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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교수 "위기만 잘 넘기자는 데 치중해 있을 뿐,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이경희330 2009. 6. 11. 00:08

무난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뾰족하게 내세울만한 정책은 없었다. 말을 앞세우거나 시장을 거스르지 않았다는 점은 1기 경제팀에 비해 높이 살만했지만, 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아젠다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더딘 구조조정과 섣부른 부동산 규제 완화책은 2기 경제팀에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평가다.

17일 본보가 새 정부의 2기 경제팀 출범 100일(5월20일)을 앞두고 학계, 연구소, 시장 관계자 등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2기 경제팀에 대한 점수는 1(최악)~5점(최상) 중 3.6점에 달했다. 보통 수준(3점)을 꽤 웃도는 점수로, 학점으로 따지면 'B-' 이상은 된다는 평가다.

1기 경제팀의 약점은 2기 경제팀의 강점으로 부각됐다. 전문가 20명 중 절반에 달하는 10명은 2기 경제팀이 가장 잘한 것으로 시장 친화적인 태도, 그리고 무게 있는 언행을 꼽았다. "1기 경제팀과 달리 시장에 대항하지 않았다는 것, 말을 너무 앞세우지 않았다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는 것이다. 환율 등 금융시장 안정(9명),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 부양 노력(6명)도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경기 급락세가 진정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세부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특히 2기 경제팀이 가장 역점을 둔 구조조정과 부동산 정책이 집중 포화 대상이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11명)의 전문가들이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섣부른 규제 완화로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무엇보다 새로운 비전과 아젠다의 부재를 지목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위기만 잘 넘기자는 데 치중해 있을 뿐,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는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고,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젠 기존 정책을 점검하고 시행하는 걸 넘어서 위기 이후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