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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 '수협 인사개입' 의혹

이경희330 2008. 5. 21. 00:06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이 대선때 이명박 지지모임을 꾸려온 종친이자 같은 고향 중학교 후배인 강병순씨로부터 인사 청탁을 받고 수협중앙회 사회이사 및 감사위원장이 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월간 <신동아> 최신호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평소 알고 지내온 진주 강씨 종친 강병순(62)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지난 3월 강씨가 수협중앙회(이하 수협) 사외이사에 선임되는 데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밝혀졌다"며 "또한 강 장관은 한 달 뒤 강씨가 수협의 요직인 감사위원장에 선임되는 데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 장관 개입설은 수협 현직 감사위원이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강병순 수협 감사위원장 "강만수 장관에게 '좋은 데 있으면 하나 주소'라 부탁했다"

<신동아>에 따르면 강병순씨는 3월27일 기획재정부 추천 몫으로 수협 사외이사에 임명됐다. 사외이사가 된 지 18일 뒤인 4월14일 강씨는 수협 감사위원이 됐고, 강씨는 감사위원이 되자마자 감사위원장에 도전했다. 수협 감사위원장은 2년 상임직으로 1억6000여만원의 기본 연봉 외에 업무추진비 등 각종 지원을 포함, 연 2억원 이상을 받으며 수협 감사를 총괄하는 요직.

강병순 위원 외에 농림수산식품부 추천을 받은 해양수산부 국장 출신인 이선준 위원도 감사위원장에 도전,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아 두 차례나 선출 일정이 미뤄지는 파행을 겪은 끝에 4월30일 이선준 위원이 갑자기 출마 의사를 접음으로써 강씨가 감사위원장이 됐다. 이 과정에 강만수 장관 개입설이 나돌았고, 강병순 수협 감사위원장은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강 장관에게 인사청탁을 한 사실을 거리낌없이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는 어떤 관계인가.
“본이 같고, 고향이 같고, 중학교 선후배다. 종친 모임에서 만나 인사한 뒤로 알고 지냈다. 12대조(祖)쯤에서 (강 장관 집안과) 합쳐지는 것 같더라.”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원한 적이 있나.
“지난해 수산업과 관련된 신문사를 경영했었다. 동시에 ‘수산현장포럼’의 공동대표 회장을 맡아 활동했는데 이 포럼이 ‘2007선진국민연대’에 소속돼 있었다. 나는 선진국민연대에서 수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 지지 활동을 했다.”

-선진국민연대(회원만 400만명인 이명박 최대 외관조직) 활동을 하면서도 강 장관과 접촉했나.
“장관님이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어서 내가 그 일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 차례 연락했다.”

-강 장관에게 ‘수협에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거나 부탁한 적 있나.
“종친회에 나가 몇 차례 만나는 과정에서 강 장관님은 내가 수협에 오래 있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일전에 내가 장관님께 ‘나는 같은 종친에다 고향 사람이고 수협 업무를 잘 안다. 수협에 추천할 사람 있으면 나를 한 번 추천해달라’고 부탁한 적은 있다.”

-위원장 본인이 직접 강 장관에게 부탁한 건가.
“장관님이 장관이 되기 전에 한 거지. 시골에서 올라왔다 보니 길흉사에도 자주 가게 된다. 이런 데서 만나 장관님께 ‘(수협에) 좋은 데 있으면 하나 주소’라고 해 이런 얘기가 오고가고 한 거다.”

-강 장관이 위원장의 부탁을 받아들여 위원장에게 지난 3월 수협 사외이사 자리를 준 것이라고 보나.
“수협에서 ‘사외이사 추천해달라’는 문서가 기획재정부로 왔겠지. 그래서 장관님께서 보고받고는 나를 추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강 장관과 연락하지는 않았나.
“되고 나서 장관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 적이 있다.”


이선준 감사위원 "강만수 장관이 전화로 강병순에게 감사위원장 내정 알려줘"

<신동아>는 또 강 위원장과 수협 감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막판까지 경합한 이선준 수협 감사위원이 “강병순 위원으로부터 ‘강만수 장관이 수협 감사위원 선임 문제가 조율된 사실을 전화통화로 자신에게 알려줬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고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선준 감사위원과 <신동아>간 대화 내용.

-“강만수 장관의 조율로 강병순 감사위원이 수협 감사위원장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게 봐야 할 것이다.”

-그 얘기를 사실로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당사자이고 직접 들었으니까. 강병순 감사위원은 강만수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조율이 됐으니 가면 잘될 것이다’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

-사실이라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협 감사위원장 선임에 관여할 근거가 있나.
“그런 근거는 없다. 이런 일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


이같은 이선준 감사위원 주장에 대해 강병순 감사위원장은 <신동아>에 “나는 이선준 위원에게 강만수 장관이나 조율과 관련된 말을 한 적이 없다. 강만수 장관과 전화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강 장관은 ‘조율이 됐다’는 말은 내게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수협에 자리를 줘 고맙다’고 강 장관에게 인사한 것밖에 없다”고 부인했다.

<신동아> "소망교회, 비리전력 특보, 종친......"

<신동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협 중앙회 요직을 소망교회 출신, 비리전력 특보, 종친 등을 장악하고 있다고 수협 인사의 난맥상을 꼬집기도 했다.

<신동아>에 따르면, 장병구 수협 신용사업 대표이사는 강만수 장관이 다니는 소망교회 금융인 선교회(‘소금회’) 멤버다. 현 회원은 200명 안팎. 강만수 장관은 소금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명예회장으로 있다. 장병구 대표이사는 현재 소금회 회장이다.

또한 수협 ‘경제사업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는 지난 4월21일 경제사업 대표이사 후보에 박규석 전 해양수산부 차관보를 추천, 그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그런데 박규석 대표는 쌍끌이 조업을 대상업종에서 빠뜨려 커다란 논란을 부른 1999년 한일 어업협정의 우리 측 수석대표였다. 또 같은 해 4월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부정책자금인 원양어업 지원 자금을 특정업체에 배정해주는 대가로 수산업체로부터 뇌물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박 대표이사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대위 특보를 역임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상임 전문위원을 맡았다.

<신동아>는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협중앙회에는 이명박 후보 특보 출신 박규석 경제사업 대표이사, 소망교회 소금회 출신 장병구 기존 신용사업 대표이사, 이명박 후보 지지 모임 대표 출신 강병순 감사위원장 등 이 대통령이나 강만수 장관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3명이 핵심 요직에 있는 양상"이라며 수협 인사의 난맥상을 힐난했다.

강만수 장관 "인사개입한 적 없어" 전면 부인

한편 <신동아> 취재과정에 인터뷰를 거부했던 강 장관은 <신동아>가 발간되자, 뒤늦게 <신동아>에 회신을 보내 관련 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강 장관은 강병순 위원장이 자신에게 “기회가 된다면 수협 사외이사를 시켜 달라”고 청탁해 수협 사외이사가 되었다고 밝힌 데 대해 "내가 먼저 사외이사를 제의한 바는 없다"며 "수협에서 이사가 되기까지 일을 하였고 한국수산경제신문 대표를 지내는 등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수협회장이 함께 일하자고 한다며 추천을 부탁하여 실무자에게 검토 시킨 후 사외이사로 추천하였다"며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강 장관은 그러나 강병순 위원장은 사외이사가 된 뒤 자신에게 “사외이사가 되도록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 전화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외이사가 된 뒤 감사전화를 하였다"고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이선준 감사위원이 주장한 감사위원장 선정 개입 의혹에 대해 "그런 적이 없으며 전적으로 수협의 판단에 의한 것"이라며 "감사위원장 선임에 중립을 지켜 수협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였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또 소망교회 멤버인 장병구 대표가 재임 중이며 이명박 후보 특보 출신으로 뇌물죄 구속전력이 있는 박규석 대표도 최근 선임된 데 대해서도 "장병구 대표의 재임과 박규석의 선임은 본인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했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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