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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정몽준의원이 구한다

이경희330 2008. 3. 25. 00:36

한나라당이 박근혜-이명박계, 이명박계-이재오계간 복합 권력투쟁에 접어들면서 자체 침몰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단 한사람,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인사가 있다. 다름아닌 정몽준 의원이다.

정몽준 의원, 잇따른 지원유세 요청에 회심의 미소

정몽준 의원에게 지금 한나라당 위기는 일생일대의 정치 찬스가 되고 있다. 그는 한나라당의 SOS를 받고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와의 맞대결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결과는 만족 그 자체다. 나날이 정동영 후보와의 격차를 확대하며 승세를 굳혀가고 있다. 그가 승리를 한다면 그의 한나라당내 위상은 단단해지며 특히 수도권에 세력 확충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이뿐이 아니다. 박근혜 전대표가 한나라당 지원유세를 보이콧하자, 나름의 대중적 지지도를 갖고 있는 정 의원에게 지원유세를 부탁하는 한나라당 공천자들이 잇따르고 있고 실제로 그는 전여옥 후보 등의 지역유세 요청을 받아들여 곳곳을 누비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홍 및 보수 분열로 극한 위기에 몰린 수도권 의원들은 대중적 인지도외에 조기축구모임 등에 단단한 세력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에게 제발 한번만이라고 지역구를 찾아달라고 읍소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이명박계 공천자들로,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의석에 실패하면서 박근혜계가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쥘 경우 자신들이 일차적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며, 정몽준이란 새로운 바람막이에 기대려 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정 의원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취약지역인 수도권에 세를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전여옥 의원의 지원유세 부탁을 받아들여 23일 영등포구 관악고등학교에서 조기축구회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오 침몰 위기에 회심의 미소, 박근혜에 견제구도

그에게 특히 낭보(?)는 향후 당권-대권 투쟁에 최대 장애로 여겨져온 이재오 의원의 고전이다. 이재오 의원은 지난 대선말 그가 이명박 후보 지지를 천명하는 대신 약속받은 최고위원직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 정도로, 정 의원에겐 최대 걸림돌이었다. 두 사람은 특히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놓고 치열한 격돌을 벌일 운명적 라이벌 관계다.

하지만 지금 '문국현 암초'에 걸려 이재오 의원이 침몰 위기를 맞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문국현-이재오 지지율 격차는 벌여져 지금은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이재오 의원은 이에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자신의 동반 불출마까지 주장하며 최악의 위기로부터 벗어나려 하고 있다. 대의를 위해 불출마했다는 명분을 쌓아 오는 7월 당권에 도전하려는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

정몽준 의원은 이에 24일 이재오 의원에게 끝까지 출마해 유권자 심판을 받으라고 이 의원을 압박하고 나섰다.

정 의원은 이 날 SBS 라디오 '백지연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이재오 의원의 거취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재오 전 최고께서도 열심히 노력을 하지 않으셨느냐"며 "그 분이 열심히 노력을 해서 지역의 유권자 여러분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를 저는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방법"이라며 이 의원의 중도 사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동시에 또다른 강력한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화살을 돌려, 박 전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속았다"고 비난한 데 대해서도 "우리 한나라당이 다 서로 잘 지낼 것으로 기대를 했는데 이런 일이 나오니까 저도 사실 좀 당황스럽다"며 우회적 비판을 가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바로잡겠다"고 말한데 대해, "비유하자면 기울어가는 타이타닉 호, 커다란 배 있잖아요. 유람선. 그 배안에서 서로 도박장에 앉아서 돈을 누가 더 따느냐 계산하는 것은 그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나는 책임있는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우회적으로 박 전대표를 견제했다.

차기대권 도전의 꿈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자신의 오랜 지역구인 울산을 기점으로 영남권에 기반을 확충하는 동시에, 이번 총선을 계기로 수도권에도 기반을 대거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총선공천 갈등에 이재오-이상득 등 한나라당 실세들이 예외없이 정치적 타격을 입고 있는 만큼 향후 정 의원의 공격적 세력확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기는 식의 정국이 계속 전개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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