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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한전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케너텍이 인도네시아 누안사와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는 모습. | |
강원랜드 비자금 의혹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의 사정 칼날이 비자금 수사의 본류였던 강원랜드 대신 ‘곁가지’로 여겨졌던 케너텍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는 당초 강원랜드를 주 타깃으로 한 달여간 집중적인 수사를 벌여왔지만 비자금 수사가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과잉·표적수사 논란만 가중시켰을 뿐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어’를 낚지 못하고 있다. 대신 참여정부 시절 급성장한 케너텍이 수백억 원대의 특혜 대출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는가 하면 고속성장 과정에 구 여권 실세들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 케너텍 비자금 수사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검찰은 강원랜드 비자금 수사는 공사 하청업체 선정에 개입한 강원랜드 인사들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케너텍 비자금 사건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사정당국의 전방위적인 공기업 수사망을 피했던 거물급들이 케너텍 비자금 사건에 걸려들 것이란 전망까지 나돌고 있다. 정·관계 비자금 사건의 새로운 핵뇌관으로 급부상한 케너텍의 급성장 미스터리를 들여다봤다.
에너지개발업체인 케너텍이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것은 강원랜드 비자금 사건이 본격화되면서다. 대검 중수부가 강원랜드에서 압수한 회계자료와 공사발주 내역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원랜드와 케너텍 간의 석연찮은 돈 거래 정황 등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원랜드의 열병합발전시설 공사를 수주한 케너텍 이 아무개 회장(구속)이 7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 돈의 용처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결과 회장 이 씨는 지난해 강원랜드 열병합발전시설 공사 과정에서 김 아무개 전 강원랜드 시설개발팀장(구속)에게 8500만 원을 주고 서류조작을 청탁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에너지합리화자금(ESCO자금) 97억여 원을 대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씨는 또 2004년 11월 구역형 집단에너지(CES) 허가와 관련해서도 당시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에너지사업 담당 사무관이었던 이 아무개 씨에게 1억여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케너텍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무관 이 씨가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냈고 케너텍이 2004년 7월부터 수백억 원 규모의 중부발전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도 중부발전 J 전 대표 등에게 돈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케너텍이 참여정부 시절 급성장한 배경과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전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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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이 확보한 케너텍의 감사보고서와 반기보고서, 한국전력공사 보고서, 에너지관리공단 내부 자료, 국정감사 속기록 등 각종 자료를 검토한 결과 케너텍의 급성장 배경 및 해외사업 진출 과정 등에 석연찮은 대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북 포항에 본점을 둔 케너텍은 2003년 5월 자본금 22억 원, 주당 액면가 500원으로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신규 에너지개발업체로 첫 선을 보였다. 케너텍은 코스닥에 등록한 뒤 불과 6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군인공제회가 9억 7200만 원(25만주)을 투입,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4년 11월에는 서울 사당지구 구역전기사업자로 선정됐고 2005년 7월에는 에너지관리공단이 관리하던 부채 718억 원에 자산규모가 1400억 원에 달했던 대전열병합발전소를 포스코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함께 인수(참고1)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케너텍은 2년여 뒤인 2007년 5월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해 114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기는 등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케너텍은 또 2007년 5월부터 11월 사이에 회장 이 씨가 한국전력과 파트너십을 구축, 인도네시아 최대 건설사인 부카카 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누안사와 2개의 대형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케너텍은 코스닥에 등록한 지 불과 5년 4개월여 만에 자산총계 1700억여 원, 매출액 950억여 원, 영업이익 150억여 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케너텍의 초고속 성장 배경 중 하나로 케너텍 회장 이 씨와 참여정부 핵심 인사 및 신구 정권 실세 등 정·관계 인사들의 예사롭지 않은 ‘관계’를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관리공단의 내부 자료(참고2)에 따르면 케너텍은 참여정부 말기인 지난해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364억여 원을 특혜 대출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2007년에 이 자금은 약 6000억 원이 집행됐는데 케너텍은 자금지원 업체들 중 가장 많은 240억여 원을, 케너텍의 자회사인 L 사는 82억여 원을, 케너텍 지분을 가지고 있는 C 사는 42억여 원을 각각 지원(융자)받았다. 그런데도 케너텍과 L, C 사는 자금 집행 관련 실태조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은 9월 17일 열린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결산심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정·관계에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K(케너텍을 지칭) 사가 지난해 에너지관리공단의 추천을 받아 녹색성장지원자금 364억 4000만 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K 사는 대출을 받은 다른 업체들과 달리 대출금을 관련 사업에 썼는지 실사도 받지 않았다”며 특혜 대출 의혹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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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또 “K 사 L 회장은 구역전기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산업자원부 직원에게 1억 4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일이 있다. 그럼에도 2007년 한국전력과 함께 인도네시아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케너텍의 급성장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특히 “구역전기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당시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실세 의원이 자료 요청을 하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구 여권 실세들의 배후설을 주장하기도 했다.
케너텍의 성장 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에너지절약시설 기금 관련 장관 고시에 적시된 객관적 기준에 따라 K 사 등을 추천했고 대출은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졌다”며 “대출금이 관련 사업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는 일도 대출기관의 업무이지 공단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들은 케너텍 회장 이 씨가 70억 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고 케너텍이 단기간에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 참여정부 실세 등 정·관계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동안 공기업 비리 등 전 방위 사정 드라이브를 구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내지 못했던 검찰 내부에선 케너텍 비자금 수사를 통해 뜻밖의 ‘대어’를 낚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케너텍 비자금 수사가 참여정부 등 구 여권 사정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케너텍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 여권도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향후 수사가 케너텍 관계자들 주변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큰데 이들 관계자들 중엔 친 여권 인사들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회장 이 씨와 케너텍의 사업 파트너인 A 사 김 아무개 대표의 경우 여권 주요 인사들과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씨와 김 대표는 지난 5월 한승수 국무총리의 해외 순방시 자원에너지 분야 경제인 수행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고 현재 정부부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김 아무개 교수가 케너텍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일요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회장 이 씨와 A 사 대표 김 씨, 사외이사인 김 교수 등이 현 여권 핵심 인사와 친분이 깊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따라서 케너텍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 추이에 따라 구 여권은 물론 현 여권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