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을 보니 불현듯 어릴적 추억들이 떠오른다.
불혹의 나이, 가난했던 시골
추억이 있는 사람들은
어릴적에 신었던 검정 고무신의 추억들이 참 많이 남아있다.
시골에서 자란 나 역시 검정 고무신에 관한
기억이 새롭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 동네 친구들과 소를 몰고 안정골 산으로 갔었다.
소를 아무곳에나 풀어 놓고는
나는 노루새끼마냥 돌아다니며
빨갛게 익은 텁텁한 망개를 까먹기도 하고
달래를 먹기도 하며 지천에 널려 있는 열매를 따먹으며
놀았다.
열매를 그냥 두기 아까워 검정 고무신을 벗어 신발안에 커다란 풀잎
들을 깔고 열매 따 담아서 오기도
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깡통에다가 집에서 몰래 꺼내온
귀한 쌀로 곤지밥을 지어 나눠 먹고 있는데
하늘이 갑자기
컴컴해 지더니 안개와 구름이 낮은 산위에서 연기처럼 온 사방으로 퍼졌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어둠이 깔리고 순간
장대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나와 친구들은 번개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두려움에 질려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무작정
뛰었다.
물에 젖은 검정고무신이 철벅철벅 소리를 내고 미친듯이 뛰어
들어간곳은 절터옆 어느 바위틈 그속에 앉아 비를 피하는데
천둥소리에 두 귀를 막고
놀란 토끼처럼 숨 죽이고 있었다.
요란하던 소나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아
그쳤다.
소는 소대로 나는 나대로... 겁에 질려 아무생각도 하지못하고
친구들을 애타게 부르며 길잃은 노루새끼 마냥 마을로
향해달렸다.
닳고 닳은 검정 고무신을 신고 울퉁불퉁 자갈길을 밟을 때 마다
발바닥에 느끼는 통증 하며 뜀박질 할때마다 그
늠의 물 먹은 고무신
왜 그리도 잘 벗겨지는지...
게다가 낡은 신발 사달래도 안사주니 깨어진
유리조각들로
신발 바닥을 얼마나 긁어 놓았는지 작은
돌맹이들이 갈라진 틈새로 들어와 사정없이 내 작은 발을
찌르며
괴롭혀서 몇번이나 고무신을 털어서 신곤 했었다.
냇가에 이르러 징검다리 건널 때 결국은 고무신을 떠내려 보내고
말았다.
그사이에 냇가의 물이 불어나고 소리도 요란했는데 작은 돌 위를
비틀 거리며 건너다 그만 한쪽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저만치 개울따라 떠내려 가는 고무신을 잡을 길이 없었다.
남은 고무신 한쪽손에 들고 한걸음에 달려 집에
도착했다
소죽 끓이던 엄니께서 생쥐꼴이 되어 눈물 그렁그렁 해서
나타난 나를 잠시 보시더니 "소.소는..."는
하셨다
아..그때서야 소 생각이 나고 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다.
소 잃고 그기다가 신발까지 잃어 버리고 온
내게
엄니의 다음말은 천둥번개 보다도 더 무서웠다.
"다시가서 소 찾고 신발 찾아서 오너라"
한쪽 신발만
신고 다시 산으로 갔다.
다행히 충희와 정희가 따라가주었다.
우리엄마가 계모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올라가는길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고무신은 보이지 않았다.
소를 찾아 젖은 안개속을 헤치고 다니다 못찾고
울고 서
있을때 다행히 정희가 소를 찾아왔다.
소를 앞세우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
엄니께 혼이나고 다음날 안계장에서 엄마는 새 고무신으로
사주셨다.
사이즈가 커서 조금은 헐렁했던 고무신...
잃어 버리면 다시는 안사준다는 엄니의 말씀에 산에 갈때면 끈으로
신의
가운데를 묶고 다녔을 만큼 아껴 신었던 검정 고무신....
냇가에 빨래하며 흙으로 아래를 막아 물을 가두고
고무신을 벗어
그속에 모래를 넣고 배처럼 동동 뛰워
손으로 파도를 일으키며 고무신을 침몰 시키기도 하는.... 뱃놀이
미꾸라지,가제등을 잡아
담아두기도 하고 모래밭에서
두꺼비집 만드느라고 정신팔려 묻어 버리기도 했던 추억의 검정 고무신...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피어
오르고, 추운 겨울날 아궁이 앞에 앉아서
언손을 녹일때면,아궁이 열기에 고무신도 말랑말랑...
얼었던 발가락 녹아
간지럽던....
아! 지금 ...
잎 내린 나무잎처럼 비 오는 겨울 거리를 검정고무신 신고
철벅철벅 소리내며 빗길을 걸어 보고 싶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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