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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장이로 남고 싶다던 보헤미안<김영태 작은 그림전 ‘그림과 그리움’ >

이경희330 2010. 7. 24. 14:04





<그림과 그리움>은  故 김영태의 ‘작은 그림’전 제목이다. 고인의 3주기를 맞아, 생전에 교유가 깊었던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지인들이 각자 소장하고 있던 김영태의 회화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일반에게 선 보이게 된 것이다.  보헤미안, 자유주의자, 탐미주의자로 불렸던 시인, 화가, 무용평론가였던 김영태의 삶의 흔적인 40 점의 작품들을 바라보노라면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진리로 다가온다.

김영태에 대해 아는 이들이라면 40여 점 작품에서 유난히 무희의 동작을 담은 다리와 토슈즈 그림들이 눈에 띄는 것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이는 생전에 춤에 매료돼 24년간 다녔던 은행을 명예 퇴직했고  깊어진 춤 사랑을 13권의 무용평론집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시로 춤을 추고, 춤으로 시를 쓴 전 방위 예술인"이라 불리는 사람답게 아무리 난해한 춤사위도 그의 필 끝에  하늘거리며 살랑거리는 옷깃이나 고운 선율, 수채화처럼 섬세하고 아름답게 녹아지곤 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모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예술가이다. 시와 음악과 춤을 사랑한 사람이 24년간 은행에서 숫자와 씨름하며 세월을 보냈다. 대학 후배였던 7년 연하 아내와 두 아들과는 일찌감치 미국과 한국에서 떨어져 살았다.  애연가며 커피 애호가로 암으로 투병하기 전까지 늘 담배와 커피를 벗하고 살았다. 공연 관람습관도 독특해 늘  같은 자리에서만 공연을 관람했다고 한다.

‘시로 춤을 추고, 춤으로 시를 쓴다’는 김영태지만  이번 <그림과 그리움>에 전시된 40여 점의 작품에서는 그의 시집 「목탄화 및 연필화」에서 보여준 에로티시즘과 이국 풍물만이 아니라 희화화된 자화상 등을 통해 시인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치열하게 고뇌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엮어낸  김영태가 연필과 붓으로 그린 춤,  또 다른 김영태의 삶의 자락이랄까.  주어진 운명을 색칠하다 「칠장이」로 남고 싶다던 보헤미안다운 선택이랄까. 어떤 느낌을 담아가던 그것은 감상자의 몫일 것이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화가인 그는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하는 시집 총서 <문학과 지성 시인선> 표지 그림, 여러 무용공연들의 홍보매체에 숱한 소묘와 글씨(캘리그래피)의 흔적을 남겼고, 총 7차례의 그림 전시를 갖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사진위주 전시를 하는  류가헌이  처음 선보이는 ‘사진 외’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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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는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했다.  1959년 「사상계」에 '설경', '시련의 사과나무', '꽃씨를 받아둔다.' 등이 추천되어 시단 활동을 했다. 서양화가이기도한 그는 수필처럼 아름다운 문체로 무용평론을 썼으며 13권의 무용평론집. 17권의 시집을 포함 60여 권에 이르는 저서를 남겼다. 2007년 암으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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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김영태 작은 그림전 <그림과 그리움>은 류가헌에서 7월 25일까지 열린다.

류가헌   홈페이지 http://www.ryugaheon.com/
주소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
전화 02-720-2010
지하철 경복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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