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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라스베가스-필리핀-마카오 ‘해외원정도박’ 본격수사

이경희330 2008. 6. 14. 00:39
불법 해외원정도박, 이번에는 뿌리뽑힐까

본국 검찰이 최근 라스베가스, 마카오, 필리핀 등지의 불법 원정 해외 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검찰은 본보가 몇 차례 보도했던 본국의 대기업 사장 및 유명연예인들, 벤처기업가 등의 해외도박 실태 기사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자료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보가 보도한대로 본국 유명인사들의 해외원정도박은 심각한 수준이다. 재벌가 후손들은 본국에서 주식으로 번 돈을 가지고 와 하룻밤 사이에 수 백억원을 탕진하는 등 ‘모럴헤저드’가 극에 달한 상태이며 유명 연예인들과 정치인들도 국부를 탕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마카오나 필리핀 등 제2의 라스베가스로 각광받는 지역에서는 일반인들도 우연히 도박장에 갔다가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런 불법 도박은 ‘환치기’ 업자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어 경제 질서를 왜곡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검찰은 최근 본국이 ‘쇠고기 파동’ 등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수습책으로 조폭검거나 불법 도박 근절 등을 고려하고 실제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사 = 박희민 기자>

최근 본국 검찰은 경기도 광주에서 K 골프장을 운영하는 A 회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 수집과 함께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본국에서 유명한 도박광으로 알려진 M씨는 마카오, 필리핀 등지를 다니며 거액의 돈을 탕진하며 국부를 유출해왔다. 이같은 첩보를 지난해 초 국세청은 M씨의 회사와 개인자금을 추적했었다. 국세청이 A씨 관련 자료를 검찰 측에 넘겨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검찰은 M씨의 거액원정도박 여부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또한 최근 라스베거스에서 수 천 만달러의 도박을 해 물의를 일으킨 한국인 재벌가 자제에 대해서도 정보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에서 지난 11월,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이 인물은 라스베거스 일대 호텔에서 그야말로 ‘VIP' 대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본보의 기사를 본국 일부 언론에서도 그대로 인용하면서 본국 내에서도 이 인물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다. 이 인물은 지난 해 10월과 11월 두달 사이에 라스베가스 유명호텔에 도박으로 날린 돈이 무려 3천만 달러라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라스베가스 한인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을 정도로 ‘큰손’이다. 검찰은 이 인물이 본국에서 사업을 해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나가 원정도박으로 몽땅 쓰는 것으로 파악하고 자금출처나 사용처에 대해서도 추적을 벌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현지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통해 도박 관련 문제들을 극비리에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동안 해외원정도박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원정도박으로 인한 이미지 실추와 이에 따른 국부유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상기의 사례 이외에도 지난 해부터 미국, 필리핀 등에서 재벌 총수 친인척들과 부동산 졸부, 주가조작 인사들이거액의 게임을 한다는 정보가 검찰에 속속 제보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대대적 수사

검찰이 이처럼 불법해외원정 도박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도박으로 인한 국부유출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스기사 참조)
검찰은 마카오나 필리핀 등 본국에서 가까운 곳에 ‘제2의 라스베가스’라 불릴만한 대형 카지노 단지들이 생겨나면서 재력가 이외에도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아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들을 마카오나 필리핀의 카지노로 유인해 돈을 잃게 한 다음 자신들이 돈을 빌려주겠다며 ‘유혹의 손길’을 뻗쳐 거액의 빚을 지게 하는 이른바 ‘카지노 브로커’들도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검찰 측은 파악하고 있다.
다음은 몇 해전 본지가 보도했던 카지노 브로커에 피해를 입은 한 여성의 사례다.
< 몇 해전 남편과 이혼한 뒤 임 모 씨(40. 여)는 강남의 사우나에서 만난 일행과 필리핀 여행을 떠났다. 일행들은 ‘머리나 식히자’며 임씨를 마닐라 번화가인 마카티 지구의 헤리티지 호텔카지노로 데려갔다. 간단한 규칙의 바카라 게임에 빠져든 임씨는 이틀 만에 가져간 돈을 모두 탕진했다. 가져간 돈을 모두 잃자 임 씨는 ‘본전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이런 임 씨의 마음을 알았는지 임씨와 같이 간 일행은 임 씨에게 선뜻 큰 돈을 빌려 줬다. 순식간에 빚은 2500만원에 이르렀다. 당혹해 하는 임씨에게 이들은 “한국에 전화해 우리가 불러주는 계좌에 돈을 넣으면 이쪽에서 달러로 받아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협박에 가까운 제안을 했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임씨는 서울의 집에 전화해 돈을 입금하도록 했고, 몇 시간 뒤 일행은 돈이 들어왔다며 임씨를 놓아주었다. 그들은 필리핀 현지 카지노와 연계된 ‘카지노 브로커’였다.>
이처럼 브로커들이 현지에서 활개를 칠 수 있는 것은 ‘환치기’ 업자들 때문이다. 즉, ‘환치기’는 일반적으로 현지 사채업자가 외국환으로 도박 자금을 대준 다음 한국에 귀국해 원화로 돈을 받아 다시 송금하는 수법을 말한다.
필리핀이나 마카오 등 신흥 카지노 밀집 지역에는 이런 환치기 업자들이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원정도박을 간 유명연예인이나 중소기업 사장들은 최고의 먹잇감인 셈.
사실 환치기의 원조는 라스베가스다. LA 일원의 카드게임 도박장인 레인보우, 바이스클 등을 비롯 라스베가스 등지에만 한국인을 대상으로10여개 이상 환전소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불법환전소까지 합하면 20개가 넘는다.
지금과 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에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이 무역거래나 자본거래를 위장해 외환을 다른 나라에 빼돌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주요 환치기 수법인 도박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또 다른 이유는 최근 급격하게 이반되고 있는 민심 수습책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정권에서 강력사범 단속 등을 민심수습책의 일환으로 사용했던 것처럼, 불법해외원정도박이나 조직폭력배과 같은 ‘망국병’에 대해 사정기관이 강력한 수사를 펼침으로써 민심을 되돌리겠다는 것.
이처럼 정부의 의도대로 검찰의 수사가 강력하게 진행된다면 본국에는 다시 한 번 불법해외원정 파장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해외카지노서 1조원 써

지난해 한국인이 해외카지노에서 쓴 돈이 1조원이 넘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관광개발연구원이 지난 5월 펴낸 ‘내국인의 해외카지노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07년 한국인이 해외 카지노에서 쓴 돈이 1조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해외카지노에서 잃은 돈이 4321억원, 항공료와 숙박비, 교통비, 문화 및 스포츠활동 등 기타 비용은 6200억원이다. 보고서는 또 현재와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인이 해외 카지노에서 쓰는 돈은 2011년 1조3833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카지노 업계는 실제 지출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지노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제 카지노 VIP들의 지출액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한국인이 어느 카지노에서 얼마를 잃었는지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카지노 이용자금이 환치기로 유통되고 현지에서 사채를 이용하는 경우도 상당수 되기 때문에 실제 지출액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카지노들은 거둬들인 수익을 국적별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지출액을 정확하게 조사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의 카지노 보유국들은 한국인 관광객 입국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자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관광객 중 상당수가 카지노를 찾기 때문이다.
2003~2006년 마카오의 한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매년 평균 62.0%에 달한다. 2007년 마카오에 입국한 한국인은 22만명을 넘어 2006년의 16만2700명을 크게 상회했다.
필리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전까지는 미국 관광객이 1위였으나 지난해 한국 관광객이 65만명을 기록하면서 미국을 앞질렀다.
2006년 세계 카지노 매출액은 약 91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 중 아시아 지역은 10.7%인 97억2900만달러에 달한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아시아 카지노 성장률은 평균 20.2%에 이르렀다.
이같은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필리핀은 메머드급 카지노 위락단지 개발을 추진중이고 싱가포르 카지노 단지도 2009년 완공된다. 일본도 카지노 사업을 고민 중이다.
마카오가 대형 카지노 시설을 지으면서 한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한 것처럼 인근 국가에 카지노 시설이 들어설수록 한국인의 해외 지출액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선데이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