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호 신창용 기자 = 금융감독원 간부 출신들의 금융회사 상근감사(감사위원) 자리 `독주 관행'에 사정기관인 감사원 출신들이 도전장을 내며 영역 다툼 양상을 보이고 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17개 시중.지방.특은행의 감사는 금감원 출신 9명, 감사원 출신 4명, 은행 등 금융권 출신 4명 등 분포를 보였고, 19개 생명보험사도 금감원 출신 10명, 감사원 출신 2명, 금융권 출신 4명, 내부 승진 등 기타 4명으로 집계됐다.
증권회사는 47개사 가운데 29개사의 감사가 금감원 출신이었고 금융권 출신 13명, 교수 등 기타 5명 등 순이었다.
◇ 2000년대 후반 감사원 출신 약진
이들 금융회사 감사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우리(조현명), 산업(이승문), 기업(김준호), 경남(박증환) 등 은행권과 삼성생명(최영진), KB생명(서양래) 등 보험사에 진출한 감사원 출신 감사들.
2000년대 전반까지도 금융회사 감사에서 감사원 출신을 찾기 어려웠으나 2003년 LG카드 사태 이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금융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LG카드 사태가 발생해 금융시스템에 위기감이 일면서 감사원이 금융부문에 대한 업무를 확대했다"면서 "이후 감사원 출신 금융회사 감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금감원 vs 감사원 영역다툼
이런 가운데 금융회사 감사직을 자신들의 `텃밭'으로 여겨오던 금감원에서는 이들 감사원 출신을 겨냥한 `자질론'을 제기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금융계 주변에선 이들이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한 간부는 "감사원 출신이 감사로 있는 일부 금융회사에서 `업무도 잘 모르는 감사가 엉뚱한 소리만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감사원 출신 가운데는 금융부문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감사원 출신인 한 금융회사의 감사는 "금감원의 지나친 자리욕심에서 비롯된 악담"이라고 일축했다.
◇ 전문가들 "금감원ㆍ감사원 출신 모두 독립성에 문제"
그러나 금감원과 감사원 출신의 이런 힘겨루기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이들이 금융회사 내부 통제시스템의 핵심 역할을 하는 감사에 비교적 쉽게 진출하는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지배구개선지원센터 강윤식 수석연구원은 "금융회사건 기업이건 감사 자리는 독립성과 전문성이 제일 큰 덕목인데 공적기관 출신이 진출하는 것은 독립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감사부문의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 바람막이나 로비 목적으로 이들을 기용하는 경우 감사의 제 기능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연구원은 "감사는 경영진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를 위해 건전성 감시와 내부 통제기능을 충실히 해낼 수 있는 유능하고 독립적인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도 "공직에 있던 분들이 자신의 경력과 전문성을 잘 살리면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자칫 사회에 만연한 인적 비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들의 전문성이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에 활용되면 다행이지만 비리나 잘못을 감추는 데 이용되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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