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사회

대통령 주변 사람들 현장을 너무 모르는게 문제일까? 차기정권 준비일까?

이경희330 2008. 11. 12. 23:30

   
▲ 약력 : 1950년 충남 홍성 출생 / 행정고시 15회 / 충남경찰청장 / 15~16대 국회의원 / 현 충남도지사

“충남도지사가 아니라 요즘에는 그냥 ‘이완구’로 통한다고 합니다.” 지난 11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지사의 인지도는 최근 부쩍 높아진 느낌이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지사는 이날 예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권선택 자유선진당 원내대표와 만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데 짬을 내 <시사저널>과 만났다.

표정은 밝았고 목소리는 힘찼다. 그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는 역사와 후손들에게 어떻게 평가받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현실을 너무 모른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도지사는 도지사에 걸맞은 처신을 해야 한다”라며 향후 공격적이기보다는 신중하게 행보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국적인 인물이 된 것 같다.

국회의원을 두 번 지냈고, 충남도지사가 된 뒤 최근 언론에 많이 보도되어 그런 것 같다. 정치인이야 부고 소식 외에는 다 좋은 것 아닌가. 주목되는 것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나중에 심판·평가를 받으니 옳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주목된다고 좋아할 것만은 아니다. 자신이 한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나 나나 신중,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5년 후, 10년 후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공장 부지 값이 더 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자산 가치는 올라갈지 모르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업들이 지방으로 안 오거나 지방에 있는 첨단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돌아가면 인구가 늘어난다. 당연히 교통이 혼잡해지고 환경 오염이 심해진다. 수도권 사람들이 좋아할까. 3~5년 안에 밀어닥칠 일이다. 학교도 더 지어야 한다. 지방에는 학교가 1년에 100개씩 없어진다. 반면 경기도는 3년 동안 300여 개, 인천은 100여 개를 지어야 한다. 학교를 새로 만드는 데만 4조~6조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누군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반대로 지방은 도태되고 공동화된다. 산업 기반이 붕괴될 것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전체적으로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앞날이 상당히 좋지 않게 될 것이다. 이 문제를 경기도가 어떻고 충남이 어떻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역사나 후손, 국민에게 어떻게 평가될까 하는 두려운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경기도와 충남, 이런 대결 구도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큰일 난다.

자치단체장들이야 자신의 입장에 따라 이런저런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아닌가?

그렇다. 방법이 서툴렀다. 정무적인 판단이 전혀 없었다. 지금 지방이 더 어렵다. 지방에 대한 교육·문화·의료·인프라 대책을 먼저 발표하고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풀어가는 수순을 밟았으면 부작용이 지금보다 덜했을 것이다. 이제라도 상생의 모델을 창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이 정치인이나 국가 지도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대립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상생의 모델이라면?

사람들이 왜 수도권으로 모여드나? 교육·의료·문화·인프라 등 때문 아니냐. 이런 것들을 지방에 먼저 보강해주고 수도권의 문제점을 발굴해서 풀어주면서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정책을 펴나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정부는 이달 말 지방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방적으로 발표하지 말고 정부가 먼저 시도 지사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면서 의견을 공유하는 가운데 공감대를 넓혀야 한다. 그래야 동의나 양해는 안 된다고 해도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개발 이익을 환수해 지방에 돌려주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수도권이 동의할까? 반감이 생길 것이다. 이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지방민들 입장에서 봐라. 독립성·경쟁력·자존심 문제가 있다. 언제까지 중앙 정부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정서상 안 맞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지방 소득세·소비세를 도입해 지방 재정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는데 웃기는 얘기이다. 아니, 서울·경기·인천은 지방이 아닌가. 서울·경기·인천은 제외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은데 거기도 지방자치단체이다. 지방보다 수도권에서 세금이 훨씬 많이 걷힌다. 그러면 빈익빈 부익부 얘기가 또 나온다. 정말 답답한 사람들이다. 깊게 고민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과 대화했으면 무슨 소리냐고 얘기했을 것이고 그러면 생각을 바꿨을 것 아니냐. 너무 쉽게 가는 것 같다. 또, 국민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판단해봐라.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으로 가면 되겠나.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화합과 통합,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국가를 책임지는 국회·대통령·도지사들의 임무이다. 나는 할 얘기 할 만큼 다했다. 판단은 국회와 대통령이 하라.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충남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 아닌가.

이 문제는 지방의 문제이자 수도권의 문제이다. 풍선을 불다보면 어느 시점에서 터진다. 지금 수도권은 과밀화되어 있다. 감내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이에 대해 검토한 적이 있나? 내가 경기도지사라면 그것부터 했을 것이다.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면 안 된다, 여기까지 규제를 완화하면 터진다고 말했을 것이다.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래야 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고 말한다.

단순 논리이다. 땅값이 더 올라갈 텐데 외국과 경쟁력이 있나? 2007년 7월에 전경련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가는 이유는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30%, 인건비 등이 비싸서가 20%, 땅값이 비싸서가 20%였다. 추상적으로 말하지 말고 지금 외국으로 나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땅값 때문에 나갔는지, 인건비 때문인지, 한 번 설문조사를 해봐라. ‘수도권 규제 완화’ 주장만으로는 논거가 빈약하다.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이후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의 갈등이 커진 것 같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현장을 너무 모른다. 현장을 알고 실증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정책을 입안했다고 보지 않는다. 책상에 앉아서 논의하지 말고 현장에 와서 봐라. 지방에도 상수도·안보 보호구역이 있다. 돼지 우리 하나 마음대로 못 짓는다. 면에서 1년 동안 아기 울음소리 한 번 듣기 어려운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인가.

경기도의 경우 포천·파주·의정부 등 경기 동북부의 문제는 이해하고 인정한다. 개별법으로 풀어줘 낙후 지역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대통령도 현장을 모른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나는 모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는 잘 아는 사이 아닌가?

같은 시기에 정치를 시작했다. 말이 통한다. 다만, 서로 사안을 보는 시각·철학의 차이가 클 뿐이다. 지난 전국체전 때 만나 협력하자면서 손 맞잡고 껄껄 웃었다. 친하다. 언제든 서로 대화할 수 있고 개인적으로 아무런 유감이 없다. 경기도지사로서 경기도민의 고충을 얘기했다고 이해한다. 해법을 잘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정우택 충북도지사가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온 뒤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동의하나?

게임은 끝난 것이 아니다. 뭐 이렇게 성급하게 보나.

이지사는 한나라당 소속이다. 한나라당을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시대, 어느 정당이나 문제점이 없는 정당이 어디 있나. 완벽한 정당이 있겠나. 더 노력해서 민심을 얻어야 한다.

충남에서는 자유선진당의 세력이 강하다. 한나라당은 인기가 약하다.

인기가 약하지만 도지사가 버티고 있다.

한나라당을 탈당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이다.

지식경제부 평가에서 충남이 전국 지자체 가운데 외자를 가장 많이 유치한 지자체로 선정되어 정부로부터 대통령상을 받았다.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공무원들의 열정과 충남이 갖고 있는 장점 그리고 지사의 의지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이루어낸 성과이다. 경제부지사와 민간인 투자담당관을 만들고 투자하려는 사람이나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행정 서비스를 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땅값, 안정된 노사 문화, 철강이나 반도체, 석유화학 같은 기간 산업이 튼튼하다는 점도 보탬이 되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외자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소종섭의 다른기사 보기  
ⓒ 시사저널(http://www.sisa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