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20일이 되는 16일 "한 6개월 쯤 된 것 같다"며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며 정치적 안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과천 중앙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국정철학 공유 확산을 위한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민들께서는 이제 취임한 지 딱 20일 되는 날이긴 한데 6개월 정도 된 것으로, 언론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벌써 많은 기대를 하고 계시고 뭔가 좀 새로운 게 나오지 않나 하시고, 언론은 한 1년 쯤 된 정권으로 알고 지금 아주 많은 충고를 우리에게 해주고 있다"며 국민과 여론의 비판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는 인사청무회에서 혼쭐이 난 장관들에 대해선 "청문회를 통해서 혼도 났을텐데 청문회를 거치면서 아마 '좀 억울하다' '해명할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안 걸릴 사람 누가 있겠느냐' 이런 이야기를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우리가 국민의 눈높이, 기준에 의하면 우리 자신을 되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국민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어떤 변명, 해명보다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능력을 힘껏 발휘해 국민이 바라는 바를 이룸으로써 보답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유류세 10% 인하와 관련, "새 정부 들어 유류값 10%를 내렸지만, (국제유가가) 10~20% 올라갈 때 10% 내리는 정책은 세수만 줄고 별로 국민에게 다가오는 것 같지 않다"며 "유가가 고정대로 결정되고 유지될 때 10% 내렸으면 국민들이 느낄텐데 10% 내려봤자, (국제유가가) 오르니까 전혀 체감을 못할 때 우리가 정책을 썼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실질적인 도움은 크게 주지 못하고 또 어쩌면 국민들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을 못 주면서 정책을 편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최근 환율-유가 급등으로 인하 효과가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지나간 10년 동안, 10년이 좋으면 한 번 정도 위기가 온다고 생각한다"며 "그 때를 대비해서 경쟁력을 잘했었으면 좋았는데, 사실 우리가 그러지 못하고 정치적 불안 속에서 세계가 좋은 환경 덕분에 그 정도 유지하고 왔다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며 최근의 경제적 어려움을 지난 10년에서 찾았다.
그는 이어 "이 즈음에서 정치적 안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가는 시절에는 무엇보다 정치적 안정이 굉장히 필요하지 않느냐"며 우회적으로 4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가 시대에 맞는 법을 앞질러 만들어주는 역할이 필요하고, 국민이 신뢰를 해 주시는 것을 바탕으로 해서 정부의 모든 공직자나 기업하시는 분들이나 근로자들이 한번 뜻을 모으면 이번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그런 기대를 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과거 1차, 2차 오일쇼크 때 취했던 방식을 소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과거 1차 오일쇼크를 기억하시지만, 그 때는 중동이라는 탈출구가 있었다"며 "당시 대통령이 중동에 나가있는 근로자들에게 연초에 편지를 보내 '여러분은 근로자가 아니고 산업역군이다. 여러분이 번 달러는 한국에 와서 한국경제를 살린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줘서, 제가 근로자를 아침에 모아 놓고 애국가 부르고, 새마을 노래 부르고 대통령이 보내준 편지를 읽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어 "2차 오일쇼크 때는 수출을 많이 권장할 때이고, 수출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정말 격려도 해주고 하는 기억이 있는데, 한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그 때 대한민국 수출 1등한 기업에게 그 당시 최고 좋은 크라이슬러에서 나오는 자동차를 타게 하고, 2등은 포드에서 나오는 차, 이렇게 급수대로 수입해서 타고 다니게 했는데 우리 회사는 3등해서 스포츠카 비슷한 것을 탔다. 이렇게 현편없던 시절에도 정부는 민간기업을 굉장히 격려하고 인센티브를 줬던 시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
그는 또 "이란-이라크 전쟁이 났을 때, 외무부는 아마 알텐데 우리가 이란, 이라크 시장을 모여 열어 전쟁 때 양쪽에 군복을 다 팔아먹었다"며 "그런데 육탄전이 벌어지고 옷이 비슷해 니 군대인지 내 군대인지 몰라서 문제가 생겨 바그다드 종합상사 책임자가 구속되고, 제가 CEO로서 방문하는데 외무부가 '전쟁 중에 위험하니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가는 것을 말리지는 않더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피하려고 문서를 하나 띄워놓은 것 같다"고 관료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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