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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비정규직' 다시 도마위에

이경희330 2009. 1. 10. 16:16

명지대, 행정조교 대량해고 논란..."행정 연속성 고려않고 관련법 악용"

지난해 연세대의 용역직원 임금 체불 사태에 이어 최근 명지대의 행정조교 대량 해고 논란으로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명지대가 행정조교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법안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관계자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명지대가 행정조교 대량 정리해고 논란을 겪고 있다. 명지대 행정조교들은 지난 5일 명지대 인문캠퍼스 본관에서 정리해고와 관련해 학교 측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행정조교 해고는 비정규직법안 악용(?)
=지난 5일 명지대 인문캠퍼스 본관 앞. 10여 명의 명지대 행정조교들은 ‘고용안정 보장받고 일한 만큼 대우받는 고용환경 창출하자’는 현수막과 함께 "학교 측이 행정조교들을 정리해고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명지대는 지난해 8월 40명의 행정조교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오는 2월 말 90여 명의 행정조교와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예정이다. 

서수경 전국대학노동조합(이하 대학노조) 명지대 지부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교라고 하면 대학원생이 1~2년 잠깐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장 13년 동안 일해 온 사람도 있다”면서 “오랫동안 근무해 온 조교들의 행정 연속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해고했다”고 비판했다.

명지대의 행정조교 정리해고 논란이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로 확대되는 이유는 시기상 비정규직법안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6년 국회를 통과한 비정규직법안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는 ‘2년 이상 기간제(계약제) 근로자’의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조항은 계약기간 2년 내에는 해고가 가능하다는 역해석도 나와 노동계 관계자들은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홈에버는 법안 통과 후 비정규직 600여 명을 감원, 논란이 된 바 있다.

서 지부장은 “일반 조교는 비정규직법안의 기간제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학교 측은 조직 슬림화를 이유로 2년 이상 근무한 일반 조교를 모두 내보내려 하고 있다”며 “학교 측은 ‘2년 이상 정규직화’라는 비정규직보호법안을 악용해 조교들에 대한 집단 계약해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교 측은 효율적인 조직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뤄진 조치일 뿐 비정규직법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권철안 명지대 교육지원처장은 “계약이 만료된 것이지 정리해고는 아니다”라면서 “만일 90명을 해고하고 90명을 새로 쓴다면 비정규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겠지만 누구를 겨냥해 해고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 처장은 “많은 숫자의 보조 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조교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고 적합한 직원 숫자도 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해법 찾기에 나서야=대학노조에 따르면 현재 대학 내 비정규직은 전체 직원의 60%에 이르고 있다. 즉 직원 10명 중 6명은 행정조교·용역 및 파견 직원 등 비정규직인 셈이다. 명지대의 행정조교 정리해고 논란이 설령 비정규직법안과 무관하다고 해도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는 마치 실타래와 같아 묘수 찾기가 요원하다. 무엇보다 대학 관계자들은 재정 부담을 토로한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대학들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 4대 보험 비용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드는 비용은 상당한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재정 부담을 이유로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를 손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대학의 의지다. 실제 숭실대·한국외대 등 일부 대학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단행하기도 했다.

또한 노동계 관계자들은 교수사회의 인식변화와 시간강사 문제해결이 대학 내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정이 대학노조 정책국장은 “대학에서 주류는 교수사회이고 교수들은 직원을 소모집단으로 본다”면서 “교수들은 조교를 수족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조교제도를 없앨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우려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 국장은 “교수집단에 대비해 시간강사집단이 있는데 시간강사 문제를 풀면 나머지(비정규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