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인호의 외조카… 아카데미 학생부문 수상
데뷔작… “이 영화 한국 관객들에 보여주고 싶어”
입력시간 : 2007.09.14 00:06 / 수정시간 : 2007.09.14 06:25
- ▲ ‘정원의 반딧불이’는 데니스 리 감독의 연출 데뷔작. 그는“한국 관객들에게도 이 영화를 빨리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데니스 리 감독 제공
- 데니스 리 감독이 처음부터 영화감독을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시카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던 그의 원래 소망은 변호사.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인생의 항로를 바꿔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고,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장편 데뷔작을 찍었다. 데니스 리 감독은 “아직 후반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며 말을 아꼈지만, 전화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자신과 영화에 관한 솔직한 답변을 털어놨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 한국어는 하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관객들에게 자신을 소개해 달라.
“LA에서 태어나 시카고에서 자랐다. 시카고 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에는 중학교 교사가 됐다. 휴스턴, 텍사스, 뉴욕 등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 뒤 뉴욕 컬럼비아 대학 대학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결혼한 지는 5년 됐고, 아이가 둘이다.”
(작가 최인호씨가 그의 둘째 외삼촌이고, 큰아버지는 박정희 정권 때 해직됐다가 복직된 고려대 이문영 명예교수다. 최씨는 “데니스는 원래는 큰아버지를 본받아 정치를 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예술로 진로를 바꿨으니, 아마 외가 쪽 피가 흐르는 모양”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당신의 시나리오에 감동했다지만, 줄리아 로버츠 캐스팅은 놀랍다.
“줄리아 로버츠의 시동생이 이 영화의 공동 제작자다. 그를 통해 줄리아의 남편인 촬영감독 대니를 만났고, 그가 다시 자기 아내 줄리아를 소개시켜 줬다. 대니는 이 영화의 촬영감독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난 뒤) 줄리아는 기꺼이 내 영화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마 내 인생의 영원한 빚으로 남을 것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지난 6월 셋째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만삭의 몸으로 텍사스 오스틴에서 이 영화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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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이 이런 기회를 잡은 것은 예외적이다. 심지어 데뷔작이 아닌가.
“연출로나, 시나리오로나 모두 장편 데뷔작이다. 컬럼비아 재학 시절 내 단편이 2003년 아카데미 영화제 학생부문에서 은상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고 나서 운 좋게 지금 매니저와 계약을 맺었고, 그 매니저를 통해 (제작사) 세네이터 엔터테인먼트와 일을 하게 됐다. 영화사가 내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고맙게도 세상에서 가장 능력 있는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고, 그들의 연기를 보며 다시 한 번 이 배우들을 존경하게 됐다. 정말 얼마 안 되는 개런티에도 기꺼이 참여해 줬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작업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독일계인 세네이터(Senator)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아카데미 3개 부문 수상작인 ‘판의 미로’를 독일 내 배급했으며, ‘해롤드와 쿠마’ 등 주로 작가주의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다.)
―영화정보 사이트 IMDB(imdb. com)에도 한 줄짜리 시놉시스밖에 없다. 예기치 못한 비극으로 산산조각난 가족이 사랑과 헌신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영화라고.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한 가족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영화적 언어로 보여주고 싶었다. 비유하자면, 가족은 네 개의 다리를 가진 테이블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 누이동생.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다면? 테이블은 쓰러질까? 아니면 나머지 세 개의 다리로 버텨낼까? 물론 버틸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네 개의 다리가 모두 있을 때만큼 튼튼하게 버틸 수는 없지 않을까.”
(데니스 리 감독의 어머니는 7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시카고 시절, 당신은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어떻게 영화의 꿈을 꾸게 됐나.
“내 꿈은 변호사였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제 영화감독이 됐다. 그리고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사람들은 종종 내게 왜 영화를 하게 됐냐고 묻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답은 정말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단지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고, 그래서 그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할밖에.”
―한국 방문 계획은.
“이 영화를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친척들도 만나고 싶고. 올해 11월쯤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 ▲ 영화‘정원의 반딧불이’촬영 현장의 줄리아 로버츠(왼쪽)와 데니스 리 감독. 지난 봄 찍은 사진으로 당시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데니스 리 감독 제공
■정원의 반딧불이(Fireflies in The Garden)는
사고로 죽은 어머니와 남겨진 가족…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현재 모든 촬영을 마치고 편집·음악 등 후반작업이 진행중인 ‘정원의 반딧불이’는 예기치 않은 비극을 겪은 가족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성찰적 드라마. 대규모 예산을 들인 할리우드 상업영화가 아니라,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다.
어머니 역의 줄리아 로버츠는 물론 아버지 역의 윌렘 데포, 아들 역의 라이언 레이놀즈 등 모든 스타들이 평소 출연료보다 턱없이 작은 개런티로 참여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감독의 외삼촌인 최인호씨는 “데니스는 7년여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잃었다”면서 “그때의 쓰라린 경험을 이번 영화에 녹여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데니스 리 감독은 “정확한 제작비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정말 턱없이 작은 개런티로 출연을 승낙해 준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서로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아니었으면 이룰 수 없었던 작업”이라고 감사했다. ‘정원의 반딧불이’는 내년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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