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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CG' 액션 스릴러 진수 펼치는 '데쓰 프루프'

이경희330 2007. 8. 31. 09:18

쿠엔틴 타란티노 신작 '데쓰 프루프' 일반시사회서 기립박수 쏟아져

 


솔직히 지난해 '괴물'시사회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는 이야기는 과장된 부분이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립박수가 터졌다고 기자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기자는 이번에 색다른 경험을 했다. 할리우드 비주류이자 신조류인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데쓰 프루프'의 일반시사회 장에서 마지막 엔딩 장면이 흐를 때, 관객은 감정의 고조를 맛보면서 들썩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함성과 기립박수가 극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일단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격투기 경기장에서와 같은 흥분과 희열을 맛볼듯 싶다.

통렬한 복수극과 과감한 결말 생략으로 '끝(The End)'이라는 자막이 화면에 뜨자 관객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어떤 영화에서도 맛보기 힘든 짜릿함과 강렬함을 맛봤다.

모든 것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기존 영화공식을 철저히 무시한 '엽기 발랄'한 표현기법에서 연유한다. 그것이 생뚱맞다고 생각들지 않는 까닭은 기존의 영화 화법을 훤히 알면서도 짐짓 이를 무시하는 고차원의 태도에서 비롯됨을 관객들도 느꼈기 때문일 게다. 흔히 드라마의 기본 공식을 아예 모르면서 변주를 주려는 어설픈 얼치기들의 표현이 그간 관객을 우롱해왔다면 쿠엔틴 타란티노는 확실히 관객의 심리 기저를 후벼파는 프로페셔널임을 이 영화를 통해 또한번 입증하고 있다. 또 쥬크 박스, 치어리더, 카우보이 같은 마초적 의상, 구식 자동차, B급 영화 예찬 등 아날로그적 감독의 취향은 덤이다.

방수를 뜻하는 'water proof'를 빗댄 'death proof', 방사(防死)가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미치광이 스턴트 맨 마이크(커트 러셀)은 시골동네에서 머리가 텅빈 듯한 미녀들을 희생양 삼아 죽음의 질주를 벌인다. 영화속 에피소드는 두가지로 악당 마이크의 잔인성을 보여주는 전편과 이에 대한 통렬한 복수극이 후편이다. 전편에서는 텍사스 오스틴 시골 마을 세친구가 희생양. 마이크는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쾌락으로 소일하는 이 세명의 여성을 자신의 애마 '데쓰 프루프'로 사정없이 깔아 뭉갠다. 후편에서도 또다시 마이크는 네명의 아리따운 아가씨를 희생양으로 지목하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이들에게 '관용없는' 복수를 당한다.

남성들의 너저분한 '트래시 토크'(trash talk)를 꼭 빼닮은 여자 주인공들의 음담 패설은 자칫 영화 초반 인상을 찌푸릴 수 도 있겠으나 이 허접한 대화는 일종의 묘한 리듬을 타면서 색다른 흥미로움을 안겨준다. 전설적 흑인 배우 시드니 포이티에의 딸 시드니 타미야 포이티에의 화끈한 매력, 강렬한 랩댄스를 추는 바네사 펄리토의 짜릿함이 전편의 에피소드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면,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인 시속 200km로 질주하는 자동차 위 본네트에 올라 줄을 잡고 즐기는 스턴트를 선보이는 조이 벨의 위험천만한 연기는 쉽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듯 하다. 그녀는 '킬빌'우마 서먼의 스턴트 대역으로 유명하다.

미치광이 스턴트맨이 보여주는 광기어린 자동차 레이스와 살인 행위는 B급 영화 특유의 브레이크 없는 표현 질주와 맞닿아 있다. 타란티노 감독은 100% CG없이 실사 촬영만을 통해서 이같은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레이스 씬을 완벽하게 재현해 냈다. 여기에 매끄러운 편집에 길들여진 관객들을 60~70년 대 풍의 촌스러운 화질, 이음새가 없는 듯한 거친 편집과 색 보정의 익살스러운 장난 까지 타란티노스러운 것들의 총 출동이 펼쳐진다. 직접 카메오 출연은 물론이고 각본, 연출, 그리고 직접 촬영까지 1인 4역의 놀라움을 보여주는 타란티노에게 빠져들지 않으면 그것이 이상할 정도로 영화는 엄청난 흡입력을 안겨준다.

중반까지 마초적 이미지와 엄청난 카리스마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던 미치광이 스턴트 맨이자 '데쓰 프루프'자동차의 주인공 마이크는 후반 20분 동안 마치 거세당한 소처럼 볼품없고 초라한 '쪼다'로 급변, 복수심에 불타는 여자들에게 치도곤을 당한다. 타란티노식 유머와 반전은 킥킥 거리게 만든다.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듯한 이 무한질주 영화는 그렇게 관객을 단숨에 끝까지 휘몰아 친다.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의 공식과 패턴에 느끼함과 식상함을 느꼈던 영화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특별식(食)이 될 것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9월 6일 개봉.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socio94@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