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주는 미국과 북한의 서로에 대한 떠보기에 불과 |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이고, 음악의 어머니는 '헨델'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리라. 뭐 물론 시험에 출제되는 것을 대비한 암기였지만 말이다. 그런데,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는 남자요, 헨델은 음악의 '어머니'라 했으니 당연히 여자인줄 알았고, 둘 다 남자인 것을 안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정도로, 클래식에는 무지했는데... 오늘 이렇게 오케스트라라는 제목을 적고 보니, 연주의 주 대상인 클래식에는 이같이 문외한인 나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있지만, 글의 소재가 클래식 음악 자체가 아닌, 연주의 의도와 이에 연계된 주변의 것들이기에, 그나마 다행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며칠 전부터 그리도 떠들어대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공연에 대해 몇자 적어본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비엔나 필하모닉과 함께, 세계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불려지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 뉴욕 필하모닉이 평양에서 공연을 가졌다. 독점 중계를 맡은 mbc에서는 수일 전부터 이를 대대적으로 광고해댔고, '역사적인 일'이라는 문구까지 등장함에, 호기심에 들여다 본 연주실황. 뭐 연주하는 곡에는 별 관심이 없는 관계로, 무대의 분위기와 곡을 듣는 평양시민들의 반응 등을 주로 살펴보았는데.. 무대의 좌우로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세워졌고, 북한의 국가에 이어 미국국가가 연주된다. 이를 두고 국내외 언론들은, '한국 전쟁 이후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된 것이 처음이고, 성조기가 아무런 제재없이 내걸리는 등 양국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는 식의 기대어린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또한 "앵콜 곡으로 '아리랑'이 연주될 때는 벅찬 감동의 물결이.."라는 예의 '민족'을 부각시키며 '우리는 하나다'라는 북한의 구호에 충실한 모습이었고 말이다. 그러나 北에 대한 태생적 거부감을 가진 나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여기서 그 어떤 감동도 느낄 수 없었다. 그것은 그 연주를 듣는 평양시민들의 반응, 즉 무뚝뚝하니 눈만 껌벅대고 곡이 끝나면 마치 삼삼칠 박수의 그것처럼, 녹음된 건조한 박수소리를 듣는 듯한 버석거림을 보고 들었으니 말이다. 다른 식으로 표현한다면, 지금은 없어진 본 영화가 상영되기 전 은막에 비춰지던 '대한 늬우스'를 보는 관객의 모습이랄까.. 과연 그들이 자발적 의지로 입장해, 그간 적대관계에 있던 국가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으며,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꿈꾸며 환호한 이들이었을까? 아니면 '김정일 지침'에 군말없이 따르는, '개인의지'는 이미 오래 전에 상실한 획일적인 박수부대였을까? 또한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했지만, 공중파 방송에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는,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과의 월드컵 예선전에서의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의 불허는 또 어떠한가? 북한이 적대시하는 국가의 국기 게양과 국가 연주는 허용하면서도, 핵개발 자금까지 갖다바치며 손바닥을 비벼댄 대한민국에는 얄짤없는 박대를 해대는 모습은 무얼 의미하는가? 장시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일관된 거부의사로 인해, 결국은 FIFA의 결정을 기다린다고 하니, 이 무슨 세계적 웃음거리인가 말이다. 이같은 이중잣대로 대한민국을 비웃는 북한에는 아무 말없이, 오로지 '감격의 눈물' '벅찬 감동' '역사적인 무대'등의 역겨운 수식어로 미화하기만에 바쁜 언론들. 그리고 나대기 좋아하는 진중권이는 왜 입에 본드만 발라대며 아무 말이 없는가? 영화 '디 워'의 엔딩곡으로 '아리랑'을 삽입했다고 해서, '싸구려 애국주의' 운운하며 입에 거품물며 눈돌아가던 이가 아니었던가? 뉴욕 필의 마지막 앵콜 곡으로 연주했던 '아리랑'은 왜 '우리 민족끼리'라서 오히려 만족하며 음습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 박수쳐대고 있는가? 똑같은 놈들의 똑같은 이중잣대의 犬짓거리. 참으로 뭐같은.. 잠시 시민들의 반응이라며 끄적인 기사내용을 들여다보자.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을 들으면서, 너무나 평화로워 나도 고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흐르며 북한 관객들의 모습이 화면에 비치는데, '저 사람들도 나와 같이 고향생각을 하고 있겠구나'싶어 동질감이 느껴졌다" "공연을 지켜보면서 음악적인 문제를 떠나, 냉각된 북미관계를 해소해 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등등... 과연 그럴까? 이번 연주는 미국과 북한의 서로에 대한 떠보기에 불과할 뿐이다. 중단된 6자회담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조금은 더 미화시키려는 속내에서 말이지. 개념없기는.. 북한은 이런 연주상황과는 별개로, 한미간의 군사연습과 '독수리 훈련' 실시 계획에 대한 비난을 해대고 있음은 눈에 안보이나 보지?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해외로부터 증강되는 수많은 미군 무력을 조선전선에 신속히 이동 전개하기 위한, 작전능력을 검토 강화하기 위한 전쟁책동의 일환" "미국이 말로는 '대화'와 '평화'의 방법에 의한 문제 해결을 운운하지만, 실제에서는 전쟁준비를 발광적으로 다그치고 있다" "미국이 새해 벽두부터 최신 전투비행대대를 남조선에 끌어들이고, 조선반도 주변에 공군무력 증강책동에 광분하고 있는 것은, 군사적 힘에 의한 대조선 압살기도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것" "용납못할 도전이고, 정세를 군사적 대결과 전쟁국면에로 몰아가는 위험천만한 도발행위"라는 북한의 주장을 보고도, '평화'와 '동질감'을 주억대며, '미국과 북한의 관계 발전'을 읊조리는, 몽상가의 잠꼬대를 하는가 말이다. 연주 3일 전부터 인민들에게 유선망을 통한 방송을 알렸고, 북한 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으로 생방송을 송출하며, 지금껏 최대인원인 130여명 취재진의 방북을 허용하고, 사진과 함께 발빠르게 보도를 해댄 북한.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한민국과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비난을 해대는 그들. 이같이 비록 한쪽 얼굴은 웃는 듯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반쪽의 얼굴은 야누스의 그것임을 정녕 알지 못하겠는가? 이런 결코 변하지 않는 북한의 본질과 속성은 보지 못하고, 그저 보여주기식 그것도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한순간의 제스츄어에 넘어가는 어리석은 이들.. 예전 노무현의 방북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대한민국 대통령의 북한방문보다 일개 오케스트라의 방북에, 더더욱 선전에 열올린 이번 공연. 이는 결국 무슨 의미겠는가? 아무리 지난 두 정권이 묻지마 퍼주기로 갖은 아양을 다 떨어도, 북한이 보는 대한민국은 뭐 하나 함께할 생각 자체가 없는, 그저 찔러대기만 하면 영락없이 바쳐지는 '달러 조공국'에 불과할 뿐이고, 협상과 대화의 대상은 결국 미국이라는 시각임에, 대한민국은 완전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지, 뭐. 이런 극히 기초적인 북한의 속내조차 읽지 못하는, 아니 애써 외면하기에 바쁜, 매체와 어리버리 국민들. 언제쯤 이같은 눈뜬 장님의 청맹과니 생활을 청산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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