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의 공포
대한민국의 추락, 날개가 없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장강(長江·양쯔강)은 항상 조용하게 흐르는 것 같지만 실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치열하게 밀어내고 있다(長江後浪推前浪). 지난해 여름, 한국 경제 안팎에 ‘9월 위기설’이 나돌았다. 경제팀 수장이 직접 나서 “각종 경제지표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는 공수표에 그쳤다. 경제지표 뒤에 숨어 있는 돌발변수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장강의 ‘유유함’에만 한껏 도취된 것과 다를 바 없다. 보이는 것은 사실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겉모습을 곧이곧대로 믿었다간 불가측한 상황에 대비할 수 없다.
잘생긴 얼굴의 한 사내가 인면수심의 연쇄살인범인 것처럼 말이다. 바야흐로 ‘마이너스’ 성장 시대다. 2008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5.6% 떨어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4% 추락했다. 정문석 한화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쇼크 수준의 추락”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경제지표는 ‘최악’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998년 외환위기(-6.0%) 이후, 분기 수치론 가장 형편없는 성적표다.
경제지표 “행간을 읽어라”
지난해 12월 -18.6%를 기록한 광공업 생산율도 40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어 보인다. 이런 근거로 “최악 다음은 바닥을 치는 것”이라며 “지금 불황은 조속한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딴판이다. 최악의 경기지표를 바닥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라는 지적이 중론이다. 겉으로 드러난 경기지표를 단순하게 보지 말고 행간을 꼼꼼히 읽으라는 것이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 경제위기를 단순하게 경기순환 과정에서 내림세 정도로 속단해선 안 된다”며 “근본적 위기요인을 찾아내지 못하면 더욱 무서운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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