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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VS 두산 법정공방 비하인드 스토리..5000억짜리 술상에서 ‘푼돈 타령

이경희330 2009. 5. 6. 23:58

소주 ‘처음처럼’을 사고 판 롯데그룹과 두산그룹이 법정 싸움을 벌이게 됐다. 두산이 ‘주류부문 매각대금 98억 원을 덜 받았다’며 롯데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반환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롯데 역시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두산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쌓인 앙금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앞으로 두산과는 어떠한 거래도 하지 않겠다.”

지난 3월 두산주류 인수를 위한 최종 절차를 끝내고 난 뒤 롯데의 한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두산도 M&A 내내 협상 대상이었던 롯데에 대해 불만이 가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일각에서는 ‘롯데 불매운동’이 벌어질 정도였다고 한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원상태로 되돌리자는 주장도 나왔다”고 귀띔했다.

두산과 롯데의 감정이 틀어진 것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두산이 매각대금을 부풀리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설이 불거진 것. 당시 한 M&A 전문가는 “친 두산 계열로 분류되는 사모펀드가 뛰어들면서 두산주류의 가격이 예상 외로 올라가자 이러한 소문이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논란이 일자 두산 측이 극구 부인하며 해명에 나섰고 우여곡절 끝에 롯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미 양사의 감정의 골은 파일 대로 파인 상태였다. 올 1월 계약금 500억 원가량에 본계약을 체결한 후 지난 3월 2일 나머지 잔금 4500억 원을 치르기 전까지 약 두 달간 롯데와 두산은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고 한다.

‘두산에 당해 비싸게 샀다’는 말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서도 뭔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여겼던 롯데가 먼저 공세를 가했다. 두산이 국세청에 납부한 주세 선입금 600억 원을 돌려달라고 하자 ‘계약할 때 이러한 사항은 없었다’며 응하지 않았던 것. 2009년에 내야 할 세금 중 일부를 미리 낸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산은 이러한 롯데 측 입장에 불만을 터트렸다. 당시 두산 내부에서는 ‘밀려서는 안 된다’는 강경론이 대세였지만 계약 마무리를 앞두고 마지못해 뜻을 굽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두산의 마찰은 양측이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후에도 계속됐다. 이번에는 사무실 임대료가 논란이 됐다. 롯데 M&A 실무팀은 두산과의 협상을 위해 두산타워 빌딩 28층 내 사무실 한 곳을 무료로 빌려 사용했다. 당초 이 사무실의 무료 사용 기간은 M&A가 끝나는 3월 2일까지였지만 집기 이전 등에 시간이 걸리면서 3월 8일에야 사무실을 비웠다고 한다.

두산은 롯데 측에 ‘계약 기간 이후 6일 동안 사용한 사무실의 임대료로 900만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롯데는 발끈했다. 5000억 원이 넘는 거래를 성사시켰는데 고작 수백만 원대의 비용을 청구한 것은 지나치다는 게 롯데의 입장이었다. 크지 않은 액수이니만큼 롯데는 별다른 대응 없이 900만 원을 지급하긴 했지만 내부에서는 두산을 향한 비난이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롯데와 두산의 첨예한 대립은 부채를 둘러싸고 정점에 달했다. 두산은 지난 1월 본계약시 맺은 ‘주류부문의 2007년도 대차대조표와 매각대금 잔금지급일인 3월 2일 사이에 순자산 변동이 있을 경우 그 증감분을 정산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롯데 측에 98억 원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이 기간 동안에 두산이 98억 원의 부채를 갚아 순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에 이를 되돌려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롯데는 “두산의 계산 방법을 납득할 수 없다”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두산의 98억 원 부채 청산을 순자산 증가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삼일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양측이 주장하는 것에 모두 일리가 있다. 회계 기준에 따라 다르게 볼 수밖에 없어 결국 법원이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부채 문제는 M&A 협상 과정에서도 양측이 신경전을 벌였던 부분이다. 각각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롯데와 두산의 주장이 상반돼 쉽게 절충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 ‘재무제표의 기초부터 배우고 와라’ 등의 말싸움을 주고받던 양측은 M&A 종결 계약을 앞두고 ‘소송을 통해 나오는 결과에 따라 처리하자’는 합의를 도출해 냈다.

이것이 결국 법정분쟁의 씨앗이 된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나 롯데 모두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M&A 베테랑 기업들이다. 공격적인 두산과 방어적인 롯데의 스타일이 워낙 달라 태생적으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M&A였다”고 평하기도 했다.

결국 두산은 롯데로부터 모든 매각잔금을 받은 지 열흘 뒤인 3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롯데를 상대로 98억 원 반환소송을 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지난 4월 21일 두산 측이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를 두고 롯데의 한 관계자는 “원래 소송을 통해 해결하기로 돼 있던 사안이었는데 두산이 마치 새로운 일인 양 언론 등에 공개하며 이슈화했다”며 불쾌해하기도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