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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이 창의혁신을 이룬다/김충용 종로구청장

이경희330 2008. 3. 6. 00:17
도전이란 승부의 세계에서 더 나은 수준에 승부를 거는 행위라고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다.

▲ 김충용 종로구청장
나는 늘 나 자신에게 도전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두차례 구청장을 하면서 소신껏 종로 구민을 위해 일하고 많은 보람도 느낀다. 직원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열정으로 구민을 대하라.”“현재에 머물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 자신은 직원들 앞에서 과연 얼마나 솔선수범을 하고 있나.’라고 자문하면 솔직히 답이 궁색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모습과 행동을 보여 주어야 할까를 고민했다. 늘 머릿속에 맴돌던 킬리만자로가 떠올랐다. 내 나이 70세라 힘이 많이 들겠지만 더 늙기 전에 한번 등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미국인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 등장하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굶고 얼어 죽을지언정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과 희망을 갖고 도전하자는 메시지를 종로 가족에게 전하고 싶었다. 나는 몇달 전 배낭 안에 태극기와 종로구청기를 소중히 챙겨 넣고 킬리만자로 등반 도전에 나섰다.

내가 킬리만자로에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만류했다.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와 케냐 접경 지역에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해발 5895m)이다. 고령에 그렇게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느냐고 염려했지만 지인(知人) 몇몇이 뜻을 모아 아프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산행은 6일 동안 계속됐다. 첫날 일행은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에 큰소리로 감탄사를 터뜨리고, 유쾌하게 떠들었다. 하지만 산을 오를수록 점점 침묵했다.

어둠이 내리면 캠프에서 잠을 청하고 아침에 다시 산을 올랐다. 묵묵히 땅만 보고 걷던 일행이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나는 본래 말수가 적고, 몸이 마른 편이라 생체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모양이다. 내 자신은 등반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데 주로 덩치가 크고 말을 많이 하던 분들이 하나둘씩 앰뷸런스 신세를 져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령임에도 무난히 산 허리에 오르자 외국인 등반객들도 나를 격려했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 킬리만자로의 정상에 섰는데,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넓은 고원에는 이곳이 정상이라고 알리는 푯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 아래를 내려다보자 원시의 신비를 느끼는 감동이 밀려왔다. 몇달을 두고 꿈꾸던 일을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이 벅차게 다가왔다. 산을 내려오는 길에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생각했다.

안내인은 킬리만자로를 등정한 최고령자가 72세라고 했다. 나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5년쯤 후에 다시 와서 그 기록을 깨자는 욕심이 생겼다.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요즈음 공직사회에 불고 있는 창의와 혁신의 바람은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창의와 혁신이 바로 도전정신이 아닌가. 지금까지 하지 않던 일, 잘못되고 불편해도 그대로 진행하던 일, 관행을 앞세워 꽁무니를 빼던 일, 이런 일들을 바꾸자는 게 창의와 혁신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용기와 결단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공무원이 손가락질 받던 시대는 끝났다. 도움을 청하는 민원인에게는 고압적이던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단속에 걸리면 신분을 속이는 한심한 꼴을 보여서도 안 된다. 창의와 혁신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김충용 종로구청장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