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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BBK 수사'는 2002년 '병풍 수사' 복사판

이경희330 2007. 12. 5. 21:28

의혹제기 → 정치공방 → 유력 후보에 유리한 결론 '닮은 꼴'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결국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번 수사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됐던 병풍수사와 전개과정과 결론, 의혹을 제기했던 핵심인물이 구속되는 모양까지 너무나도 흡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 昌 장남 병역비리 의혹, 2002년 대선 최대 이슈

병풍수사는 대선을 채 다섯 달도 남겨놓지 않은 2002년 7월 말 김대업 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엿새 뒤 김씨가 검찰에 소환되면서 정국의 핵으로 등장했다.

이후 대선을 50여일 앞둔 10월 25일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정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이 신빙성 없다고 밝힐 때까지 정치권 공방의 최대 소재가 됐다.

당시 김대업 씨는 출퇴근 조사를 받으면서 정연씨의 병적기록부에 나타난 각종 의혹을 낱낱이 제기하고 병무 브로커 김도술씨와 나눴다는 녹음테이프를 제출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BBK 수사에서는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김경준씨가 귀국 의사를 밝힌 지 며칠만에 검찰에 압송되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됐다.

또 이명박 후보가 김씨에게 BBK 주식을 넘긴다는 내용이 담긴 한글 이면계약서를 제출하면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진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병풍수사 때는 수사 초반 김대업 씨의 주장이 집중 보도되면서 당시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 듯 했지만 결정적 증거로 제시됐던 녹음테이프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지면서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 올 대선에선 'BBK 주가조작사건' 정국 뒤흔들어

이번 BBK 수사에서는 김경준씨가 제시한 한글 이면계약서와 김씨측이 제기한 각종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점에 올랐지만 한글 이면계약서에 대해 위조라는 검찰의 수사 결론이 흘러 나오면서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간의 공수(攻守)가 역전되는 상황이 전개됐다.

2002년 당시 검찰은 본체인 병역비리 의혹 수사를 위해 병무 특별 수사반을 편성해 검사 5명과 서울지검 계좌추적반 전원을 포함해 27명을 투입했다.

또 여기서 파생된 22건의 고소.고발.진정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서울지검 특수 1,3부와 형사1부 등 3개 부서를 동원했다.

이번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주임검사로 검사 11명과 수사관 42명 등 53명의 수사인력을 차출해 매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했다.

결론 부분을 공개한 뒤 세세한 일문일답은 비공개로 진행한 수사결과 방식도 병풍수사와 BBK 수사가 똑같다.

병풍수사 당시 주임검사였던 김경수 특수1부 부부장(현재 대검공보관)은 기자들과 자장면을 같이 먹으며 3시간 30분동안 일문일답을 나눠 화제가 되기도 했다.

◈ 2002년엔 이회창 패배 … 올해는?

두 사건 수사에게 가장 닮은 점은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유력 대선 주자였던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한 결론이 내려졌다는 것.

이 때문에 당시 민주당과 지금의 대통합민주신당이 검찰이 유력 후보의 눈치를 본다며 '정치검찰'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는 모양새도 똑같을 수 밖에 없다.

2002년 대선에서는 병역비리 의혹에서는 벗어났지만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에 일격을 당한 이회창 후보의 패배로 귀결됐다.

2007년 대선에서는 BBK 의혹에서 '면죄부'를 받다시피 한 이명박 후보가 범여권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로부터 불의의 일격을 당해 2002년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5년전과 달리 청와대에 입성할 지, 2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CBS정치부 안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