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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에서 이필상교수는 정부가 더 거둔 세금을 서민들의 생활고를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경희330 2008. 6. 19. 23:26

[경제]고유가 민생대책 ‘여전히 꼼수?’

  뉴스메이커 780호

유가 인상분 환급은 지나친 인기영합주의… “몇 푼 주고 촛불시위 그만하란 것이냐”

지난 6월 8일 정부가 발표한 고유가 민생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경제 불안기에 정부가 재정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물가 불안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환율과 금리 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의 핵심은 빠진 채 포퓰리즘에 매달린 대책이라는 것이다. 승객들로 꽉 찬 지하철과 한산한 도로의 모습. <남호진 기자>

최근 정부가 고유가와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덜기 위해 기름값 환급 등의 민생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촛불시위와 고유가로 화가 날대로 난 민심을 수습하느라 ‘발등의 불’을 끄는 식의 동시다발적 대책을 쏟아내다 보니 무리하거나 졸속으로 흐를 우려가 크며, 그 효과마저 의문시된다는 분위기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유가로 급격해진 민심 이반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 6월 8일, 세금 환급이라는 초유의 극약처방을 내놨다. 정부가 발표한 고유가종합대책에 따르면 근로자는 지난해 연간 소득 수준에 따라 3000만 원 이하는 24만 원, 3000만~3200만 원은 18만 원, 3200만~3400만 원은 12만 원, 3400만 원 초과는 6만 원의 환급금을 소득세 환급 방식으로 돌려준다. 자영업자도 종합소득금액(2007년분)을 기준으로 2000만 원 이하는 24만 원을 받고 ▲2000만 원 초과~2130만 원은 18만 원 ▲2130만 원 초과~2260만 원은 12만 원 ▲2260만 원 초과~2400만 원은 6만 원을 받는다. 정부가 산정한 지급액 24만 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부담 증가분(48만 원)의 50%에 달한다. 이는 소득을 5분위로 나눴을 때 1~3분위에 해당하는 중·저소득층의 월 교통비 증가액 4만 원의 50%로 계산한 것이다.

경유를 쓰는 버스나 화물차, 연안화물선 등 대중교통·물류사업자들은 경유 사용량에 따라 환급금을 지원받는다. 다음 달부터 1년간 경유 가격이 ℓ당 1800원 이상으로 오르면 인상분의 50%를 돌려받는 것. 경유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도 있어 환급금 상한선은 ℓ당 476원으로 정했다. 농어민에 대해서도 경유값이 ℓ당 1800원을 넘는 부분의 50%를 지원한다. 환급금 상환액은 ℓ당 183원이다. 1t 이하의 자가 화물차 또한 경차나 경승합차처럼 연간 10만 원 한도 내에서 유류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이밖에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중 중증장애인은 1년간 월 2만 원의 유가보조금을 받으며, 기초보장 생계급여 및 장애수당 지급 계좌에 매월 말일 ‘에너지 보조금’ 명목으로 입금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세계잉여금 중 3조3000억 원과 추가경정을 통해 10조여 원의 막대한 금액(지난해 예산의 5.3%)을 끌어올 계획이다.

최고 월 2만 원 불과 실효성 적어
이번 대책은 유가 급등을 감내하기 어려운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지금까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세금을 깎아주던 유류세 인하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와 달리 유가 환급금 지급은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며, 연간소득 3600만 원이 넘는 근로자나 연소득 2400만 원 초과 자영업자는 유가환급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돼 유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이 발표되자 시장과 서민들은 ‘반가움’보다는 ‘여전한 꼼수’라는 반응이다. 이번 유류세 환급으로 근로자 980만 명과 자영업자 400만 명 등 모두 1380만 명이 혜택을 보지만,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고유가로 인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가 퇴색됐다는 지적과 함께 촛불시위를 끄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저소득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이 받는 최고 연 24만 원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매달 지원받을 경우 금액이 월 2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음 등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정부 유가대책 발표 기사와 관련해 “몇 만 원 쥐어주고 촛불시위 그만하라는 것이냐”는 등 비판적인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총파업을 준비 중인 화물연대도 “경유 기준 가격을 1800원으로 정해 유가 인상분의 50%를 환급하겠다는 현 유가가 ℓ당 19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50원 정도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수준”이라며 “기준가가 1500~1600원선은 돼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유가 추가 상승하면 효과 사라져”
게다가 급하게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렸다. 우선 유류세 환급은 유가가 최소 120~13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 것이어서 만일 유가가 하락할 경우 마땅한 대체 재원이 없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유가 하락 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부분에서 세수를 확대해 이를 충당하거나 가용 예산을 대폭 감축해 충당해야 하는데, 대부분 유휴재원을 이번 고유가 민생대책에 쏟아붓기로 한 상황이어서 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가 환급’을 중단하거나 국채 발행 등 나라 빚을 늘려 메워야 하지만 이 두 가지 해결책 역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훼손과 부채 증가라는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발표한 유가환급금 등 대책에 대해 시민과 네티즌 들은 “사상 초유의 대국민 촌지다” “미국 쇠고기로 성난 민심을 돈으로 달래겠다는 것이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한승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이 ‘고유가 민생대책’을 발표한 후 인사하는 모습. <강윤중 기자>

이에 대해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더 거둔 세금을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 위해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유가가 추가적으로 오를 경우 효과가 사라지는 미봉책이라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이 경우 서민들의 생활고는 급속도로 악화하고 정부 지원금의 흔적은 사라진다. 그리고 경제는 더 큰 물가 불안의 회오리에 휩싸인다”고 지적했다.

중복지원 문제도 논란이다. 경화물차를 소유한 자영업자는 개인당 지급되는 유가 환급과 차량 보유에 따른 유가 환급 두 가지를 모두 적용받는 만큼 중복지원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고, 대책의 상당 부분이 서민층을 대상으로 했지만 일부는 맞벌이 부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측면도 있다. 이는 유가 환급금이 가구별이 아닌 사람 수별로 지급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으로 부양가족 여부나 재산 상태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나타난 문제다. 이에 대해 이용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대중교통 이용자 측면에서 보면 가구별보다 개인별 지원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면세점 이하 근로자들이 소득세는 안 내더라도 다른 세금을 내고 있어 이를 돌려주는 의미에서라도 저소득층을 먼저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성장 위주 정책을 펴오던 이명박 정부가 국민 생활에 직접 도움을 주는 데 재정을 쓰기로 한 것은 전향적 처방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조치의 핵심이 고유가로 고통받는 저소득층에 대한 민생 안정 지원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내심 바닥으로 치고 있는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수준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하반기 중 시행하면 0.2% 포인트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소비 진작을 통해 부분적인 경제 성장이 뒤따른 것은 부수적인 효과”라고 밝혔다.

그러나 10조 원을 투입하지만 추락해가는 경기를 살리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소액씩 지원하기 때문에 경기부양 측면에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며, 현재와 같은 인플레 상황에서 정부 재정을 투입해 경기 진작에 나서는 것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큰 만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고유가 대책 재원의 절반을 넘는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중앙은행에 예치된 예산에서 나올 예정”이라며 “시중에 돈이 풀린 만큼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국내 경기 둔화는 완만한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기조적인 물가 상승 국면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가시적인 물가 안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임을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홍종학 경원대 교수도 “임시방편적인 대책은 그 돈의 흐름이 한곳으로 몰리는 등 부작용을 수반한다”며 “세금 환급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독과점 규제 강화, 경쟁 위주 교육 정책 폐기 등 전방위적인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부양 측면에서도 효과 미미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도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공정한 고통 분담을 한다는 원칙이 분명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유와 통신, 카드와 금융 등 시장의 횡포를 못 본 체하는 정책을 시장논리로 포장하는 한 공정한 고통 분담이라는 논리는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세금환급정책은 경기 부양과 동시에 소득재분배를 겨냥하는 고강도 처방으로, 반드시 강력한 물가 안정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고유가도 문제지만 고환율 정책이나 방만한 통화 운영으로 물가가 급격히 상승했고, 이런 시기에 정부의 성장 집착증이 물가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향후 물가 불안 심리가 준동할 경우 서민경제는 황폐화될 것이므로 현금을 아무리 뿌려댄들 효과가 있을 리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월 최고 2만 원의 유류세 환급을 받는 서민들은 대부분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줄어든 교통비의 절반을 거두어갈 것인가?”라고 묻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많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도 지난 6월 9일 열린 6월항쟁기념 학술토론회에서 전날 발표한 정부의 고유가 극복 민생종합대책에 대해서 “10조 원가량을 풀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 인기 영합주의”라며 “앞으로도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