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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정과 함께 못가”… 극단 선택하나

이경희330 2007. 10. 3. 14:42
  • “질 게 뻔한 데 게임 계속할 필요 있겠나” 인식 팽배해
    제3후보 지원·영남신당 모색 관측… 親盧결집이 관건
    • 2일 경선 일정 중단이라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위기의 한복판에 이해찬 후보와 친노(親盧) 진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현재 경선에서 지더라도 당을 지키느냐, 아니면 경선을 거부하고 다른 활로를 찾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 후보 진영의 분위기는 “편파적인 ‘선거인단 동원식’ 경선을 계속해 봤자 질 게 뻔한데 게임을 계속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동영 후보의 불법 동원선거 의혹을 부각시켜 상황을 반전시켜야 한다는 다급함과, 친노 후보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데다, 지난달 30일 강세지역이라고 꼽아온 부산·경남에서도 정동영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한 위기의식도 깔려 있다.
    •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용산역에서 전북 익산행 KTX 열차에 오르고 있다. 신당은 이날 전북 지역 합동연설회를 취소했지만 정 후보는 예정대로 전주를 찾아 남부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 이 후보측은 정 후보측의 노무현 대통령 명의 도용(盜用) 사건과 차떼기 동원, 모바일 선거인단 불법 모집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 및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선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정 후보의 사퇴나 후보자격 박탈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측 선병렬 종합상황실장은 “정 후보의 단순 사과로는 안 된다. 후보자격 문제에 대해 지도부가 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나 정 후보측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경선 불참(거부)’이다. 지도부를 최대한 압박하고, 정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히겠다는 의도다.

      친노 진영이 딴살림을 차리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는 관측도 적잖다. 이미 캠프 내에선 정 후보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캠프 관계자는 “반칙왕을 후보로 내세워 어떻게 이기겠느냐”고 했다. 이 후보도 “조직동원식 경선은 묵과할 수 없다”며 극도로 감정이 상해 있다. 정 후보와는 서울대 동기(72년 입학)로 친구 사이지만,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경선 불참 후 탈당해 독자세력화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지만 캠프 관계자는 “반드시 탈당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친노 진영이 신당에 머물면서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정동영 후보의 대항마로 내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는 경선에 불참하면 선거법상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한 여권 인사는 “범여 후보 단일화 때 문 전 사장을 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문 전 사장도 이날 “11월 이후에 국회의원이 40~50명이 온다면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측은 친노 그룹을 “2002년 노무현 후보를 흔들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의 후신 아니냐”고 했다.

      또 ‘노무현 영남신당’을 노린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친노 진영이 대거 이탈, 내년 총선에서 영남·수도권에 교두보를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노 진영이 이를 실행할 정치적 결집력과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후보측의 한 핵심 의원은 “혼자는 힘들고, 손학규 후보가 함께 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 2일 오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후보가 전주행 KTX에 올랐다. /서경덕 기자 jerald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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