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연예계 학력위조 논란에 대중문화계 '출렁'
20일 밤. 모 연예매니지먼트 기획사 대표는 소속사 중견 연예인으로부터 이같은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다소 뜬금없는 듯한 이 연기자의 문자메시지는 요즘 문화계 특히 연예계를 휘몰아치는 연예인 학력위조 논란과 무관치 않다.
또다른 사례. 10여 명의 연기자 배우들이 속해있는 중견 매니지먼트사의 다섯명의 실장들이 후배 팀장 매니저들과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소속 연예인에게 학위 관련 여부를 확인한 뒤 혹시 프로필에 잘못 기재됐는지, 포털 사이트 인명란에 틀리게 게재됐는지를 대조하면서 잘못 기재되있는 부분을 확인하면 직접 전화하고 찾아가 고치느라 다른 활동을 잠시 접었다. 혹시라도 누군가의 제보나 언론사의 검증작업에서 틀린 부분이 확인되면 그 뒷감당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획사의 한 실장은 "이번에 학력위조로 걸리면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입을 손해는 병역비리나 마약비리처럼 엄청난 후유증이 예고된다"면서 "철저하게 사전에 예방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긴장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연예인들의 학력위조 사실과 연이은 사과, 성명 발표 등이 벌써 한달여 째 계속 이어지면서 연예계가 벌집 쑤셔놓은 듯 발칵 뒤집히고 있다. 사실로 들어난 연예인만 줄잡아 열 명. 대부분 현업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터라 충격은 더하다.
문제는 이들 연예인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들과 함께 현업에서 프로그램이나 작품을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방송사, 영화사, 매니지먼트 사까지 모두 거미줄 처럼 부정적 파장이 미치기 때문에 불안감은 전체 연예계로 확산되고 있다.
학력위조는 병역비리 마약비리 만큼 무서워-자체 검증나서
최근 강석은 연세대 졸업 학력위조 문제가 드러나 급기야는 23년째 진행하는 MBC 라디오 '싱글벙글 쑈'에서 눈물을 쏟으며 사과 방송을 했다. MBC 라디오 국은 이에 자체 방송 진행자 학력 위조 여부에 대해 조심스럽게 자체 점검을 하고 있다. 또다른 MC문제가 발생하면 그동안 사랑받았던 방송사의 간판 MC가 하차할 수도 있고 급기야 방송사 이미지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촬영중인 한 영화사의 제작사 프러듀서는 주인공 남녀 배우들의 학력위조 문제가 혹시 없는지 배우들에게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확인작업을 마쳤다. 혹시나 개봉 시기에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찍은 영화가 순식간에 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연예기획사는 더 심각하다. 연예인이 곧 회사 매출의 큰 자산이기 때문에 신인부터 시작해서 중견연기자까지 최종학력의 진실과 외부에 알려진 학력과의 차이가 있는지 여부를 대조하면서 이같은 '학력위조'검증 쓰나미를 피해가려고 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포털사이트 인물란이 언론사 학력위조 검증의 단초가 되기 때문에 이쪽으로 쏠리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 포털사이트 인물란 담당자는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하루에도 수차례 여런 연예인 관계자로부터 수정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정작 연예인 당사자들도 조바심을 내기는 마찬가지다. 한 중견 가수는 "우리 때는 사실 학력에 대한 문제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가수 활동을 하는데 실력이 우선이었지 내 학력을 가지고 인기를 얻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연기자는 "차라리 과거에 솔직하게 고졸이라고 밝힌 것이 이제와서 보니 후련하다"면서 "주변에 사실 어떤 연예인이 어디를 나왔다는 것에 대해 무관심한 분야가 바로 이 동네"라고 덧붙였다.
한편 마녀사냥처럼 한 개인을 파탄시키는 듯한 '학력위조'논란에 대해 아쉬움을 이야기 하는 관계자들도 많다. SBS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한 뒤 "물론 거짓으로 학력을 속인 공인의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력위조 연예인들이 학력을 이용해 방송 활동이나 연예활동에 이득을 취했다면 이는 문제지만 그렇지 않고 실력으로 승부해왔던 연예인들에게 이제와서 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 영화감독도 "연예인들이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고 당당하게 활동하는 긍정적 모습은 조명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한 30대 중반의 남자 연예인은 "차라리 학력위조를 했지만 말할 용기가 없어 겁이 나고 불안해 하는 연예인들에게 자수 기간을 주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감싸안아 주는 기회가 있었으면 어떨까도 생각해봤다"면서 조심스러워 했다.
연예계의 각 주체들은 지금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이같은 검증 논란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socio94@cb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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