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극비리에 귀국했던 무기중개상 조풍언(69)씨에 대한 검찰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정·재계에 엄청난 파장이 불어 닥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조 씨의 소환조사에서 지난 2005년 대우사건을 종결한 대우그룹 회생과 관련한 로비사건 의혹과 조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그 파장이 DJ정권의 핵심세력들에게 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 동안 조 씨가 미국에 체류 중인 관계로 부득이 수사를 중단하면서 조 씨를 ‘참고인 기소중지’ 시키고 법무부에 ‘입국 후 통보’ 조치를 취했다.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조 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무모하게 귀국을 감행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조 씨는 귀국 1개월 전 조 씨 소유의 캘리포니아 컨트리클럽에서 기자와 우연히 만난자리에서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발언을 쏟아 내었다. 조 씨는 주변 인사들에게 3월 초 한국에 들어갈 것으로 말을 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귀국을 말리는 인사들에게 ‘이미 이야기는 끝났다’고 말하며 ‘귀국해도 별일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는 것이 조 씨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들의 전언이다. 조 씨가 누구와 이야기를 끝내고 귀국한 것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일설에는 조씨가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소문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법원이 조풍언씨에게 1999년 송금된 4430만달러(당시 약 526억원)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재산이라거 판결함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조풍언 씨 소유의 재산에 대한 환수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조 씨의 재산은 KMC 소유의 대우정보시스템 주식과 스몰록인베스트먼트 소유로 삼일빌딩, 개인 이름으로 일산 주택 등이 있다. 또한 조풍언 씨는 캘리포니아 컨츄리 클럽과 샌디에고의 이글 크레스트 골프장을 포함 3개의 골프장을 소유, 다운페이먼트만도 약 2,000만 달러에 이르고 수개의 한인은행에 약 1,000만 달러의 예금, 그리고 미래은행의 최대주주(우호지분 포함 30%)이며 현재 팔로스버디스 인근에 약 50,000 스퀘아피트에 달하는 대저택(시가 2,000만 달러 상당으로 알려짐) 거주 등 미국 내 재산 평가액이 줄잡아 1억달러를 넘는다는 평가다. 해외 재산은 모두 스몰록인베스트먼트소유로 되어있다.
리챠드 윤(취재부기자)
조풍언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크게 5가지로 나눠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대우그룹 회생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와 행방이 묘연한 526억원에 대한 자금 추적 ▲ 홍콩 및 해외로 반출되었다가 다시 국내로 반입한 자금에 대한 돈 세탁 의혹 ▲DJ정부 시절에 있었던 26건의 무기도입과정 특혜 ▲산업은행과 관련한 3.1빌딩 수의계약 특혜 헐값매입 의혹 ▲세계적 유명인으로부터 차용한 7,500만 달러 실체와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의혹규명 등이 그것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조 씨가 입국하자마자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며 조 씨를 출국정지 시키는 한편 조 씨에 대한 계좌추적을 시작했다. 또한 이미 지난 2005년 수사를 종결한 대우그룹과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수사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였으며 그동안 미완의 수사로 남겨진 사안들을 분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검찰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5억달러 대북 송금과 관련, 조 씨가 깊숙이 개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병행할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조씨의 미국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조풍언 게이트’로 갈 가능성 농후
이번 조풍언씨의 대우그룹 회생과 관련한 로비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중수부의 최재경 부장검사는 검찰의 특수통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 부부장과 특수1부장을 거치며 대형 게이트 사건을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BBK사건 당시 때도 여러 가지 부담을 감수하고 끝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무혐의’ 처리할 정도로 두둑한 뱃심과 추진력이 뛰어난 특수통 검사다. 이런 점에서 ‘조 씨는 운이 없다’고 서초동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최재경 수사팀은 사건의 전모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조 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견해다. 결국 현재 대우그룹 회생과 관련, 참고인 신분에서 언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될 것인지 모르지만 조 씨에 대한 신병확보가 단순히 조사로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조 씨의 귀국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기획입국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에 대한 많은 부담감이 작용하고 그에 따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입국 배경 문제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최재경 부장은 BBK 김경준 사건 수사와 관련 후폭풍에 휩싸인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 씨 수사는 보다 치밀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진다. 만에 하나라도 조 씨의 수사와 관련해 정권의 실세들이 압력이 들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귀국과 관련해 조씨의 말대로 정권의 실세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조풍언 게이트’로 확대 될 수도 있고 대우그룹 회생과 관련한 로비 의혹에 정관계 인사들이 개입되어 있다는 물증이 들어나면 조 씨 사건은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번질지 장담할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조 씨 부부 계좌와 조 씨가 경영하던 기흥물산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상당한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대우정보시스템의 이상한 주식 지분 변동 의혹
본보가 지난 호에 보도한 대우정보시스템 지분 변동과 관련해 김우중-조풍언 관계에 있어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2005년 수사 때 김 전 회장의 횡령을 입증하기 위해선 조씨 소유 회사인 KMC를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홍콩에 있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한 KMC를 조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이를 위해선 조 씨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했으나 조 씨가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조사를 할 수가 없었다. 검찰은 결국 조 씨를 소환하기 힘들다는 이유를 들어 그에 대한 수사를 중지했다. 김 전 회장의 횡령금 실체가 미제로 남게 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해외자금은닉설을 부정하면서 지난 2006년 김 전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99년 100억원을 조풍언씨에게 회생 로비자금으로 건넸다고 진술하면서 결국 배달사고가 난 것처럼 뉘앙스를 풍기는 진술을 했었다. 뿐만 아니라 조 씨와의 커넥션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씨도 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두 사람 간의 그 진실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이번 대우정보시스템의 지분 내역 변동에서 확실히 들어나고 있다. 지난 99년 KMC는 대우정보통신의 주식지분을 45%를 매입하였고 약 10년 가까이 지분구조에 변동이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해 11월 대우정보시스템에서 100억원 가량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이를 외국계 회사인 Glory Choice China .ltd에 팔았다는 사실을 <선데이저널>이 찾아냈다. 2007년 대우정보시스템 회계감사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대우정보시스템은전환사채를 발행하고 홍콩소재의 Glory Choice China .ltd가 매입 대우정보시스템의 최대주주가 됐고 조풍언 씨 소유의 KMC는 자연스레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는 대목이 의문점이다. 회사의 전환사채 발행은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최대주주인 KMC가 가장 큰 입김을 가지고 있다. 바로 김 전회장이 재판에서 주장한 조 씨에게 준 100억원과 이번에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34.5%를 매입한 Glory Choice China .ltd의 전환사채 매입자금 1백억 1억5천7백6십8만원과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대목에서 의혹이 제기된다. 결국Glory Choice China .ltd 실질적인 소유주는 김우중 전 회장이라는 가설이 성립되고 조씨는 100억원을 다시 김우중 전 회장에게 돌려준 것이라는 의혹이다. (지분 변동 내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635호 기사참조)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살펴보면 조 씨는 지난 99년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했을 때 KMC를 통해 국내자금을 빼낸 뒤 이 중 일부로 대우정보통신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고 이번에 다시 김우중씨에게 돌려주고 발을 뺀 것으로 추측된다. KMC는 1997년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2년 뒤인 1999년 대우그룹 핵심계열사 중 하나였던 대우정보시스템의 주식 258만주(전체주식의 71.59%)를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주당 1만 885원, 전체 매입가격은 281억원(2430만 달러)이었다. 이는 대우그룹이 해체되기 직전 대우정보시스템의 주식일부를 계열사 직원들에게 우선 팔았을 때의 가격 1만5000원보다도 훨씬 싼 값이다.
결국 문제가 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구명로비 청탁명목으로 무기중개상 조풍언씨(68)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4,430만달러(526억)는 김 회장이 채무변제를 회피하기 위해 은닉한 재산으로 채권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는 판결 결과가 나와 검찰조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는 지난1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김 전 회장과 조씨 및 조씨가 최대주주인 홍콩소재 투자회사 KMC 등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히면서 "김 전 회장이 그룹 자금을 횡령하기 위해 1999년 해외 비밀 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KMC에 4,430만 달러를 송금했고 이 돈이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인수 등에 사용됐다"며 "이후 KMC가 일부 주식을 처분한 매각대금을 김 전 회장 아들의 태국은행 계좌에 송금한 사실 등을 볼 때 채무변제 회피를 위한 재산 은닉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KMC는 보유중인 주식을 원고에게 인도하고, 김 전 회장도 원고에게 6,5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주문했으나 이미 지난 해 11월 KMC지분 대다수를 홍콩의 Glory Choice China .ltd 에 매각 처분, KMC는 고작 1,656,250주(가격 8,276,250.000)에 불과하다. 김우중씨와 조풍언씨는 1월 재판에서 이런 내용을 감지하고 서둘러 지분을 매각 변동한 것으로 보여진다. 만약 이런 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두 사람은 ‘강제면탈’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어 검찰의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대우관련 채권을 인수한 자산관리공사는 2002년 김 전 회장과 조 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김 전 회장은 "(조 씨에게 건넨 돈은)해외 유력자로부터 맡아뒀던 돈을 KMC를 통해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조 씨는 지난 2004년 1월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외유력자로부터 7,500만 달러를 차용했으며 2,500만 달러는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일부를 매각해 변제했고 나머지 5,000만 달러는 자신이 직접 변제했으며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의 일부분을 소개한다.
▲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매각문제는 어떻게 되었나. 조 회장은 이미 투자금을 모두 회수 한 것으로 알고 있고, 아직도 43%의 소유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에게서 차용한 7,500만 달러는 어떻게 되었나 - 나는 이미 대우 정보시스템의 주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매각했다. 그 문제는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없고, 세계적인 유명인을 소개해 김우중 씨에게 차입해 준 돈 7,500만 달러 중 5,000만 달러는 내가 이미 갚았다. 내가 해외여행도 다니고 해야 하는데 그 돈을 갚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지난번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매각해 2,500만 달러를 갚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7500만 달러 전부를 갚았다는 이야기 인가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음)
▲그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 바로 러시아의 L 씨(이름은 신문 지상에서 삭제 함)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인가 - 그건 말 할 수 없다. 묻지 마라.
▲삼일빌딩은 아직 매각이 성사 되지 않았는가. 항간에는 이미 매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 - 지난 번에도 말했듯이 12명의 공동 투자가들이 투자해 매입한 것이고, 내 지분은 이미 처분하고 하나도 없다. 자꾸만 삼일빌딩 매입을 두고 특혜라고들 하는데 나는 특혜 받은 사실이 없다.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두고 말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
당시 조풍언씨의 인터뷰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은 궁색한 변명으로 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대우정보시스템은 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홍콩의 SR Invesment. LLC소유 건물인 3.1빌딩에 입주해 있고 대우정보시스템의 회장과 임원 모두가 김우중 전회장의 심복들로 채워져 있는 점으로 보아 조풍언씨는 김우중 전 회장의 대리인에 불과하다는 추측이다. 결국 이번 조씨의 귀국은 ‘김우중 전회장과 정산을 위한 귀국이 아닌가’라는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4번째 소환조사가 진행 중인 조 씨는 김 전 회장에게 거액을 받고 대우그룹 퇴출저지 로비를 벌였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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