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앤 포시 지음|최재천·남현영 옮김|승산| 514쪽|2만원
- 생을 바쳐 아프리카 ‘산악’ 고릴라를 연구했던 그녀는 “그들이 처음 나를 받아들여 눈을 맞추고 손을 포갰을 때” 고릴라 탐찰의 쾌미(快味)를 느꼈다고 했다. 1983년 출간된 이 책(원제: Gorillas in the Mist)은 ‘흉포한 야생 난 봉꾼’ 정도로 오해돼온 산악 고릴라의 외강내유(外剛內柔)적 품성과 행태와 더불어 ‘산악 고릴라’라는 이름이 붙은지 100년도 안 돼 그들을 멸종으로 몰아 가고 있는 인간의 야만적 광포를 폭로한다. 미국 생태학자 포시(Fossey·1932~85)는 무려15년간 산악고릴라와 함께 생활하고서 이 책을 썼다.
포시가 산악 고릴라에 대한 탐찰에 나선 것은 1966년. 세계 최빈국들인 르완다, 우간다, 자이르(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와 접하고 있는 비룽가 화산지대로 뛰어들었다. 포시는 산악 고릴라 특유의 배설물과 땀내, 그들이 남긴 손자국을 따라 산악 고릴라를 찾아간다.
- ▲ 승산제공
- 침팬지·오랑우탄에 관한 많은 지식을 제인 구달과 비루테 갈디카스에게 각각 빚지고 있듯, 인간과 가장 가까운 또 다른 영장류(primates)인 고릴라에 관한 다이앤 포시의 노작(勞作)은 그 못지 않게 소중하다. 고릴라와 갑자기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포시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게 상책”이라고 답한다. 새끼를 본 지 얼마 안 됐거나 집단끼리 충돌을 빚고 있어 사나울 수밖에 없는 고릴라는 예외다. 또 한가지. “고릴라가 부드러운 천성을 지닌 것을 의심해 본 적 없고, 고릴라가 달려드는 것은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많게는 스무 마리를 이끄는 170㎏ 거구의 우두머리 수컷도 인간들의 출현에 ‘으름장’ 말고 별 대응을 못할 만큼 ‘겁쟁이’라는 점, 수컷의 등·허벅지에 난 은빛 털은 연륜을 뜻한다는 것, 가족 결속력이 강하고 짝짓기할 무렵 근친교배를 피하려 ‘출가’하는 개체가 많다는 것, 모성애가 강하고 새끼를 낳아본 적 없는 암컷도 남의 새끼를 키우는 ‘이모 본능’이 있다는 것, 일광욕을 즐기고 일상의 4할은 휴식에, 나머지 6할은 먹고 이동하는 데 시간을 보낸다는 것 등은 포시가 발견한 사실들이다.
그녀의 채집엔 유별난 살가움이 묻어있다. 기분 좋을 때 내는 두 음절 트림소리 “나움, 나움”을 따라 하고 “우치~ 구치~ 구우~ 줌” 하는 배꼽 간지럼 태우기 놀이로 어울리면서 고릴라와 대화를 시도한다. 그녀는 자신이 관찰한 모든 고릴라에게 이름을 붙여 기록을 남겼다.
1977년 마지막 날 애착을 갖고 있던 우두머리 고릴라 디지트가 살해되자 밀렵 감시를 강화하고 CBS 방송을 통해 만행을 고발해 결국 범인을 잡았다. 고릴라 보호를 위해 그의 이름을 따 세운 ‘디지트 기금’은 ‘다이앤 포시 국제 고릴라 기금’으로 개명돼 현재까지 활동을 잇고 있다. 포시는 1985년 성탄절 다음날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밀렵꾼의 소행으로 추정될 뿐 살해범은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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