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책으로서의 내용은 처음에 훈민정음 제정의 동기와 취지를 밝힌 세종의 서문과 예의(例義)로 된 본문 및 훈민정음의 제자(制字) 원리와 용례를 해설한 해례, 그리고 끝으로 정인지의 해례 서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례 부분은 ① 제자해(制字解), ② 초성해(初聲解), ③ 중성해(中聲解), ④ 종성해(終聲解), ⑤ 합자해(合字解), ⑥ 용자례(用字例)로 세분된다. 〈초성의 제자원리〉훈민정음 해례 제자해에 의하면 초성 중 기본자(基本字: ㄱ·ㄴ·ㅁ·ㅅ·ㅇ)는 그 자음(字音)이 나타내는 음소(音素)를 조음(調音)할 때의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떴다고 하였다. 곧 설음(舌音:ㄴ), 순음(脣音:ㅁ), 후음(喉音:ㅇ)에서 불청불탁(不淸不濁)으로 기본문자를 삼은 것은 그 소리가 가장 약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치음(齒音)에서 'ㅅ'과 'ㅈ'은 비록 둘 다 전청(全淸)이지만 'ㅅ'이 'ㅈ'에 비하여 그 소리가 약하기 때문에 기본자로 삼았다. 다만 아음(牙音)에서 불청불탁(ㆁ)을 기본문자로 삼지 않은 것은 그 소리가 후음(喉音)의 'ㅇ'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 밖의 초성자(初聲字)들은 이들 기본자에 가획(加畵)하거나 또는 약간의 이체(異體)를 형성함으로써 만들어졌다. ㄱ → ㅋ(ㆁ), ㄴ → ㄷ → ㅌ(ㄹ), ㅁ → ㅂ → ㅍ, ㅅ → ㅈ → ㅊ(ㅿ), ㅇ → ㆆ → ㅎ에서 'ㆁ·ㄹ·ㅿ' 3자는 이체를 형성한 경우이다. 그리하여 전탁(全濁) 계열의 각자병서(各自竝書) 6초성을 합해서 훈민정음의 23초성체계가 이루어졌다. 이 23초성체계는 동시에 《동국정운(東國正韻)》의 자모체계(子母體系)이기도 하다. 위의 23초성에서 후음(喉音) 전청(全淸) 'ㆆ'은 훈민정음 해례 용자례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것은 이 초성이 《동국정운》의 한자음(漢字音) 표기를 위하여 마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전탁계열의 초성 각자병서는 모두 전청을 병서하였고 다만 후음의 'ㆅ'만이 차청(次淸)을 병서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제자해에서는 전청의 소리가 엉기면[凝則] 전탁이 되는데 유독 후음은 차청으로 전탁이 되게 한 것은 전청인 'ㆆ'이 소리가 깊어서 엉기지 아니하므로 이보다 소리가 얕은 'ㅎ'으로써 전탁을 삼았다고 하였다. 이들 각자병서는 주로 《동국정운》의 한자음 표기에 사용되었다. 이 훈민정음 초성체계에 대하여 훈민정음 해례 초성해 첫머리에 "정음초성은 곧 운서(韻書)의 자모이다(正音初聲卽韻書之字母也)"라고 하였는데, 이는 정음의 초성체계가 중국 음운학(音韻學)의 자모체계와 깊은 관련성이 있음을 말해 준다. 무엇보다도 아음·설음·순음·치음·후음·반설음(半舌音)·반치음(半齒音), 또는 전청·차청·전탁·불청불탁 등의 술어가 이를 뒷받침한다. 〈중성의 제자원리〉 훈민정음의 중성은 중국 음운학에 없는 독자적인 것이다. 그리하여 초성해와는 대조적으로 중성해 첫머리에서 "중성은 자운(字韻)의 가운데에 위치하여 초성과 종성이 합성함으로써 음을 이룬다(中聲者 居字韻之中 合初終而成音)"고 하였다. 중성의 세 기본자(基本字: · ㅡ ㅣ)는 천(天) ·지(地) ·인(人) 삼재(三才)의 모양을 본떴다고 한다. 그 밖의 중성자(中聲字)들은 이 기본자들의 합성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였다( 與 ·同而口蹙 ·其形則 ·與一合而成… 與 ·同而口張 其形則ㅣ與 ·合而成… 與 ·同而口蹙 其形則一與 ·合而成 ㆎ 與一同而口張 其形則 ·與ㅣ合而成…). 그리고 ‘ ‘ㅣ’에서 일어난 ' ㆎ '재출자(再出字)라 하였다( ㆎ 始於天地 爲初出也 起於ㅣ而兼乎人爲再出也). 〈종성〉훈민정음 본문에는 "종성은 초성을 다시 쓴다(終聲復用初聲)"고 하였으나 해례 종성해에서는 종성을 사실상 8자 체계로 규정하였다(ㄱㆁㄷㄴㅂㅁㅅㄹ八字可足用也). 그러므로 이 밖의 초성은 종성으로 쓸 필요가 없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 팔자가족용(八字可足用)의 규정을 설명하여 "如곶爲梨花 긱의갗爲狐皮 而ㅅ字可以通用 故只用ㅅ字"라 하였는데, ㅿ·ㅊ·ㅈ·ㅅ 등의 받침은 'ㅅ'으로 통용된다고 하였다. 종성 합용병서에 대하여 해례 합자해(合字解)에서 종성의 2자 ·3자 합용은 '(土), �(釣), 때(酉時)' 등에서 'ㄺ·ㄳ·ㅩ' 등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당시 국어 문헌에 보면 종성의 합용병서는, 사이시옷을 제외하면 'ㄳ·ㅧ·ㄺ·ㄻ·ㄼ·ㅭ' 뿐이다. 〈합자〉훈민정음 체계에서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초성·중성·종성이 음절을 표시하는 결합체를 형성한 점이라 하겠는데, 해례 합자해에서 "초·중·종(初中終) 삼성(三聲)이 합하여 글자를 이룬다"라 하고 이의 세부규칙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初聲或在中聲之上 或在中聲之左如君字ㄱ在 上 業字ㆁ在ㆎ 左之類 中聲則圖者橫者在初聲之下·ㅡ 是也縱者在初聲之右 ㅣ ㆎ 是也 如呑字·在ㅌ下 卽字ㅡ在ㅈ下 侵字ㅣ左ㅊ右之類 終聲在初中之下 如君字ㄴ在 下 業字ㅂ在ㆁ ㆎ 下之類,곧 중성 가운데 동그라미 '·', 가로 그은 자 'ㅡ' 및 이들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중성 ' ’' 등은 초성 아래에 놓이며 'ㅣ' 및 그와 안팎으로 '·'와 결합된 'ㆎ ’' 등은 초성의오른쪽에 놓이고, 종성은 초 ·중성이 결합된 밑에 놓인다는 말이다. 〈방점〉훈민정음 체계에 있어서 방점(傍點)은 당시 국어의 성조(聲調)를 나타낸 것이다. 훈민정음 본문의 설명에 의하면 "글자 왼쪽에 한 점을 찍으면 거성(去聲), 2점이면 상성(上聲), 없으면 평성(平聲)이며, 입성(入聲)은 점찍는 것은 같지만 촉급(促急)하다"고 하였다. 훈민정음 언해에 의하면 평성은 '가장 낮은 소리', 상성은 '처음이 낮고 나중이 높은 소리', 거성은 '가장 높은 소리', 입성은 '빨리 �닫는 소리'라 해석하였다. 이 해석과 위의 훈민정음 본문 및 해례 합자해의 설명으로 미루어 보면 당시 국어에는 '평·상·거'의 3성만의 성조가 존재하였으며, 그것도 저조(低調)와 고조(高調), 그리고 이들의 병치(竝置)인 상성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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