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국어 교과서에 이솝우화인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가 실렸었다. 개미가 한 여름 내내 땀 흘려 열심히 일할 때, 베짱이는 그늘에서 노래나 부르며 놀다가 막상 추운 겨울이 되자 베짱이가 개미에게 양식을 구걸한다는 내용이었다. 국경과 인종,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사회에는 개미와 베짱이가 늘 상존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와 거지가 상존하는 사회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다. 생각해 보라. 개미와 배짱이가 똑같은 수준으로 산다면, 그거야말로 불공평한 사회 아닌가?
그런데 과거 한 때 개미와 베짱이의 구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나누어 갖는다면서 “우리사회는 거지가 없습니다!”라고 자랑을 했었다. 그런데 참 이상도하지. 그들은 얼마 못 가서 사회구성원 전체가 떼거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베짱이는 개미에게 구걸이라도 해서 먹고살지만 저들은 구걸할 곳도 없어 떼로 수백만명이 굶어죽고 말았다. 개미와 베짱이가 공존하는 사회에서는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미도 없고 베짱이도 없는 사회는 죄다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개미처럼 땀 흘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존경받고 잘 사는 사회가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일 것이다. 거꾸로 베짱이들이 큰소리치며 잘 사는 사회가 있다면 그 사회는 단단히 망조가 든 사회일 것이다. 베짱이는 자신의 행위에 대하여 창피하고 부끄럽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개미에게 동냥질하면서 제 잘못을 뉘우쳐야 한다. 그런데 베짱이들이 외려 개미들을 ‘부르조아’라고 비난하며 개미들이 쌓아 놓은 양식을 제멋대로 약탈하고 허비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대체 무엇이 ‘악랄한 착취’고, 무엇이 ‘공평한 분배’인가?
박정희는 대일굴욕외교를 감수하면서까지 온 국민이 땀 흘려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하였고, 예속과 굴종에 젖어있던 약소민족의 패배의식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성향으로 개조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한국인들은 피 땀 흘려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 전 세계인들에게 개미처럼 근면하고 검소한 국민들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70년대 중반, 중동의 캐치프레이즈는 “한국인을 배우자!” 였다. 전 세계가 한국인의 불굴의 의지와 강인한 정신력에 혀를 내둘렀다.
대일굴욕외교로 받은 6억불의 원조는 일제(日帝)피해자들에게 일부가 돌아갔을 뿐, 거의 대부분이 국가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에 투입되었다. 예를 들어 포항제철(포스코)의 건설에 무상자금의 16.2%인 175억원이 투입되었는데 박태준은 민족의 피 값으로 지어지는 공사에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그렇게 세운 포스코의 작년 한 해 매출액이 20조가 넘었다. 현재의 환율로 약 210억 달러다. 애초 투여된 액수의 1000배가 넘는 결실을 거둔 것이다.
그 당시 일본으로부터 받은 6억불을 피해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모르긴 해도 아마 그때뿐이었을 것이다. 오늘 하루 배부르게 먹었다고 하여 내일도 배부른 것이 아니다. 박정희는 배고픈 국민들에게 고기를 나눠주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대일굴욕외교로 받은 6억불의 원조는 오천년 민족사의 천형과도 같던 가난을 이겨내는 요긴한 밑거름으로 사용되었고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10대 교역국이라는 명예와 자부심을 안게 되었다.
북한은 지금 일본에 100억불 가량의 대일청구권을 요구하는 모양인데 이젠 너무 늦었다. 김정일이 한 푼도 삥땅치지 않고 100억불을 전부 북한의 경제복구에 투입한다 해도 그저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의 효과 외에는 기대할 수 없다. 100억불 아니라 1000억불로도 안 된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체면을 차리려다가 인민들을 굶겨 죽였다. 국가적인 체면보다는 민생복리가 우선이라는 냉철한 판단 하에 대일굴욕외교를 감수하며 6억불의 원조를 받아 낸 박정희의 결단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는지를 웅변으로 반증하는 곳이 바로 북한인 것이다.
박정희의 새마을운동, 김용기 장로의 가나안 농군학교, 박태준의 포항제철, 이명박의 현대건설... 60~70년대의 대한민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선도하고 견인한 성장 동력은 탁상공론이 아닌 피와 땀의 결과였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들을 그들은 온 몸을 내던져 성취해냈다. ´한강의 기적´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박정희는 대일굴욕외교의 총책임자이며 18년을 장기 집권한 독재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위대한 지도자’로 불리는 것은 가난한 국민들을 등 따습고 배불리 먹이는 일에 전심전력했기 때문이다.
70년대, 그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코피를 흘리며 잔업에 시달리던 구로공단의 공순이들을 생각하면 나는 지금도 목이 메인다. 전태일은 청계천 공순이들의 질고와 恨을 짊어지고 산화하였다. 공순이들은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 박봉을 쪼개어 고향집에 송금하였다. 때론 지치고 절망하여 다방으로, 술집으로, 집장촌으로 팔려갔지만 그녀들은 거기서도 산업의 역군들을 위무하는 애국자였다. 나는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풍요의 상당부분이 그녀들의 희생의 댓가라고 생각한다. 그녀들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개미들이었다.
2004년, 현대자동차의 생산직근로자 평균연봉이 6000만원을 넘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입이 딱 벌어질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전태일을 앞세워 결사항쟁을 외쳤고 그것을 보는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민노총? 금속노조? 귀족도 그런 귀족이 없고 베짱이도 그런 베짱이가 없다. 저들은 사실상 전태일을 욕보이는 것이다. 오늘날도 진짜 개미들은 여전히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도 일자리가 없어서 놀아야 하는 형편이다.
박정희의 政敵이었던 김대중은 대한민국을 ‘베짱이들의 천국’으로 바꾸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김대중은 수백조원의 나라 돈을 회수할 수도 없는 곳에 마구 쏟아 부었을 뿐만 아니라 갚을 능력이 전혀 없는 베짱이들에게 신용카드를 남발하여 은행돈을 마구 빼 쓰게 만들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옛말이 있다. 베짱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바로 ‘외상’ 이라는 말이다. 박정희가 우리 민족을 땀 흘려 일하고 저축하는 근면한 개미들로 만들어 놓았다면 김대중은 외상질 좋아하다가 신세 망치는 베짱이들을 다량으로 양산시켰다.
노무현은 한 술 더 떠서 대한민국을 아예 입으로 먹고사는 세상으로 만들어 놓았다. 나는 이들을 ‘아가리族’이라 칭한다. 한때 親盧논객이었던 공희준은 아가리族의 문제점를 아주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는 “참여정부 초기모토는 토론공화국이었다. 첫 단추가 대통령과 현직검사들과의 사상유례없는 토론회였다. 두지 말았어야 할 악수 중의 악수였다. 盧정권이 말은 진수성찬이되, 실천은 강냉이죽인 나토정권으로 낙인찍히는 계기를 잉태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그렇다. 盧정권은 말은 진수성찬이되 실천은 강냉이죽인 ‘나토(No Action Talk only)정권’인 것이다.
이 세상에 아가리로 못 할 게 뭐가 있을까? 盧정권을 떠받치던 49개의 위원회는 피땀과는 상극이었다. 오로지 아가리의, 아가리에 의한, 아가리를 위한 탁상공론을 목적으로 조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아가리族’들의 신분보장과 품위유지를 위하여 국민들은 세금을 더 내야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환경미화원의 공채에 뛰어들어야 하는 신세, 그나마도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주제에 말이다.
이번 6.2 지방선거의 화두는 '진실규명'이다. 이명박은 개미들이 잘살고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개미가 주류가 되어야 바르고 안정된 사회다. 그러나 견제라는 그럴 듯한 명분을 앞세워 국민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정치세력이 있다. 나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을 ‘배짱이族’, 또는 ‘아가리族’이라 칭한다. 우리 모두 땀 흘려 열심히 일하자는데, 다른 한쪽에서 훼방이나 놓는 게 견제인가? 지난 10년 동안 속았으면 됐다.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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