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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통령 선거 D-100일 대선정국 총력분석

이경희330 2007. 9. 17. 21:56
‘한나라당의 굳히기’ vs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2007년 새로운 청와대 안주인을 선출하는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격돌을 벌일 주인공을 선정하는 작업이 범여권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다.
남은 관건은 한나라당이 범여권을 압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현 상황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판세를 뒤집어 2002년 대선의 ‘재판’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는 당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한편, 자신을 정점으로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근혜 전대표와 경쟁과정에서 빚어진 감정의 골이 워낙 깊이 패인 관계로 좀처럼 내부 파열음이 가시지 않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네거티브에 많은 약점을 갖고 있는 이 후보가 결국 낭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박근혜 대안론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여의도 정치권 한 정세분석가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안정적으로 대선까지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보여진 것처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선 막판까지 범여권의 파상적인 공세 등 각종 변수로 인해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관측했다.
물론,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이 후보를 정점으로 한나라당이 재편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반해 범여권은 숨가쁜 경선 일정을 소화한 이후 후보단일화까지 성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른바 ‘바람’을 불어올 수 있는 호재도 상당수 있는 게 사실이다. 손학규, 정동영 후보간 대결로 치닫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과 조순형 의원이 독주하고 있는 민주당, 그리고 문국현 등 외곽세력이 어떻게 흥행 포인트를 만들어 나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데이빗 김 취재기자>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파생된 당의 내분을 추스르는 동시에 범여권과의 대결구도를 준비하고 있다.
박근혜 전대표측 핵심 참모였던 인사들은 아직까지 이 후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권창출이라는 대의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이미 당의 주요 당직자들의 얼굴이 친이명박 성향의 인물로 채워지고 있다. 일부 친박 인사들이 일종의 ‘딴지’를 거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생명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이명박 대세론 앞서 당내분 봉합 ‘숙제’

다만, 대선 승리를 위해 이 후보 입장에서 지원이 절실한 박 전대표가 당권을 사이에 두고 미표한 입장차를 계속 가져갈 경우, 그 여진은 내년 총선까지 계속돼 종국에는 일방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내분 수습과 함께 이 후보에 대한 범여권의 공세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정감사도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초까지 예년에 비해 1개월 가량 뒤로 미룬 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동안 범여권은 이 후보의 해외 부동산 소유설 등을 흘리며 분위기를 띄워 온 게 사실이다. 이른바 ‘이명박 때리기’ 국감을 준비해온 범여권의 의도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이 대선주자를 선출하는 당내 경선으로 인해 여념이 없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한나라당은 범여권을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최선의 방어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슈로 불거진 학력위조 파문의 당사자인 신정아씨 비호의혹과 정윤재 전청와대 비서관의 커넥션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며 공세의 끈을 놓지 않을 태세다.
한나라당은 이달 초 권력형비리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홍준표)를 구성해 논란이 되고 있는 두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측면에서 이 후보에게 쏠리는 화살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인사는 “현 정권 핵심인사들이 연루된 두 사건에는 더 큰 배경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며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해 여러 의혹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두 사건의 배후에 더 큰 배후인물이 존재하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권력 실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씨와 정 전비서관의 커넥션 의혹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인척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어 파문은 더 확산될 조짐이다.
부산 정가에서는 이번 사건을 386 운동권의 ‘3무(無) 정치’가 불러온 한계로 규정짓는 분위기가 강하다. 노 대통령을 지지해온 이들 386은 경제적으로 자립도가 약하기 때문에 항상 주변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았다.
각종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륜을 갖춘 ‘멘토’가 필요하지만 이들에겐 이것 조차 여유가 없었다. 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송기인 신부 정도가 그 역할을 맡아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 정치에서 송 신부의 역할은 그리 녹록치 않았을 터다.
결정적으로, 운동권 출신들은 각자가 폭넒은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전문적 지식도 결여돼 있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14대 총선 당시 부산에서 낙마한 한 정치인은 “부산지역 386 정치인들은 진보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나름대로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지만 정치 멘토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각종 ‘악재’ 속에서도 범여권은 대선주자 선출을 위해 당내 경선을 한창 진행 중에 있다. 한나라당의 대세론을 꺾기 위한 시동을 건 것이다.
올해도 역시 범여권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헤쳐모여식’ 후보단일화의 성패 여부에 달려 있다.

DJ와 노무현 대통령 ‘복심’에 촉각

김대중 전대통령의 ‘주문’인 대통합을 성사시키지 못한 범여권은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으로 나뉘어 경선이 진행된다. 이른바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3등 후보가 말을 갈아 탄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정동영 후보와 함께 친노주자인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가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노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손학규, 정동영 후보가 친노무현 성향의 후보들과 경쟁하는 구도다. 당내 ‘컷오프’ 경선에서 드러난 득표로 볼 때, 친노주자들이 단일화를 하지 않는 한 손, 정 후보간 양강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본국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김대중 전대통령의 자택(동교동)을 방문해 친노주자를 후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해찬 후보가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그럼에도 이들 후보들은 모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가상 대결에서 모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 경선을 통해 과거 지지세력을 하나로 결집한다는 의미를 부여할 있겠지만, 경선에서 이명박 대항마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순형 후보와 이인제, 김민석, 신국환, 장상 등 5인의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최소한 후보단일화에 나설 수 있을 만큼의 지지율을 갖춘 인물을 만들어내겠다는 포석이다. 유력한 후보인 조순형 의원의 경우에도 이 후보와 맞서기에는 나이 등의 한계가 노정돼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당내 경선을 성황리에 마치게 되면 대선 이후 정국구도에서 호남을 배경으로 지분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 대통합에 합류하라는 김 전대통령의 주문을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기세가 등등해졌다. 오히려 민주당은 올해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여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외곽 세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선후보로는 문국현 전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있다. 문 전사장은 독자세력화를 모색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범여권에 합류하게 될 경우 조직이 없어 쉽게 주저앉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오히려 현실 정치에도 조금더 거리감을 둠으로써 기대치를 끌어올릴 수 있고 막판 후보단일화에서 승부를 걸 수도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문국현 후보에 대한 반응이 생각보다 좋다”면서 “범여권 일부 인사들과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이 합류할 경우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범여권 안팎에선 손학규와 문국현 양자간 최종 후보단일화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회자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최상의 시나리오들이 계속해서 가공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손학규-문국현 양자 후보단일화 가능성

민주노동당은 권영길, 심상정, 노회찬 후보가 격돌한 가운데 권 후보가 과반수 이상의 득표에 실패해 심 후보와 결선 투표를 벌인다. 권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은 가운데,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올해 민노당에 대거 표를 몰아 줄 경우 범여권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독주가 오는 12월 19일 투표장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후보단일화 등의 변수화 이 후보가 가진 약점 등 변수 또한 상당히 많아 올해 대선을 쉽사리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0월 중순 범여권 후보의 윤곽이 드러난 이후 50여일간 진행될 본선에서 청와대 안주인의 얼굴이 가려지게 된다.

선데이저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