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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VS 아시아나 못말리는 공중전..넌 지성 땜에 뜨냐 난 연아 땜에 난다

이경희330 2009. 4. 27. 23:40

지난 6일 대한항공과 후원 계약을 맺은 김연아.

재계의 대표적인 라이벌을 꼽으라면 금호아시아나와 한진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두 그룹은 재계서열(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하고 금호아시아나 8위, 한진 9위)을 비롯해 육·해·공 물류 관련 모든 분야에서 사활을 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펼치는 공중전은 가장 치열하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올해 역시 물류업계의 이들 ‘양 날개’는 사사건건 공방을 주고받으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지난 4월 6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건물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배 아파할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대한항공이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와 후원 계약을 맺는 행사를 개최한 것. 이번 후원으로 김연아는 2010년 3월까지 국제대회 및 전지훈련에 참가할 때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전 노선에서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김연아 부모와 코치진 역시 프레스티지석 다섯 매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사실 김연아의 ‘상품가치’를 먼저 알아본 것은 아시아나항공이었다. 지난 2007년 4월 아시아나항공은 김연아를 명예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취항하는 전 노선의 비즈니스클래스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김연아는 광고 모델로도 활동했고 아시아나항공은 비행기에 김연아의 스케이팅 모습이 담긴 사진을 붙이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계약을 맺을 당시만 해도 김연아는 피겨 유망주 수준이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후원을 받게 된 지금 김연아는 국내 최고의 스포츠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홍보효과도 뛰어나 기업들이 원하는 광고모델 영순위로도 꼽힌다. 김연아를 놓친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캐나다 노선이 없는 관계로 김연아 선수가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김연아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김연아와 후원 계약을 맺는 자리에 이례적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외아들 조원태 여객사업본부장과 막내딸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기획팀장이 참여한 것에서부터 감지할 수 있을 듯하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총수 자녀들이 김연아와 사진을 찍고 또 그것을 언론에 공개하는 건 좀 지나치다’라는 비아냥거림이 들려오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김연아 이외에도 ‘홈런왕’ 이승엽,‘마린보이’ 박태환, 골프선수 신지애 나상욱 등을 후원하고 있다. 김연아는 뺏겼지만 아시아나항공 역시 후원자 면면은 대한항공에 뒤지지 않는다. 우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과 ‘탱크’ 최경주가 있다. 또한 메이저리거 박찬호도 1998년부터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이밖에 축구 국가대표팀과 지휘자 정명훈 등도 아시
아나항공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이처럼 김연아를 놓고 양사의 명암이 엇갈렸지만 올해 출발은 아시아나항공이 좋았다. 지난 1월 28일 ‘항공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적 권위의 항공전문지 의 ‘올해의 항공사’로 선정된 것. 국내 최초였다. 당시 아시아나항공 측은 “국내 항공업계의 위상을 높이고 대한민국 민항 60년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며 축포를 쐈다.

특히 ‘올해의 항공사’는 대한항공 역시 호시탐탐 노려온 것으로 알려진 터라 후발주자인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더욱 기분 좋은 상이었을 듯하다.아시아나항공 수상 소식에 대한항공은 ‘모두 잊어버리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에는 ‘그동안 받은 수많은 상들을 깨끗이 잊어버리고자 합니다. 상보다 고객 여러분께 듣는 칭찬 한마디가 저희에겐 더 소중하니까요’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올해의 항공사’ 수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아시아나항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수상 전부터 계획한 광고였다”고 설명했다.4월 초 공개된 지난해 실적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양사 모두 유가 급등으로 인해 적자로 전환되긴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은 22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으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얻은 데 반해 대항항공은 2조 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 역시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에서 한진을 눌렀다.절치부심하던 대한항공은 초강수를 던졌다. 지난 4월 8일 국토해양부의 ‘중국 5자유 운수권’(중국을 경유할 때 중국에서 승객이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권리)과 관련, 국토해양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당초 대한항공만이 주 7회 운수권을 신청했는데 국토해양부가 신청 마감일 이후 별도 접수를 받아 아시아나항공에 주 3회를 배분해준 것이 발단이었다.

대한항공 측은 “복수항공사 체제 이후 운수권 배분과 관련한 절차는 엄정하게 준수돼 왔다”면서 “신청 마감 5일이나 지난 후에 아시아나항공에 운수권을 배분해준 것은 재량권의 남용과 일탈”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은 “계산 착오로 뒤늦게 신청한 것이다. 중국 무단장(牧丹江) 주 3회 운수권을 독점 배분받은 대한항공이 5자유 운수권도 독점하기 위해 소송까지 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반박했다.

이런 공방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항공권 운수 신청 마감 시한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주 6회 이상 운수권 배분은 복수항공사가 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추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두 항공사 간 경쟁이 소비자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본격적인 수학여행 철과 5월 황금연휴 등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이 좌석난 해소를 위해 제주행 임시 항공편을 편성하자 이에 질세라 대한항공도 추가 편성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양사의 싸움이 마타도어식의 비난으로 번질 때가 빈번해 ‘지나친 신경전은 자제해야 한다’는 재계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높다.때로는 루머의 진원지로 상대방이 의심받을 때도 있다. 올 봄 급속히 번진 금호아시아나 총수 일가와 관련한 근거 없는 소문은 ‘대한항공에서 나왔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 전에는 반대로 한진 총수 일가에 관한 소문의 출처로 아시아나항공이 지목된 바 있다.

규정위반 등 자사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우선 라이벌을 의심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를 대표하는 두 항공사가 진흙탕 싸움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말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