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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이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하고 이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을 신규 및 인턴채용에 활용키로 했다. 고통분담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조치다. 우리 경제는 경기침체의 심화로 실업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미 일자리가 없어서 쉬고 있는 근로자가 35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일자리가 20만 개 이상 줄 전망이다. 더구나 2월 말로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는 신규 근로자가 50만 명이 넘는다. 사실상 실업대란이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삭감하고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는 자구노력으로 의미가 크다.
30대 그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연봉 2600만 원 이상 3100만 원 이하에 대해 최고 7%, 3100만 원 이상 3700만 원 이하에 대해 최고 14%, 그리고 3700만 원 이상에 대해 최고 28% 까지 임금삭감을 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 방법을 통해 일자리가 얼마나 늘 것인가? 원칙적으로 임금을 삭감한 비율만큼 평균 일자리 숫자가 늘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 임금 삭감률만큼 고용이 증가한다면 실업대란에 숨이 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신규채용을 몇 명을 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입사원을 적게 뽑고 임금만 삭감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 문제는 신입사원의 연봉만 삭감하는 것이다. 신입사원부터 연봉을 삭감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배고픈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누어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의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임시직은 연봉이 1000만 원이 안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은 연봉이 7000만 원이 넘는 곳이 흔하다. 특히 대기업과 공기업의 임원은 연봉이 몇 억 원에서 몇 십억 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당연히 고소득층부터 연봉을 대폭 삭감하는 것이 순리다.
한편, 근로시간 조정도 문제다. 근무시간 단축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사실상 일자리 나누기는 가능하지 않다. 이미 일하고 있는 근로자가 장시간 일을 해서 일감이 남지 않는다면 어떻게 신규채용을 하겠는가? 이번 30대 그룹의 조치는 임금삭감만 제시할 뿐 근로시간 조정에 대해 언급이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로시간의 불균형이 크다. 일이 없는 실업자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일을 하는 근로자들은 태반이 주 44시간 이상 과잉 근로를 하고 있다.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어도 근로시간을 줄여야 할 판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일자리 나누기에 대한 노사합의다. 이번 임금삭감안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계는 경제위기 고통을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떠넘기는 불공평한 처사라고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가 노사갈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좌초 상태에 처한 배 위에서 편을 갈라 싸우다가 스스로 침몰하는 자해 행위가 될 수 있다.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와 아일랜드다. 네덜란드는 80년대 초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해 실업률이 20%에 이르자 노사 대타협을 통해 실질임금을 9% 삭감하고 근로시간을 5% 줄여 실업률을 5% 이하로 떨어뜨렸다. 이를 계기로 네덜란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진입을 앞당겼다. 아일랜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성공했다. 사회통합이 갖는 무한한 힘을 두 나라가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의 성공사례를 본받아 일자리 나누기에 성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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