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를 배우자

[열려라!공부] 게임 같은 영어 시간, 단어·문맥이 머리에 쏙

이경희330 2007. 9. 6. 01:34

[중앙일보 이상언.양영석] 6월 2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강의실에 중고교 영어 교사 10명이 모였다. 이 대학이 주최한 ‘영어수업 경연대회’의 본선이 열린 것이다.

예선에는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영어 교사 100여 명이 참여했다.10대 1의 경쟁을 뚫고 본선에 오른 교사들은 이 대학 학생들 앞에서 20분씩 영어로 모의 수업을 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교과 내용을 어떻게 흥미롭게 전개하느냐가 대회의 관건이었다.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의 송정선(30·여) 교사가 이 대회의 1등을 차지했다.

송 교사는 장애인용 칫솟을 개발하려는 학생의 사연을 담은 2분짜리 영어 대사 단편 영화를 수업에 활용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영화는 교과서 해당 단원이 미국 소년이 자전거를 만들어 보육원에 기부하는내용이었던 데 착안해 송 교사가 직접 만들었다.

2005년 경기도 영어교사 심화연수에서도 1등을 차지한 송 교사는 수업 시간에 각종 동영상 자료를 이용하고, 영어 게임을 통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하고 있다.

읽기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듣고 말하는 수업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그의 독특한 수업 방법과 평소 학생들에게 권해주는 영어 학습법을 알아봤다.

◆“수업은 신나게”=송 교사의 수업 시간에는 교사와 학생 모두 분주하다. 영어 퍼즐게임이나 영어로 설명하고 단어를 맞히는 게임이 이뤄지고 과자·사탕·배지 같은 선물이 학생들에게 주어진다.

송 교사 수업의 특징은 ‘3단계 수업’이란 점이다. 교과서 각 단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읽기 전·중·후 수업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이다. ‘읽기 전’ 수업에는 어휘에 관한 게임 등을 활용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읽기 중’ 수업에는 단락의 주제문 찾기 등을 동원해 학생들의 이해력을 높인다. ‘읽기 후’수업에서는 글쓰기 활동이나 게임을 통해 읽은 내용을 영어로 표현하도록 한다.

송 교사는 특히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인물이나 장소에 대한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찾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다. 교과 내용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다.

동영상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수학여행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가르칠 표현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수업 자료를 만드느라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 있는 날이 많다”고 말했다.

◆“영어를 즐겨라”=송교사가 말하는 ‘영어 잘하는 법’의 핵심은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의사 소통의 기술로 여기는 것”이다. 그는 우선 영어로 된 글을 읽을 때는 한 문장 한 문장에 매달리지 말고 한 단락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한다.

“문장 형식을 따지고 번역가처럼 매끄러운 해석을 할 게 아니라 내용의 흐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단어장을 만들어 매일 조금씩 어휘 능력을 키우면서 앞 장의 단어들을 꾸준히 복습하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한다. 한꺼번에 많은 단어를 외워야 해 공부가 짐이 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사전의 활용도 강조한다. 동의어·반의어를 찾아보며 전자사전을 놀이기구처럼 쓰라고 강조한다. 영어로 된 쉬운 원서를 읽는 것도 추천한다.

듣기 공부는 방송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특히 EBS의 ‘귀가 트이는 영어’를 추천한다. “고교생들이 듣기 실력을 키우는 데 안성맞춤”이라고 말한다.

◆“많이 읽고 많이 들어라” =송 교사는 2000년 고려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2002년 효원고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영어권 국가 거주 경험이 없으면서도 자유자재로 영어를 구사한다.

그는 “많이 읽고 많이 듣는 게 영어 공부의 왕도”라고 말한다. 영어 소설책 등을 즐겨 읽으며 EBS 영어 프로그램을 MP3로 자주 듣는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의 자막을 가리고 듣는 방식으로 영어 실력을 키웠다고 한다.

“영어 교사로서는 부끄럽지만 문법 공부를 별로 한 적이 없어 몇 형식 문장인지 무슨 용법인지 모를 때도 있다”는 송 교사는 “많이 읽고 많이 들으면 ‘이게 자연스러운 것 같다’는 감이 생긴다”고 학생들에게 늘 얘기한다.

글=이상언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joonny@joongang.co.kr▶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com/center/journalist.asp[감각있는 경제정보 조인스 구독신청 http://subscribe.joins.com][ⓒ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