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파렴치범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있는 스님은 종단의 지도자가 될 수 없게 됐다. 또 스님이 본인이나 세속의 가족을 위해 개인명의의 재산을 취득해서는 안 될뿐더러 스님이 사망했을 때 생전에 취득한 개인명의의 재산이 종단에 귀속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그러나 교구 선거가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토대는 끝내 마련하지 못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자승)는 9월 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제174회 중앙종회 임시회를 개최하고 종무원법, 승려법, 중앙종회의원선거법 등 종법을 개정했다.
‘종무원법’은 지난해 9월 초 제171회 중앙종회에서 강도, 절도, 강간, 간통 등 파렴치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형기만 마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개정하면서 교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 ‘국법에 의하여 파렴치범(살인, 강도, 절도, 강간, 간통)으로 처벌 받은 사실이 있는 자’를 교역직 종무원에서 배제함으로써 그동안 총무원장과 종회의장이 공포를 거부해 유령처럼 떠돌던 종무원법이 제자리를 찾게 됐다.
또 기존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기간 중만 아니라면 종무원이 될 수 있었지만 종무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집행이 종료된 지 5년이 지나지 않으면 못 맡도록 보완한 점은 승가의 위상 강화를 위해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당초 파렴치범에 ‘사기’가 포함돼 있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결국 포함되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소유를 지향해야 할 스님이 개인명의의 재산을 취득하거나 사망 후 생전에 취득한 삼보정재가 속가의 가족이나 친척에게 귀속되는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승려법이 개정된 것도 큰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종회에서는 승려법 조항을 신설해 스님의 생전 재산이 종단에 귀속됨을 명시하고 이를 위해 구족계 수계 시와 이후 매 5년마다 당 승려가 환속 제적, 사망했을 경우 개인명의 재산의 종단 출연에 관한 유언장을 제출하고 종단과 약정서를 제출해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히 이로 인해 취득한 재산은 승려 노후 복지와 승려 교육기금으로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재단을 설립할 것도 함께 명시해 승가복지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종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 등록 이후 후보자 및 선거인 자격심사 등 선거업무 일정이 촉박함으로 인해 선거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선거기간을 10일에서 14일로 연장했다. 또 재선거와 보궐선거 실시 사유가 발생하면 60일 이내에 선거를 실시해야 하는 규정도 새롭게 첨부했다.
그러나 이번 종회에 대한 아쉬움과 한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교구선관위의 위법 및 부당한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중앙선관위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상정된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진통 끝에 부결된 것에 대해 종회에 대한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진화 스님 등이 교구선관위가 직무를 태만할 경우 이 업무를 중앙선관위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산중총회법 개정안’도 다음 회기로 이월됐다.
당초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은 최근 발생한 제주 관음사 사태와 맞물려 종단 안팎에서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 개정안은 중앙선관위가 교구선관위의 위법한 처분에 대해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특별한 사유 없이 선거업무를 방기할 경우 그 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2의 관음사 사태를 사전에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종회에서 이 법안은 중앙선관위의 지나친 월권이 예상된다는 반대 의견에 밀려 결국 부결됐다. 뿐만 아니라 교구선관위의 위법적 업무 처리 및 독단적 결정 등에 대한 견제를 막기 위한 ‘산중총회법 개정안’도 같은 이유로 차기 종회로 이월됐다.
이날 종회에서는 분담금 납부의 공평성과 합리성을 위한 ‘분담금납부에관한법 개정안’과 불교시민사회단체 활성화를 위해 기금 조성 및 관리 방안을 위한 ‘불교사회활동진흥법 개정안’, 동국대 불교대학을 강원, 중앙승가대와 함께 종단의 기본교육기관으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육법 개정안’ 등은 차기 종회로 이월됐다.
한편, 이날 종회에서는 심의 통과된 안건이 다시 표결에 부쳐지는 등 의사진행이 미숙하게 진행되면서 종회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가 하면 ‘장난 끼’ 섞인 발언들이 쏟아지면서 구태를 재연하기도 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