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광주대교구의 김희중 총대리 주교가 19일 저녁 광주 남동성당에서 열린 5·18 기념미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혁신도시 축소 움직임, 미국 쇠고기 전면 개방, 한반도 대운하 추진 등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이 5.18기념식장을 찾아 "호남에 두배로 잘 할 것"이라고 다짐했음에도, 호남 기류가 간단치 않은 양상이다.
김희중 주교 "정권 바뀌었다고 정책이 매번 바뀌어서야..."
20일 광주 평화방송에 따르면, 김희중 주교는 이날 미사에서 우선 혁신도시 축소 움짐임과 관련, "그동안 수십년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정책이 우리나라의 두세지역에 집중돼 나머지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자립할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그래서 여러 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세워 추진해왔는데, 최근 산술적인 숫자의 논리를 내세워 이를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주교는 이어 "다른 대도시에서도 광주 문화중심도시 같은 정책을 원한다면 국가가 감당할 수 없으니 재검토해야겠다는 어느 공직자의 말을 들은 바 있다"며 "어떻게 대학생과 유치원생을 같은 출발지점에 세워 놓고 경기를 시킬 수 있냐? 이것은 평등도 아니요, 정의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전 정부에서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던 많은 정책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매번 바뀐다면 국민이 나라를 믿을 수가 없는 불행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며 "국민이 나라를 믿지 못한다면 그 나라는 이미 아사 상태에 이른 것과 무엇이 다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광주문화중심도시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혁신도시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두고 볼 일"이라며 이 대통령에게 약속이행을 압박했다.
"주인 의견을 무시하는 머슴 쫓겨날 것"
김 주교는 이어 이 대통령의 '머슴론'을 의식한듯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라며 "머슴은 주인의 뜻과 어긋난 어떠한 일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혹시 주인이 어떤 문제를 오해했다면 주인이 이해할 때까지 머슴은 기다리고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드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주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머슴은 쫓겨날 것"이라는 초강력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른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와 대운하건설 문제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충분한 합의가 있을 때 국민이 원하는대로 해결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무지몽매한 무리로 치부하고 정책을 졸속으로 처리하다 보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을 수 없는 파국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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