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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전문가들, 이명박 '대운하' '용적률 상향' 뭇매

이경희330 2007. 9. 29. 00:30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8일 '푸른 한반도 만들기'를 주제로 환경전문가들과 가진 정책대담에서 '한반도 대운하'와 '용적률 상향 발언' 등에 대해 호된 쓴소리를 들었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숲 가족마당에서 '이명박의 신환경구상-푸른 한반도 만들기'를 주제로 환경전문가들과 만나 환경문제에 대한 정책적 조언을 들었다. 문제는 예상밖으로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강도높게 이 후보의 정책을 반환경적이라고 질타하고 나선 것.

김성훈 상지대 총장은 "초청을 받고 오해의 염려가 있어 참석하지 않으려고 망설였다"며 "그런데 5년 전 이명박 시장이 이 자리에서 개발하자는 시 관료와 개발업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같이 나무를 심자는 얘기를 상기시키면서 와 달라고 해서 오늘 만사를 제치고 참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명박 시장은 평생 대한민국을 까발기고 건설하는 데만 일생을 바쳤는데 시장이 돼 청계천과 서울숲을 만들고 숲 벨트를 만들겠다고 해 감동을 받았다"며 "그래서 개발주의자인 이 시장이 이제 친환경주의자,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졌다고 칭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어 "그런데 대운하 계획에 대해 많은 분들이 다시 개발주의 시대의 악몽을 갖고 있다. 시민환경단체가 그렇고 저도 그렇다"며 "며칠 전에 언론보도를 보니 국제환경전문가 집단을 초청해 평가를 거친 후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는데 승복의 의미가 전문가들이 안 하는게 좋겠다고 하면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속 시원히 얘기해 달라"며 이 후보의 답을 요구했다.

이미경 환경재단 기획조정실장도 "올해 5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환경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환경분야에서 영향력이 있는 브라운 박사와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분께 이명박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모종의 프로젝트를 설명했더니 놀라면서 '산이 많은 나라에서 친환경적 이미지의 지도자가 그런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에 대해 세계의 환경전문가들이 주시할 것'이란 우려의 말씀을 하셨다"며 대운하 공약에 대한 쓴소리를 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환경전문가들로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열을 받는 것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환경운동가들과 철학적, 과학적으로 대화할 기회를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며 거듭 쓴소리를 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에 "두 분이 대운하에 대해 말씀 하셨는데 저는 대전제가 21세기에 환경에 반하는 일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반환경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는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대운하는 친환경적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데 현재로선 친환경적인지를 놓고 견해 차이가 있다"며 "매우 친환경적으로 할 수 있고, 물을 더 만들 수 있다. 대형트럭이 다니면서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 여러 관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제가 설명했는데 이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었고 의사소통할 기회가 없었다"고 거듭 대운하가 친환경사업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운하는 정부예산이 아닌 1백%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것이고, 세계적 전문가를 불러 토론도 시키겠지만 국내 환경운동가들과도 적극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 이 사업을 하겠다"며 향후 국내 환경운동가들과도 대화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 후보의 용적률 상향발언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규목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반적으로 청계천을 성공적 프로젝트로 보지만 일부 전문가는 주변의 역사적 지역을 용적률을 높여 고밀화한 것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가진 분들도 있다"며 "어떤 분들은 '고밀화하려고 청계천을 개발하느냐'고 하신 분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개발 계획은 용적률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높이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도시환경은 용적률을 높일수록 악화가 된다"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역이나 주거환경에선 용적률을 높이지 않는 정책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 후보는 여러 사람들이 개발, 토목사업 등에 마인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바꾸려면 환경에 대한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용적률을 높여 개발하면 개발하는 사람에겐 이득이지만 사는 사람에겐 혜택이 되지 않는다"고 거듭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서울 사대문 안에는 고궁과 역사적 건축물이 많이 있고, 이 곳은 용적률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어느 시장이 바꾸고 싶어도 함부로 바꿀 수 없다"며 "저는 특수지역 이외, 같은 용적률을 갖고 층수를 낮추니까 환경공간이 없기 때문에 층수를 높여주는 것이 사는 환경에 훨씬 좋다는 것이다. 외곽 지역엔 고층화시키면서 휴식공간과 자연환경 공간을 넓히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사가 끝난 후 김성훈 총장은 본지와 만나 "세계적인 환경전문가를 불러 평가를 거친다고 해 오늘 우리들에게 추천을 해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하지 않더라"며 "아마도 세계적 전문가들을 불러 평가를 받으면 대운하 계획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이명박 후보는 이날 미리 배포한 <MBC> 방송연설 원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국내외 세계적인 기술과 환경 전문가들로 하여금 재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가 '재검토'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한나라당은 이 부분을 "치밀하게 다듬도록 하겠다"고 수정해 재배포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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