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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영화 <보일러룸> 따라했을까?

이경희330 2007. 12. 5. 21:34
한나라당 선대위 뉴미디어팀도 '김경준의 단독범죄' 증거로 제시한 적 있어
  
검찰은 5일 김경준이 사기수법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영화 한편을 소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영화에 등장한 유명회사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영화 주인공 이름을 그 대표이사명으로 사용했다.
ⓒ 이경태
BBK

검찰은 5일 김경준(41)씨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과 해외 유령회사 설립을 통한 돈세탁 과정을 설명하다가 뜸금없이 영화 한 편을 소개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보일러룸>. 벤 영거 감독의 작품으로 2000년 미국에서 개봉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영화의 주인공인 세스(지오바니 리비시 분)는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문을 닫고 친구의 소개로 J.T. 마를린이라는 증권거래회사에 들어간다. 이 회사에서 세스는 증권브로커 짐의 훈련을 통해 주식중개에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이 회사는 유령회사의 주식 매매알선을 업으로 삼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령회사명(Med Patent Technologies)과 김씨가 설립한 유령회사명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김씨는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인 '지오바니 리비시'를 이 종이회사의 대표이사명으로 기재해놨다.

 

김씨를 수사했던 최성환 검사는 "<보일러룸>은 원래 주가조작의 은어로 영화를 보면 주가조작 수법이 김씨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했던 수법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보면 이 회사는 사무실을 딴 곳에 얻어놓고 주가조작이 드러날 경우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 역시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 사무실을 옮기려다 검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김씨의 책상에서 발견됐다."

 

출처 밝힐 수 없어...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나라당 선대위 뉴미디어팀이 지난 10월 김경준 사건과 영화 '보일러룸'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김씨의 단독 범행임을 주장한 게시물
ⓒ 이경태
BBK

그러나 최 검사는 "김씨의 책상에서 발견됐다는 뜻은 김씨가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에 발견했다는 것이냐"며 증거 확보 과정 등을 캐묻는 기자들에게 "수사 기법은 공개할 수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또 김씨가 이 영화를 모방했다고 인정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래리롱(김씨가 유령회사 A.M.Pappas의 대표이사명으로 사용)과 통화한 후, 김씨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래리롱을 알지 않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며 "와튼 스쿨의 동창이며 절친한 사이인 래리롱을 모른다고 하는 김씨가 말을 하겠냐"고 말했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영화 <보일러룸>은 BBK 사건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발목을 붙잡을 때 한나라당 선대위 뉴미디어팀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 영화라는 점이다. 한나라당 선대위 뉴미디어팀은 이 사건과 영화의 유사점을 비교하고 김씨의 단독범죄를 주장해왔다.

 

BBK 수사결과 발표현장에서 느닷없이 등장한 영화. 검사들은 "기자들도 영화를 보면 이번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정말 김씨는 이 영화를 모방했을까? 아니면 우연의 일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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