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journal정치

한나라당의 이명박 박근혜 내전, 파국이 보인다

이경희330 2007. 7. 31. 20:43

이라크를 아직 `못간' 박근혜 캠프 홍사덕이 기자들을 불러놓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명박과의 지지율이 2프로 정도로 좁혀졌다 이제 승기를 잡았다 역전을 확신하고 있다"

홍사덕의 자신감에 각 진영의 반응은 당연히 상반될 겁니다. 박근혜 지지자들은 꽤 고무적일 테고, 이명박 쪽에선 저 인간 또 사기 치네 할 거고, 노빠들은 그냥 웃길 겁니다. 잘들 논다.. 하겠죠. 얼마나 좁혀졌느냐는 그렇게 관심 없습니다. 중요한 건 둘을 합친 지지율인데 이게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거죠. 하향평준화라고나 할까요. 홍사덕 말이 진실에 가깝다면 두 후보는 오그라들면서 키가 맞추어지는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되면 싸움은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 내 두 진영의 전쟁은 단순한 경선전이 아닙니다. 아무리 저렇게 싸워도 경선이 끝나면 어쩔 수 없이 승복하고 힘을 합칠 것 같아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 상흔의 심각함은 상상 이상일 것 같습니다. 이 내전은 다음에 두고 보자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느 후보든 다음을 염두에 두고 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둘 다 똑같은 비중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고 `상대가 이기면 내가 죽는다'는 비장감이 서려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웬만하면 다 아는 것이고, 전 박근혜에 관해 주목되는 사실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때까지의 양상을 보면 박근혜는 공격 이명박은 수비의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박근혜는 본격적인 경선 개시 오래 전부터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왔습니다. 지지율이 따블 이상으로 차이가 날 때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그것은 이명박의 어떤 대단한 오류를 포착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경선전이 시작하자마자 비리를 터트려 격차를 상당히 줄인 건 사실입니다.

이명박은 공격을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자꾸 회피하고 논점을 교묘히 뭉개려는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런 대응법은 결국 일반에게 박근혜 측에서 터트린 비리가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고, 이명박의 지지율은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네가티브가 꽤 먹혔습니다. 그러면 박근혜는 그 자신감대로 승리를 하게 되는 걸까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

그런데 박근혜는 네거티브를 하면서 줄곧 `이명박으로 대선에 나가면 필패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워낙에 문제가 많은 그 사람은 안 되겠다는 거죠. 이건 같은 당에서 단순히 상대후보를 이기기 위한 공격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경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만일 이명박이 되면 당 자체가 치명상입니다. 당 입장에서 보면 박근혜는 이기기 위해 하지 말아야 할 가장 극단적 방법을 쓰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명박 쪽에서 발끈 했죠. " 당신 제정신이냐. 박근혜는 나 아니면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둘의 싸움에서 한 쪽이 공격하고 한 쪽이 맞받아친 것이지만, 전 이 말이 박근혜를 함축적으로 정확히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박근혜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사고에 인이 박힌 사람입니다. 지난 2002년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 때 벌써 그런 성격이 발휘 됐습니다. 당시의 이회창 일인 체제에서 박근혜의 존재는 그 이전의 `9룡'보다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이회창과의 경선은 승산이 없고 경선 도우미 정도로 여기질 뿐이었는데 정작 박근혜 자신의 생각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경선룰이나 선거인단 가지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자기 요구가 안 먹히니까 당을 뛰쳐나갈 정도였으니까요.

이명박과 박근혜가 경선룰을 가지고 엄청난 신경전을 벌인 건 둘 모두 팽팽해 조금만 양보해도 한쪽은 불리하기 때문인데, 2002년 당시의 박근혜는 룰이 어떻게 되든 가능성은 제로였습니다. 9점을 깔고 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상대 후보와 신경전을 벌이고 당을 뛰쳐나간다는 건 상식과는 다른 박근혜만의 세계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한마디로 내가 아니면 절대 안 된다, 내가 될 수 있다.... 또는 차기를 위한 주목받기 포석이었을 테죠.

박근혜는 대통령을 꿈꿀 만한 이렇다 할 조건이나 경력은 솔직히 없는 사람입니다. 다만 아버지가 이 나라 절대 군주였다는 것뿐인데 지금 세상에서 그런 식의 세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죠. 그럼에도 박근혜의 강점이 있다면 그 단순하리만큼 무서운 신념 또는 집념입니다. 신념은 유아적인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이회창 때도 그랬고 이명박과의 엄청난 격차일 때도 그랬습니다. 아마 정치도 `대통령이 된다.'는 신념으로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명박으로는 필패한다는 말은 자신으로는 필승이다 입니다. 이건 그는 비리가 워낙 많아서 안 된다도 있지만, 내가 아니면 절대 안된다가 더 강한 경우입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 아닙니까. 핏줄이 무섭네요.

누가 될까?

그런데 제 개인적인 전망은 박근혜가 웃을 가능성은 적지 않을까입니다. 누굴 의도적으로 비토해서가 아니라 현재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이명박의 비리가 정신없이 나올 때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아 `이명박은 안 되겠다' 했는데, 경선이 3주가 남은 이 시점에서 다시 살펴보면 상황이 다소 진정되는 것도 같습니다. 홍사덕은 허풍을 떨었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첫째, 이명박은 아프간으로 한 숨 돌린 상태가 됐습니다. 이 시기에 슬그머니 고소를 취하한 처남이나 귀국한 형님 건은, 누가 봐도 굉장한 얍삽함이고 손가락질 감인데 다행히도(?)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넘어 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명박은 아프간 덕을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그의 현재 상황은 웬만하면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게 좋습니다. 깜짝 놀랄 연일 밝혀진 비리는 이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박근혜 측을 아쉽게 하고 있습니다. 네거티브로 밝혀지는 비리에 대한 실망감보다 네거티브 자체에 대한 염증이 더 심각할지도 모릅니다.

둘째, 박근혜의 방법은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당내의 경선전은 끊임없는 네거티브보다 비전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고 효과적입니다. 어차피 당내에서의 경선인데 자기만 생각하고 상대만 줄창 뭉갠다면 결국은 당이 손해고 지지자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합니다. 누가 이기건 지건 그 상처는 치유가 무척 어렵습니다. 다 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명박의 문제점이 그만큼 많아 자신감이 넘쳤고,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려 보다 깨끗한 사람을 찍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 이라 하겠지만, 박근혜는 그 유아적 집념 때문에 단순히 공격일변도를 했던 게 화근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당과 자신의 비전을 보여줬어야죠. 박처리즘이니 즐푸세니 들고는 나왔지만 지금은 거의 안 쓰고 있습니다. 뒤늦게 그 어감의 유머러스화를 깨달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그 비전도 단순하고 현실과의 괴리감이 있습니다.

 

어쨌든 박근혜는 가장 막장적이고 무지한 방법을 쓰며 경선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아니올시다여도 `그 사람으로는 필패다'는 도덕적으로나 당을 위해서나 하지 말야야 합니다. 이건 공공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을 생각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최태민 목사 건으로 상대측을 고소한다고도 하는데 진짜 고소할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런 것도 그다지 좋은 건 아닙니다. 효과는 별로 못보고 짜증과 염증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더 큽니다.

하지만 지지율 따라잡기에 고무된 박근혜 측은 앞으로 더욱 사생결단으로 나올 겁니다. 그 희망의 유혹 앞에서 신중해질 사람이 아닙니다. 더구나 내가 아니면 안 되는데 이번에 안 되면 끝장이다...는 절박감은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합니다. 막가파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태의 경선이면 누가 되든 그 후유증은 엄청날 겁니다. 박근혜가 되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정체성에 혐오감과 실망감은 극한이 됩니다.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이는 이명박이 되면?

한나라당의 전통 지지자들, 지역주의자들, 과거회귀주의자들, 반공 냉전주의자들은 엄청난 충격과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될 겁니다. 그들에겐 이명박은 회색분자고 서슴없이 빨갱이로 낙인찍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욕하고 저주했던 사람을 과연 응원을 하며 찍을 수 있을까요. 물론 같은 당이라 찍을 순 있겠지만 고문과 같은 일일 겁니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지지자들은 분위기 상당히 다운될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경선은 축제가 아닙니다. 송영선이 개념 없이 춤을 춘다고 그게 축제가 되겠습니까. 지옥과도 같은 내전이고 엄청난 상처와 후유증이 남는 전쟁입니다. 서로 눈들에 핏발이 섰습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절대 뜯어 말릴 수 없는 파국을 예견하는 피투성이의 전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