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 만 것인가. 지난 해 금융위기가 일어날 당시부터 금융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 서막은 원달러 환율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1300원 선에서 오르내리다가 지난 2월 중순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결국 1600원대에 다다랐다. 문제는 이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다. 본국 정부의 개입으로 환율이 일단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역부족’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다수의 한국 전문가들은 조만간 환율이 1800원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데이저널>이 지난 10월 31일자 664호를 통해 <1700원 넘어 2000원도 사정권>이란 기사를 통해 조만간 환율이 폭등할 것이라고 예측한 적 있다. 당시 기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상황이 여기까지 왔어도 본국 정부에서는 환율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것을 차단하고 있어 언론들도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환율상승이 지난 10월에 일어났던 1차 때와는 다른 양상이라는 점이다. 당시 환율폭등이 미국발 금융위기가 원인이었다면 이번 환율 폭등은 미국뿐 아니라 동유럽과 일본과 맞물려 그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원인은 분명하지만 마땅한 처방전이 없다.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한인사회 경제는 다시 한 번 큰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선데이저널>이 최근 한인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환율폭등의 원인을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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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국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7.90원 급락한 1,552.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19.70원 급등한 1,59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594.00원으로 상승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상승을 제한받은 채 한동안 1,584~1,594원 사이에서 횡보했다. 이후 환율은 당국의 개입이 강화되고 주가가 상승 반전하자 급반락했고 장 후반 손절매도로 1,548.00원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일부 줄였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환율이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단 환율 상승세가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환율 안정세는 일시적 현상
특히 원달러 환율의 급등의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동유럽 금융위기 불안과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 상환이 2월과 3월에 집중돼 있다는 것. 또한 국내 기업의 배등금과 일본의 엔케리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더욱 큰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부터 ‘동유럽국가의 부도 위기→서유럽의 유동성 확보 경쟁→한국 시장에서 주식·채권투자 회수→한국의 외화유동성 위기 재현’이란 ‘3월 위기설’이 줄곧 제기돼 왔다. 또한 일본의 금융기관이 3월 결산 법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추가적인 위험자산 회수 가능성이 높은 시점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결산월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 금융권은 대출 및 주식 등과 같은 위험자산을 추가적으로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 있는 일본자금이 단기간에 급속도로 회수될 수 있다. 본국의 한 A 증권사 연구위원은 “동유럽 위기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또한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이는 크게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3월과 4월 외국인투자가의 배당금은 총 3.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1.6조원이 국외로 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며 “따라서 추가적인 원달러환율 불안 요인은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분간 원달러환율 추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며, 국내 증시도 환율리스크가 진정되는 국면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는 “주요국과 일본 기준금리 차이가 축소되고 있다는 점과 일본내 해외은행 지점의 단기성 엔화 대출자금이 회수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본 투자신탁의 해외운용자산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엔케리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고 있는 구간이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B 증권사의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12월 이후 형성된 박스권 하단까지 하락한 상황이다”며 “주식시장이 반등 및 박스권 상향돌파를 하기 위해서는 환율 하향 안정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시중은행의 외화차입 동향이 양호하고 동유럽 디폴트 위기가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원달러 환율은 하향 안정화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안정이 확인된다면 매수 전략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우려가 현실로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동유럽발 위기가 한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나치게 안이한 대응방식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3월 첫날인 2일 주가 급락, 채권금리 상승(채권값 하락), 환율 급등(원화가치 급락) 등 ‘트리플 약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에 시장에서는 “정부와 외환당국이 위기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근거는 유럽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봤을 때, 올해 만기도래하는 총 외채 규모는 3600억달러이고, 이중 2000억달러 가량을 유럽계 자금으로 파악됐다. 이 중 만기연장되는 것을 보면 유럽계 자금이 아시아계 자금으로 대체되면서, 전체 외채 중 유럽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 전체 외채에서 유럽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말 57% 가량에서 5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측 분석 결과 유럽계 비중이 이미 47%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우려하듯, 유럽자금의 이탈이 부분적이지만 현실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
이처럼 동유럽 위기설로 인한 한국 금융시장 불안이 현실화 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낙관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측은 “3월만 놓고 볼 때 은행자금과 채권시장의 만기도래분은 각각 100억달러 가량으로 파악된다”며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유럽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 이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긴 어렵지만 최악의 국면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최악의 상황을 피할 것이기 때문에 유럽계 자금이 국내에서 일시에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측도 “현재 부도위기설에 휩싸인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폴란드 체코 등 굵직한 나라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들”이라며 “설사 위기가 현실화된다 해도 서유럽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본국의 외환보유고가 현재의 고환율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과 맺은 통화스왑물량도 이미 반 이상 써버렸다. 또한 3월 중순이 되면 미국 기업들의 결산 결과까지 나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 A 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의 금융 위기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3월 후반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 골드만삭스 등 미국 11월 결산법인들의 1분기(12~2월) 실적이 16일부터 나온다”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대로 나쁘다는 소식이 들릴 경우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증시하락 등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그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앞으로 2주는 더 이어지고, 국내 자산 운용사들이 3월에 각종 펀드를 정리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결국 원.달러 환율의 경우 이날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일단 하락 마감했지만 외화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와 국내외 증시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또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그 폭은 외환당국의 개입 강도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한 동안 주춤했던 환율이 다시 폭등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한인사회 경제에는 그야말로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유학생들의 귀국은 가속화 될 것이고 여행사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면 다른 한인경제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환율 폭등으로 인한 한인사회의 시름은 깊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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