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교수 칼럼

이명박 정부 제2 환란 막으려면

이경희330 2009. 3. 2. 09:23
‘동유럽 위기’ 금융시장 또 요동
실물경제 바닥없는 침체 늪에
외화유동성 확보 응급대처 시급
신산업 발굴로 경기 활성화해야
 
  •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금융시장이 다시 위기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씨티그룹과 에이아이지 등 주요 상업은행과 보험회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입고 국유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에 이어 루마니아,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국가들이 채무불이행 선언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며 정상적인 기능을 잃고 있다.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이와 같은 해외발 금융위기에 극도로 취약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또 주가지수가 추락을 계속해 1000선을 지키는 것도 힘든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가 1900억달러를 넘어서 외환보유액을 위협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맞물려서 경제붕괴의 악순환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의 지배력이 높다. 아직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중 외국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가깝다. 따라서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소유와 경영에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크다. 또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금리의 변동에 외국자본 움직임이 크게 작용한다. 이런 상태에서 해외발 금융위기가 다시 밀어닥치자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며 금융시장이 극도의 혼란 속에 빠지고 있다.

    금융시장이 이렇게 다시 흔들리자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실물경제가 바닥없는 침체국면에 빠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로 곤두박질치고 신규 일자리는 최소 20만개나 줄어든다는 것이 정부의 전망이다. 우선 돈이 돌지 않아 생산과 소비활동이 멈추고 내수기반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그리하여 기업 부도와 금융기관 부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세계경제 침체로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올 들어 수출감소율이 30%가 넘는다. 이에 따라 실물경제위기가 다시 금융위기를 확대시키고 있어 금융위기→실물위기→다시 금융위기의 연쇄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현 추세로 나가면 제2 환란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문제의 핵심은 은행의 부실화이다. 18개 국내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히 떨어져 4분기에는 3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8년 만의 적자 전환이다. 이 가운데 국내 주요 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지 못해 신인도가 떨어지고 있다. 투자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져 외화조달이 극히 어렵다. 지난 1월 2%대까지 내려갔던 우리나라 외국환 평형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 가산금리가 4.5%에 육박했다. 앞으로 국제금융위기가 악화되고 국내 실물경제가 급격히 침체하면 은행의 부실은 더욱 커지고 외화조달의 길이 막힌다. 그러면 나라 경제는 실제 부도위험에 빠진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우선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와프계약을 확대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금융위기가 고조될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진정국면에 들어선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응급대처한 다음 문제해결의 열쇠는 구조조정과 경기활성화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직접 주도해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금융기관 부실채권을 해소해야 한다. 그래야 일단 자금이 돌아 경제가 정상적 기능을 회복한다. 또한 대외신인도가 높아져 외화조달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신산업발굴과 실효성 있는 뉴딜사업을 신속히 추진해 투자, 생산, 소비 등 경제활동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환율 상승이 수출 확대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는 위기의 악순환을 확대시킬 수 있다. 지금 세계경제는 어느 나라가 먼저 일어서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지는 무질서에 빠지고 있다. 이럴수록 환란 때 경험을 살려 경제구조를 바꾸고 신산업을 일으켜 금융과 실물의 악순환 대신 선진국 도약의 선순환으로 바꾸는 국민의 저력을 발휘할 때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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