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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박근혜,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쏠림’ 현상으로 계파의 덩치가커지자 ‘출신 성분’과 ‘전력’을 토대로 소그룹으로 분화되는 조짐

이경희330 2008. 11. 26. 00:56

박근혜 전 대표

‘콘크리트’라 불릴 만큼 결집력이 강하기로 정평이 난 한나라당 박근혜계 내부에 최근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당내에 ‘친박(친 박근혜 전 대표) 쏠림’ 현상으로 계파의 덩치가 커지자 ‘출신 성분’과 ‘전력’을 토대로 소그룹으로 분화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서다. 이른바 ‘원박’(원조 박근혜계)과 ‘월박’(이명박계나 중도에서 박근혜계로 넘어온 의원들),‘복박’(박근혜를 떠났다가 복귀한 의원들), ‘주이야박’(낮에는 이명박계,밤에는 박근혜계) 간 이질감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다.18대 총선 공천을 받은 그룹(공천파)과 낙천한 후 탈당해서 당선된 후 복귀한 ‘복당’ 그룹 간에도 미묘한 신경전이 벌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총선을 기준으로 보면 박근혜계의 인적 분포는 ‘정상적으로’ 당의 공천을 받아서 당선된 의원 30여 명,공천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 간판으로 나서 금배지를 단 경우 30여 명 등 대략 60명 내외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지금은 계파 의원 수가 많게는 100명이 넘는다는 추정까지 나온다. 총선 이후 월박·복박한 의원이 40여 명이나 된다는 얘기다. 이 분석이 맞다면 박근혜계가 한나라당 의석(172석)의 절반을 훨씬 넘게 점유해, 주류인 이명박(MB)계를 압도하는 최대 계파가 된 셈이다.

당내에서 월박 또는 복박 논란에 휩싸인 의원들이 많이 분포한 지역은 영남권이다. 이 지역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란 점이 총선 과정에서 확인된 데다 당외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이 완료된 후 수적 분포에서도 박근혜계가 MB계를 압도하고 있는 정치지형 때문이다.

특히 부산에선 당 소속 의원 16명(김형오 국회의장 제외) 중 공식적으론 박근혜계가 10명,MB계가 3명,중도 3명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도파들도 친박 성향을 뚜렷이 드러내 실제론 ‘13 대 3’이 세력구도란 평가다.

중도파 중 ‘2세 정치인’인 초선 A 의원은 ‘월박’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이 의원은 얼마 전까지 MB 직계인 안국포럼 출신 의원들과 한때 ‘왕 비서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의 친분을 대외적으로 과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엔 틈만 나면 박근혜계 의원들과 스킨십을 가지려 하는 것으로 알려져 뒷말을 낳고 있다.

‘원박’인 한 중진은 “본인이 적극적으로 우리와 같이 행보를 하겠다고 하니 말릴 수는 없지만 젊은 친구가 벌써부터 대세와 시류를 따르는 행태를 보여 뒷맛이 씁쓸하다”며 “같이 어울린다고 해서 대소사를 모두 함께 논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구·경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도 박근혜계가 ‘압도적 주류’이긴 마찬가지.27명 의원 중 MB계는 엄밀히 말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5~6명이 고작이라는 분석이다. 월박, 복박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4~5명 정도인데 그중 ‘복박’으로 분류되는 중진 B 의원의 행태가 자주 도마에 오르곤 한다.

B 의원은 과거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을 당시 선수가 낮음에도 핵심 당직자로 발탁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후 ‘MB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박 전 대표 측과 거리를 두더니 2007년 8월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후엔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난 7월 김무성 의원(왼쪽에서 세번째)을 비롯한 친박무소속연대 소속 국회의원들이 한나라당 복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하지만 B 의원은 그후 대선 본선, 18대 총선을 전후해 한반도 대운하 건설 문제 등을 놓고 MB 및 그 측근들과 마찰을 겪으면서 권력핵심부에서 멀어졌다. 최근 그는 옛 ‘주군’인 박 전 대표와 다시 관계를 복원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별반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과 비례대표 중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월박·복박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미 ‘변신’을 완료한 이들도 있고, 진행형인 경우도 꽤 된다는 분석이다.

중도로 분류됐던 중진 C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와 이재오계를 공개적으로 비난해 주목을 받았다. 주류 일각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조기 복귀 주장을 노골적으로 반박하는가 하면 지도부를 향해선 “당이 반신불수 상태”라고 쏘아붙였다.

당내에선 C 의원의 ‘과격한’ 비주류성 발언을 두고 ‘박근혜계로의 편입을 위한 수순’이란 평가가 나왔다. 박근혜계 내에서도 지난 총선 직후 핵심 당직자로서 당 외부 친박세력의 ‘조기 복당론’을 주장했던 C 의원의 전력을 감안해서인지 별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때 소장파의 리더로 박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있을 당시 사사건건 대립했던 D·E 의원도 박 전 대표 측과 관계개선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역시 최근 MB정부의 인사·대북정책에 대해 비판 강도를 높이면서 MB계와의 ‘거리 두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의 반응은 신통찮다. 이들이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고 있을 당시 ‘반박’(반 박근혜) 기류를 부추기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과거사’를 잊기가 어려운 탓이다. 친박그룹의 한 핵심 중진은 아예 “다른 사람은 몰라도 D·E 의원과는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공천파와 복당파 간에도 물밑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복당파’엔 6선의 홍사덕 의원을 비롯해 4선의 김무성 박종근 이해봉 이경재 의원 등 내로라하는 중진들이 많다. 이들 중엔 김 의원처럼 영남지역 의원들을 규합해 사실상 소계보를 형성한 경우도 있다.

이들은 대부분 총선 직후 ‘공천파’들이 자신들의 복당을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표시한다. 또 복당파야말로 낙천의 아픔을 겪으면서까지 박 전 대표와 끝까지 함께할 박근혜계의 ‘중핵’이란 점도 강조한다. 한 재선 의원은 “복당 문제로 당이 시끄러울 때 공천파 중에 공개적으로 지도부에 ‘조기 복당’을 요구한 사람은 서병수·주성영 의원 정도가 고작이었다”며 “같은 계파라고 하지만 정치생명이 끊어질 위기에서 살아 돌아온 우리들과 ‘공천이 곧 당선’인 선거를 치른 사람들과는 이래저래 구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천파들도 할 말은 많다. ‘선별 복당’이 ‘일괄 복당’으로 바뀐 것은 허태열 최고위원 등 공천파들이 적극적으로 박희태 대표 등 지도부를 압박해 이룬 성과임에도 복당파들이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한편에선 복당파와의 주도권 다툼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출신으로 박 전 대표 측근인 Y 의원이 계파 모임을 만들려다가 박 전 대표의 만류로 중도에 흐지부지된 것이나, 또 다른 측근인 L 의원이 외곽 전국조직인 ‘희망포럼’ 결성을 주도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원은 “계파가 같다고 해서 구성원 모두가 생각과 노선이 같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박근혜 대세론’이 커가고 그에 따라 계파 구성원이 복잡·다양해질수록 내부 분화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