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업체를 운영했던 중견 탤런트 정욱(71/본명 정정길)과 아들 정유찬(41)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이들 부자가 운영했던 다단계 업체에 투자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진 것.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김기정 부장판사)는 23일 "피고들은 함께 원고 27명에게 모두 3억3,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욱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아들의 부탁으로 회장으로 취임했을 뿐 아니라, 정욱 부자가 투자 금 유치 수당으로 모두 23억원을 챙겼다"고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정씨가 운영하던 회사에 투자했던 돈을 돌려받지 못해 손해를 봤다며 함모씨 등 40명이 정씨 등 5명과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함께 원고 각각에게 55만~39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정씨 부자는 2005년 7월 서울에 다단계 투자회사 뉴클레온을 차렸다. 이어 "6개월 이내 투자금의 500%까지 보장해 주고 하위 직급 자를 모아와 직급이 올라가면 실적에 따라 직급장려금, 판매장려금 등을 주겠다"고 거짓 홍보했다. 그리고는 전국 50여 개 센터를 통해 9000여 명으로부터 1034억원을 불법적으로 투자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회사의 자금이나 영업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신규투자자의 계속적인 영입이나 투자 금의 지속적인 약속 없이는 투자 금에 대한 원리금이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금 유치는 투자 명목으로 돈을 가로채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인 계좌에 입금된 투자 금 가운데 정씨가 8억원, 아들 정유찬이 15억8천여만원을 개인 계좌로 이체해 빼돌렸다"고 밝혔다.
정유찬은 "뉴클레온의 실질적 소유자 및 경영자는 자신이 아니며 불법 금융 다단계 회사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정유찬이 회사 설립을 주도했고 모든 업무를 총괄하면서 최종적으로 결재를 하는 등 불법행위를 주도했거나 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아버지 정욱은 아들 부탁으로 회사 홍보 업무에만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으나, 아들에 대해서는 "모든 업무를 총괄한 대표이사로서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정욱은 지난 2006년 불법 다단계 회사를 운영해 투자 금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아들 유찬씨는 징역 6년을 각각 선고 받았었다.
재판부는 "정씨는 회사의 핵심간부로서 당초부터 회사의 투자 금 수신행위가 법이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 및 사기 범행임을 알고서 다른 공범들과 공모해 불법행위를 주도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1938년생 정욱씨는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66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출연 작품으로는 영화 `가족` , `4인용 식탁`, `도둑맞곤 못살아`, `자귀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