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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질타에도 일산경찰서장-경기경찰청장 '서면 경고'만

이경희330 2008. 4. 1. 09:25

경찰청이 일산 초등학생 납치미수 및 늑장 부실수사 파문과 관련, 상층부 경찰 책임자들에 대해선 서면 경고를 하고 말단 관계자들만 직위해제하는 솜방망이 처벌을 해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31일 밤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과 관련해 늑장, 부실 수사의 책임을 물어 일산경찰서 형사과장과 대화지구대장 등 6명을 직위 해제했다. 이날 직위해제된 경찰은 일산경찰서 박모 형사과장과 이모 대화지구대장, 대화지구대 팀원 3명, 일산경찰서 형사지원팀장 등이다.

경찰청은 김도식 경기경찰청장과 김기태 일산경찰서장에 대해서는 서면 경고만 하기로 했다.

당초 이 대통령이 일산경찰서를 직접 찾아 이기태 서장의 브리핑을 받고 경찰의 늑장수사를 질타했을 때만 해도 이기태 서장의 퇴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으나, 범인 검거후 경찰청 기류가 급변하면서 서면 경고만 하기로 한 것.

문제는 이같은 상층부 솜방망이 처벌이 유사 범죄가 되풀이해 발생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번에 납치될뻔한 초등학생 또래의 손주 6명이 있다는 택시기사 김모씨는 "우리나라는 이래서 문제"라며 "일벌백계를 하려면 머리를 쳐야지 모두가 정신들을 바짝 차리는데 말단만 치니 시간만 지나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경기도에서만 벌써 안양 초등학생들 유괴-살인에 이어 이번에는 일산에서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는데 이 정도면 사건이 발생한 일선의 경찰서장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경찰청장까지 옷을 벗어야 마땅한 게 아니냐"고 반문한 뒤,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지, 일산경찰서까지 달려가 호통을 칠 게 뭐냐. 청와대에 앉아서 경기경찰청장과 일산경찰서장만 경질해도 전국 경찰들이 바짝 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과연 이 정도 문책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경찰을 용납한다면 앞으로 비난의 화살은 모두 대통령에게 향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경기경찰청장 등에 대한 솜방망이 경고가 어청수 경찰청장이 경기경찰청장 출신으로, 후임 김도식 경기경찰청장을 감싸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등, 이번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인터넷상에도 이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비난하는 글들이 봇물터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일산경찰서는 늑장 부실수사를 은폐하기 위해 사건조사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어, 향후 이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 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경찰서를 전격 방문,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 사건에 대해 이기태 일산경찰서장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있다. 이 서장은 그러나 서면경고를 받는 데 그쳤다. ⓒ연합뉴스

최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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