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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역할모델의 UPGRADE를 기대한다!

이경희330 2008. 2. 27. 01:30
MB 역할모델의 UPGRADE를 기대한다!

 

누구나 각자의 뇌리속엔 귀감으로 여기는 어떤 인물· 시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에 대한 선망으로 어떤 행동을 할 때 은연중에 그 인물을 닮고자 한다. 그러나 시대변화를 고려치 않은 그러한 모사본능은 현실에서 무리수를 두는 원인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장관예정자들을 둘러싼 공방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한나라당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후속대응도 난감하여 야당의 대응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그나마 야당들이 지리멸렬하고 통합신당은 대선후유증에 지레 눌려 효율적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게 다행이다. 어떻게 단 한 명도 빠짐없이 탄탄한 재력가에다 의혹투성이인 인사들로만 내정한 것인지, 독자적인 검증과정을 거쳤다고 하는데 무슨 검증을 거쳤다는 것인지, 게다가 내정자들의 변명은 더욱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장관인선은 부동산 부자, 병역면제, 국적의 문제까지 포함되어 국민정서상 심각한 저항감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부러진 대쪽 昌이나 가수‘류’의 예에서 보았듯이 이들 소재들은 국민들을 싸늘하게 돌아서게 만드는 전형적인 것들이다. 인선을 두고 ‘당신들만의 장관인선’이냐는 칼럼들이 보인다. 이는 대운하, 정부조직개편에서의 일방성과 결합되면 4월 총선에서 큰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악재로 전망된다.

 

MB는 유능한 CEO들이 대개 그렇듯 변화와 혁신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흐름에 대한 민감한 조응을 중시한다는 의미이다. 기업경영과 정치는 다르다는 논지로 MB의 국정수행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는 자들이 많지만 여기서는 도리어 기업경영의 논의로 정치와 시대의 변화상을 궁구(窮究)해보고자 한다. 기업에서의 변화와 그 수용의 논리는 정치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각광을 받고 있는 마케팅 이론으로 프로슈머(Prosumer:Product+Consumer)란 개념이 있다. Prosumer(참여하는 소비자)는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전통적으로 기업의 고유영역이었던 생산분야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말한다. 프로슈머의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1)신제품개발 참가형 (2)정보공유형 (3)DIY(Do It Yourself)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신제품개발 참가형은 기업과의 관계하에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의견을 제공하는 소비자이고 (2)두 번째로 정보공유형은 인터넷 쇼핑몰, 제품 평가 사이트에 자신의 제품 사용기나 특성 등에 대한 평가 의견을 무보수로 제공하는 소비자이고 (3)세 번째로 DIY형은 유기농 야채를 재배하거나 주택 또는 가구를 직접 제작하기도 하고 아토피 등 건강을 위한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는 등 직접생산 중심의 소비자들이다.

 

DIY형은 더 나아가 선진기업에서 신제품을 일방적으로 출시하지 않고 상품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고객을 참여시켜 과정마다 고객과 대화하고 개선해 나간다는 크레슈머(Cresumer 창조하는 소비자:Create+Consumer)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프로슈머는 한마디로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공유로 전문성(의식수준의 향상)과 고감도의 요구를 지닌 소비자의 참여현상을 말한다.

 

이렇듯 기업경영에서 소비자가 생산과정에 참여와 요구가 두드러지는 작금의 변화상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치를 하나의 상품이라 한다면 그 생산-유통-판매과정에 국민적 참여의 강도와 요구가 커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에 정치에 대한 소극적 소비자의 지위만을 갖던 일반인들이 정치의 생산과정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상의 정치토론문화와 정치정보의 파급, 정치민원의 활성, 시민단체의 정치참여 일상화..... 국민들의 참여와 소통에 실패했던‘참여’정부라는 명칭도 이런 시대상의 반영인 것이다. 그전에는 정치전문가들도 접근하기 어려웠을 법한 ‘태안기름유출에 대한 삼성의 고의조작설’이라는 위험천만한 제목의 정치적 UCC를 일반국민이 만들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렇듯 수준이 높아지고 엄격해진 국민의 심리를 현저히 배반한 이번 인선은 인수위가 행한 몇몇 사안들과 함께 앞으로의 국정수행에 있어서 MB정부에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이번 인선을 통해서 보면 1차적 검증과정을 필연적으로 수반했어야 되는 인선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고, 주변에 NO를 할 수 있는 참모진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주고, 전체적으로는 변화된 정치상에 대한 조응이 없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이러한 경향은 대운하의 추진과정이나 정부조직개편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도 보여진다. 20년전 국민들이 조용한 소비자이기만 하던 때나 있을 법한 조각(組閣)으로 프로슈머로서의 국민의 감정적 역린(逆鱗)을 건드린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졸견(拙見)으로는 새로운 시대상을 타협과 설득을 위한 절차적 과정, 국민의 참여확대와 국민의 높아진 정치의식으로 본다. MB가 자주 언급하는 ‘섬기는 정치’는 이런 높은 국민적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강화된 국민적 요구를 수렴하는 방법은 주변의 참모진의 고언(苦言)에 귀 기울이고 나아가 그 ‘인의 장벽’ 뒤의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고 주의를 항상 기울이는 것일 게다.

 

한 학자는 MB뇌리속의 역할모델(Roll-Model)을 6·70년대의 박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회장으로 보고 MB에게 그들에 대한 모사본능이 은연중에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진단을 하고 있다. 자성적 고찰을 위한 좋은 소스가 아닌가 싶다. 과연 그러하다면 거기에다 시대적 변화상을 고려하여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위대한 정치가란 때로는 장래의 역사적 평가에 맡기고 현재의 민의를 거스르는 행위도 해야 할 것이나 그것은 사려깊은 숙고(熟考)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성공한 기업가로서의 MB에게 정치에서도 시대의 흐름을 담지하고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국정운영을 기대해 본다.

 

굴렁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