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자

임병준 교수의 영어잘하기 10 계명

이경희330 2007. 9. 6. 01:33
자 그럼 어떻게 하면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을까요?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공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여기서 일전에 안정효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인용하려고 합니다.

영어 잘하는 공식: A + B = O , A - B = X
배우겠다는 욕망= A
끊임없는 노력= B
실력의 증가 여부 = O 와 X ( O는 성공, X는 실패 )

우스개 같지만 이보다 더 정확한 공식은 없어요.
제가 나름대로 정리해 본 영어 공부의 10 계명을 소개합니다.

제 일은, 영어 공부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합니다.
음악이나 미술을 좋아하는 자녀들은 어른들이 나중에 밥 빌어 먹는다고 화구나 오선지를 감추어도 죽어라고 싸워가며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하고야 맙니다. 왜 그런가요? 스스로 하는 게 재미있고 말려도 하고 싶으니깐 하는 겁니다.
영어도 정말 죽지 못해 한다거나 코앞에 닥친 시험이나 승진을 위해 억지로 한다면 실력이 빨리 늘 리가 없습니다.
제발! 재미있게 영어를 공부하십시오. 자기 취미와 능력에 따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국 영화를 보며 공부하고, 음악을 좋아하면 팝송으로 공부하고 소설을 좋아하면 쉬운 소설을 가지고 흥미를 만들어 나가보시기 바랍니다.

제 이는, 말할 때 실수를 두려워 마십시오.
너 영어? 나 한국사람! 네깐 놈이 뭐가 대단해?  배짱과 넉살이 좋은 사람이 외국어도 빨리 익힙니다.
옆에서 잘난 체하는 한국사람 외엔 아무도 외국인이 영어 못한다고 뭐라 말하는 사람 없으니 안심하고 말하세요. 군대에서는 군화를 신으면 자동으로 태권도가 3 단이라는데, 얼굴에 일단 철판을 깔면 영어회화도 자동 3 단 입니다.

제 삼은, 영어 공부는 꾸준히 하십시오.
너무도 평범한 진리 같은데, 원래 진리는 평범한 법입니다.
하루에 8 시간하고 일주일 내내 노는 것보다는 하루 1 시간씩 5일간 5 시간 하는 것이 어학에서는 더 효과가 좋습니다.
그리고 제 일 계명에서처럼 영어공부에 재미가 붙으면 하루 5시간 일 주에 25 시간을 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제 사는, 영어는 "언어"라는 점을 잊지 마십시오.
미국 거지도 영어 잘 합니다. 네 살 짜리 미국 꼬마도 영어로 듣고 말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국제 결혼한 한국 부인은 알파벳은커녕 한글도 못 읽으시지만
미국에서 직장 다니고 애들 키우고 영어를 매일 말하며 잘 사십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합니까? 인간의 두뇌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 머리만 나쁜 게 아니라 영어를 말하는 미국사람 머리도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언어는 무슨 복잡한 문법 공식으로 이뤄진 수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지능을 가진 인간이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도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화학이나 지리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 먹고 살고 싸우고 욕할 때 쓰는 "말"입니다.

제 오는, 우리말을 잘해야 영어도 잘합니다.
무슨 옷 만드는 사람들이나 영화 찍는 사람들이 테레비젼에 나와서 말하는걸 보면 정말 가관일때가 많습니다.
마치 우리말엔 조사밖에 없는 줄 착각을 하는지 모든 명사와 형용사는 영어로 하고 조사만 우리 나라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볼까요? 안정효씨 책에서 본 건데..... KBS에서 방영한 어느 광고회사 아자씨 말쌈입니다.

"빅아이디어가 있으면 프리 토킹으로 디스커션해서 아이디어를 냅니다. 스트레스가 생기거나 클라이언트가 푸쉬하면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죠. 체크 리스트를 가지고 그래픽 파트의 레이 아웃과 텍스트 파트의 캣치 프레이즈를 체크 아웃하고 컨�을 만들어 일러스트를....." 정말 듣기가 불결합니다.
대개 이런 사람일수록 영어와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의식이 강한 사람입니다. 자기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남들이 언뜻 듣고 뭐 대단한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대우해 주기를 바래서 이러죠.
마치 싸울 때 목 주변 깃털을 곧추 세우는 장닭을 연상케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크게 보이고 싶어하는 자세라고나 할까.. 씁쓸하네요.
이런 사람들은 완전히 우리말이 된 외래어도 꼭 혀를 꼬불려 말합니다.
마스타 카드를 "매스터ㄹ 카ㄹ드"로 읽어봐야 옆 사람 비위만 상하게 할 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 미국인을 만나면 인사를 나눈 다음 두어 마디 이상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줄 아십니까?
천만의 말씀. 우리말을 사랑합니다. 이건 정말 기본입니다.

제 육은, 작문을 하십시오.
거창하게 논문을 영어로 쓴다거나 무슨 위대한 연설문을 영어로 작성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일상 생활에서 늘 "이럴 땐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스스로 말을 만들어 보는 연습을 하십시오.
그리고 간단한 일기나 자신의 메모를 영어로 써 보십시오. 작문은 정말 종합적 학습방법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효과가 대빵 좋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영어 펜팔을 권유하고 싶고요 그게 귀찮으면 영어 채팅방이라도 자주 들어가서 실제로 말을 만들어 보십시오.

제 칠은, 다른 사람들의 영어를 잘 보십시오. 어학은 창조가 아니라
모방이라고 하는 것이 옳습니다. 저 사람은 저럴 경우에 저런 식으로 영어를 사용하는구나. 아 참 잘한다! 아니면,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고 더 좋은 표현을 쓸텐데... 하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십시오.
대화 시에는 항상 나의 말이 남들에게 얼마나 잘 이해되었는지, 사후에라도 더 나은 표현은 없었는지 관심을 기울이세요.

제 팔은, 영어를 연습 할 땐 의미있는 문장으로 실제로 의미있는 대화를 하십시오. 책에 나오는 Mary is 15 years old. 라는 문장보다는 영어 채팅실에서 I'm 15 y.o. (years old) 이라는 한 마디가 더 와 닿습니다.
작문을 해도 막연한 수필을 쓰지 마시고 실생활에서 사용 할 수 있는 편지나, 읽어 줄 대상이 있는 글을 쓰십시오. 결국 언어란 듣는 상대가 있어야 하는 의사 소통이 주된 목적입니다. 연극 배우의 독백이 아닌 다음에야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는 벽보고 떠들 사람이 없죠.

제 구는, 많이 들어서 귀를 뚫으십시오.
스티븐 크레션 (남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이라는 언어학자는 어떤 외국어를 정복하려면 일정 수준의 시간을 듣기에만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영어를 잘 하려면, 말하기를 전혀 연습하지 않더라도, 약 2000 시간정도를 집중적으로 듣기만 해도 높은 수준의 어학 실력에 도달한다는 얘기죠.
단, 전혀 못 알아듣는 내용이 아니라 자기가 이미 아는 수준보다 바로 조금만 높은 수준의 내용을 연습해야만 된다는데, 귀가 뚫리기 직전과 직후는 자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느낀다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실력 성장이 평탄한 상향 곡선이 아니라 처음엔 평평한 선이 장기간 계속 되다가 어느 순간 전환점을 지나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긋는다는거죠. 제가 느낀 바로도 어학 실력향상의 그래프는 일정 기울기의 직선을 유지하는게 아니라 계단식으로 가는 곡선.. 즉
평평하다가 수직 상승이 되는 그런 형태가 반복 되는 거 같아요.
따라서 일정 수준의 실력이 되기까진 난 왜 이렇게 늘지 않는가.. 하는 회의가 반드시 찾아 오지만 그때 좌절하지 않고 계속 공부에 박차를 가해야만 실력이 부쩍 늡니다. 신기한 건, 한 단계를 올라서서 보면 바로 전 단계에 서 있던 자신의 모습이 확실히 보이면서 높이 올라선 현재의 모습과 확연한 차이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거죠. 이건 느껴본 사람만이 그 기쁨을 알 수 있는 귀한 경험입니다. 불가에서는 이런 걸 법열(法悅)이라고 하나요. 아는 체 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제 십은, 공짜를 바라지 마십시오.
무협지 주인공처럼 우연히 주워온 책에 적힌 경문을 몇 번 읽었더니 내공이 엄청나게 늘어나서 하루아침에 무림고수가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영어를 잘 하시는 분에게선 들어 본 기억이 없습니다.
영어 공부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효과를 보는 진실게임입니다.
귀머거리 삼 년, 벙어리 삼 년, 장님 삼 년이라는 이야기는 고초 당초 맵다해도 시집보다 매울소냐 하던 힘든 시집살이에만 해당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처음엔 들리지 않아 고생 한 때가 있었고, 또 열심히 노력해서 귀가 좀 뚫린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영어로 안 나와서 답답한 시기도 보낸 경험이 다 있을겁니다.
그리고 이제 좀 영어가 듣기고 말하기도 조금 되고 하는 분들은 자기 영어가 엄청나게 높은 수준인 줄 알다가 갑자기 어떤 경험으로 아직 내 영어가 멀었구나! 하는 앞이 깜깜해 지는 경험도 여러 번 하셨을겁니다. 걱정마세요. 누구나 다 겪는 당연한 과정이니까.
풍상 없는 나무는 강하게 자랄 수 없듯 시련 없이 배운 영어 실력도 모래위에 세운 집입니다. 탄탄한 기초 위에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짓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