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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모든 여론조사에서 굳게 다물었던 침묵은 분노였다

이경희330 2010. 6. 3. 22:33

모든 여론조사에서 굳게 다물었던 입들이 2일에야 비로소 ‘심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런 외침은 천안함 사건이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등 모든 선거 쟁점들을 두 동강 내버린 상황에서 나왔다. 또 신문·방송들이 모두 한나라당 대세론을 얘기해, 민주당 등 야권 지지자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었고, 심판의 욕구는 높았던 셈이다.

 

천안함은 선거 흐름을 두 번 틀었다. ‘한명숙 무죄판결’로 야권의 기세가 오를 차례였으나 천안함 사태로 꺾였다. ‘유시민-김진표 후보단일화’ 효과도 뒤이은 천안함 수사결과 발표로 사그라들었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한명숙 지지도 차이가 천안함 정국을 거치면서 20% 이상으로 벌어지자, 여의도 정가에서는 “선거는 이미 끝났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열린 뒤, 여의도가 뒤집혔다. 2일 밤 12시 현재 민주당 등 야권이 수도권에서 서울, 인천 두 곳을 쓸었고, 충남·충북·강원·경남 등에서 앞서 9곳을 앞선 반면, 한나라당은 5곳에서만 선두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투표 전 드물게 이변을 예측했던 조용휴 폴앤폴 대표는 “밑바닥 정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깊었으나, 쏟아지는 대세론 때문에 야당 지지자들이 입을 다무는 ‘침묵의 나선이론’이 작용했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정권 심판론은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로 더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권택기 한나라당 의원은 “광진구의 경우 오후 2~4시에 투표율이 10% 이상 급등했고, 거의 다 젊은층”이라고 말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쟁 불사론이 20대의 불만에 불을 질렀다”며 “20대는 당장 전쟁터로 불려나갈 세대로 전쟁에 가장 민감하다”고 말했다. 천안함 북풍이 거꾸로 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심판론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파놓은 골을 따라 거세게 불었다. 한명숙 후보의 뜻밖의 선전이 돋보였고, ‘좌희정 우광재’는 개표 초반부터 일찌감치 앞서가기 시작했으며, 김두관 후보가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시민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 뒤진 것은, 유 후보가 전통적 민주당 표를 충분히 흡수하기에는 과거 갈등의 골이 깊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또다른 특징으로는 세대교체의 바람을 들 수 있다. 인천 송영길(47), 충남 안희정(45), 강원 이광재(45) 후보가 모두 40대다.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고전한 안상수, 박상돈, 이계진 후보는 모두 60대로, 젊음에 밀린 것이다.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갈망하는 정서가 그만큼 광범위하다는 방증이다. 또 충남, 강원 등지에서 자기 지역을 대표할 만한 정치인을 키워보자는 정서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