF, 한국이 산파역 담당해야
◆매경홍콩포럼 / 라운드테이블 미팅- 세계경제 전망 좌담회◆

"아시아는 더 이상 세계경제의 다크호스가 아니다. 이제 선두마로 질주할 때가 왔다." 지난 24일 매경 홍콩비지니스 포럼에 참석한 500여 명의 글로벌 금융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주창한 내용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아시아를 하나로 묶어줄 역내 협력방안을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가느냐가 될 것이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강병호 한양대 교수, 공성진 의원(한나라당),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25일 홍콩 아일랜드 샹그릴라 호텔에서 라운드테이블 미팅을 갖고 아시아 국가의 역내 협력방안,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현주소, 투자전망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사회는 매일경제신문 임규준 증권부장이 맡았다.

홍콩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황건호 금융투자협회 회장,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강병호 한양대 교수, 이필상 고려대 교수, 방영민 서울보증보험 사장(왼쪽부터)<이충우 기자>
―임규준 부장(사회)=뉴욕ㆍ런던ㆍ홍콩을 지칭하는 나이론콩(New York+London+Hong Kong)에서 홍콩만 살아남았고, 상하이와 홍콩의 합성어인 상콩(Shanghai+Hong Kong)이 뜬다는 얘기가 있다. 세계 금융축이 어디로 움직일 것으로 보나.

▶이필상 교수=홍콩은 중국 자본조달의 40%를 담당하는 중국 자본주의 관문이다. 앞으로 갈수록 금융과 실물이 연계되는 비율이 높아질 텐데 이 경우 가장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홍콩과 상하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성진 의원= 2025년이 되면 중국이 4개 거대 경제권으로 분화된다는 분석이 있다. 홍콩의 금융시장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고 뉴욕이 당장 금융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한택수 이사장=월스트리트와 런던에서는 금융업 종사자 1명이 실직하면 8명이 함께 일자리를 잃는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이들 도시에서는 금융산업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따라서 홍콩이 이들 도시를 제치고 세계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하는 것을 미국이나 영국이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홍콩은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도 아니고 국제신용평가 등급도 높지 않다. 세계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이 AAA가 아닌 나라가 세계금융을 주도하는 핵심 지역으로 기능한 사례가 없다.

―사회=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협력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AMF(아시아통화기금) 출범을 비롯한 역내 협력방안이 실현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전망하나.

▶한 이사장=지난 수년간 AMF 설립 논의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를 실질적으로 주도해야 할 일본 관료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을 주도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AMF 논의에 소극적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정부에 끊임없이 AMF 필요성을 주지시켜 조금씩이라도 AMF 설립 논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아시아지역에 AMF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AMF 설립을 통해 시장환율의 변동폭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둘째는 역내 보유외환을 아시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시아 각국의 외환보유액이 5조달러에 달하고 아시아 외환위기는 불과 수천억 달러만 있어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시아 역내 협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관료들의 논의 차원을 뛰어넘는 정치적 리더십을 이명박 대통령이 발휘해 AMF 설립을 앞당겨야 한다.

▶이 교수=AMF 설립과 관련해 한ㆍ중ㆍ일 각국의 이해관계가 각각 다르다. 특히 일본과 중국은 역내 주도권 경쟁에 몰두하면서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AMF가 실질적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방영민 사장=한국 정부 실무진은 오래전부터 AMF에 대한 필요성과 추진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진전이 없다. 중국도 그 필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역시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는 문제에 걸려 있다.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세계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세계경제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강병호 교수=경기회복 기대감과 달리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한 차례 하향 조정했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경기회복을 보여주는 경제지표 움직임이 있지만 착시 현상일 수 있다.

▶이 교수=세계경제는 휴화산 상태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 상태지만 문제는 실물경제 흐름이다.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려 스태그플레이션 형태의 더블딥이 올 수도 있다. 다시 한번 경기가 급랭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실물과 금융이 상생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아직도 위기라고 볼 수 있다.

▶황건호 회장=현재 경제상황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추세로 본다면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한 이사장=현재 금융위기는 금융파생상품과 같은 금융자산이 급격히 팽창했다가 줄어들면서 벌어졌다. 최근 10년 이상 금융을 팽창시킨 수단이 부러졌고 다른 수단이 나오기 전까지 금융은 수축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회=최근 경기 회복세에 따라 과잉 유동성을 감축시키기 위한 출구전략의 타이밍과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적절한 방법과 시기는 언제라고 보는가.

▶강 교수=작금의 경제위기는 아직 실체 파악조차 끝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썼고 시장이 먼저 반응한 것일 뿐이다. 구조조정을 제대로 해서 자금이 효율적으로 흐르게 하는 게 선결과제다.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해서 출구전략을 쓸 단계는 아니다. 그 전에 구조조정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교수=각국이 엄청난 재정 투입으로 금융위기를 진정시키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국내시장에 8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있고 지속적으로 양적완화정책을 펴다 보니 하이퍼 인플레이션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당장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지는 않더라도 중소기업, 기술개발 등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정책을 펴야 한다.

▶방 사장=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아직 실행에 옮길 때는 아니지만 정부는 언제든지 카드를 꺼낼 수 있도록 컨틴전시플랜(비상대책)을 갖춰 두고 대비할 필요는 있다.

▶한 이사장=출구전략을 잘못 사용해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이다. 재정을 풀었으면 어떤 수순으로 이를 회수할지가 문제인데 소비를 자극하는 것은 쉽지만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도 원칙을 세워 재정건전성을 하나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사회=올 들어 주가도 상당 폭 올랐고 아파트 값도 일부 지역에서 금융위기 전 수준에 근접한 곳이 생겨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전망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황 회장=현 경제상황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추세를 살펴보면 회복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앞으로 주가는 기업들의 실적에 반응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실물경제 회복 수준은 미약한 단계다.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다소 보수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문화가 많이 달라져 장기투자는 기본이 됐고 이제는 분산투자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한 이사장=과거에는 저축이 항상 투자에 비해 모자랐지만 이제는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자금이 남아도는 상황이다. 과잉 유동성은 앞으로도 계속되고 금리 역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대체 투자수단에 관심을 보일 때가 아닌가 싶다.

[특별취재팀=임규준 증권부장 / 서정희 금융부장 / 박봉권 차장 / 장용승 기자 / 정욱 기자 / 손일선 기자 / 박유연 기자 / 이재화 기자 / 최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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