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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단독,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명사랑’의 서울대표 쫓기는 내막

이경희330 2008. 10. 1. 00:00

MB명함 들이밀고 거액 낚았나
대선 전 이명박 대통령과 ‘명사랑’ 정 회장이 함께 찍은 사진.

이명박 대통령의 팬클럽인 ‘명사랑’의 서울대표이자 전 한나라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인 정 아무개 회장(60)이 사건무마를 빌미로 거액의 돈을 수수한 혐의로 수배 중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지난 8월말 정 회장의 수행비서이자 명사랑 서울 지역의 한 지부 대표인 또 다른 정 아무개 씨(41)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불거졌다. 정 씨는 금융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A 씨에게 접근해 “청와대에 부탁해 무마해주겠다”는 제안을 했고 그 대가로 20억 원이 넘는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20억 원의 자금 중 일부가 정 회장에게 건네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 회장도 검찰의 수사망에 오른 것. 정 회장은 잠적해 현재 검찰에서 행방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사랑은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해온 팬클럽으로 MB연대와 함께 가장 큰 규모의 팬클럽 조직이다. 명사랑 회원 중 일부는 지난 총선기간에 당내 공천을 받기 위해 예비등록을 하는 등 정치적인 움직임도 보였었다.

명사랑의 정 아무개 회장과 그의 수행비서이자 명사랑 지부 대표인 정 아무개 씨가 사건무마 대가로 받은 돈은 대략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사건은 정 회장 측이 피해를 당한 쪽에게 ‘사건무마’를 미끼로 접근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2월경 벌어진 금융사기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 ‘자신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을 잘 알고 있으니 이 쪽에 부탁해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며 유혹했다는 것이다.

돈을 수수한 사람은 정 회장의 수행비서인 정 씨로 알려졌다. 정 씨는 20억 원가량을 받았고 이 중 일부를 정 회장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회장과 정 씨가 처음 입수한 정보보다 더 많은 금액을 수수한 사실을 알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으며 현재 주민등록상의 주거지에 살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검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아 몇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정 회장의 비서가 자기 혼자서 과연 이런 거액을 뜯어낼 수 있었겠느냐하는 점이다. 그가 명사랑 서울지역 모 지부 대표이기는 하지만 실제 수사 무마를 할 만큼 영향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정 씨가 정 회장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 씨가 단독으로 일을 벌인 뒤 정 회장을 끌어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20억 원이란 거금을 받고 그중 일부를 정 회장한테 건넸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분석이다. 하지만 검찰은 당초부터 정 회장을 정 씨와 같은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정 씨가 청탁받은 사건이 실제로 수사 무마가 됐느냐 하는 점이다. 20억 원이란 거금이 마땅한 결과물 없이 건네졌을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복수의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로비가 이뤄질 경우 로비자금조로 얼마를 주고, 로비가 성공했을 때 약속한 나머지 금액을 주는 것이 보통인데 만약 이런 금액이 오고간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로비가 성공했기 때문에 받은 대가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공통된 해석을 내놨다.

만약 20억 원이 넘는 돈이 로비에 성공해서 수수한 것이라면 이 자금의 사용처도 반드시 밝혀야 할 숙제로 보인다. 그 중 일부가 정치권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명사랑의 서울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뿐만아니라 한나라당 서울시당의 부위원장으로도 일했다. 정치권에서 알려진 바로는 실제 그가 정치권의 여러 인물들과 가까운 관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지난 대선 기간 전에는 이명박 후보와 사진을 찍으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고 한나라당 고위급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등산을 다니기도 했다.

정 회장과 가끔 등산을 다녔다는 한나라당 B 의원 측에서는 “(B 의원과) 등산도 다니면서 일면식이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정 회장이 뭐하는 사람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씨가 받은 자금의 사용처를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 씨는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진술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아직까지 수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는 처음에는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사건에 대한 수사 자체를 부인했으나 구체적인 사실을 묻자 “아무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현재까지 어떤 식으로 수사가 시작되었고, 피해자가 누구이며 정확한 피해액은 얼마인지, 그리고 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등에 대해 검찰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정 회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기자는 광화문 인근에 있는 정 회장의 개인사무실을 방문하고 전화통화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

 
<일요신문>8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